> 전체

[금감위 어디로 가나] 정치논리가 '상처' 키웠다

‘긁어 부스럼…’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를 쓸데없이 개입하는 바람에 오히려 꼬이게 됐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승승장구하던 금융감독위원회의 권위에 상처를 입힌 대한생명 사태는 순수히 경제논리로 처리하면 해결될 문제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벌어진 측면이 강하다.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외화밀반출과 대한생명이 ‘부실덩어리’라는 사실은 이미 98년 중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일이다. 따라서 정치논리가 개입되지 않았다면 최회장은 98년 6월에 구속돼야 했고, 대한생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그때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영권을 지키려는 최순영 회장이 한편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기간중인 98년 6월 ‘10억달러 외자유치’를 내세우고, 다른 한쪽으로는 ‘최순영 리스트’를 흘리면서 정부와의 협상에 나섰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정치적 해법의 길로 들어섰다. 요컨대 당시까지만 해도 ‘외자유치’가 한국경제의 최대 역점사업이었고 아울러 ‘최순영 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벌어질 후유증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이 내려졌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그렇듯이 막대한 부작용을 낳기 마련. 99년 2월초 메트로폴리탄이 대한생명 실사결과 2조7,000억원의 부실을 확인한뒤 당초 입장을 번복해 경영권까지 요구하면서 대한생명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경영권에 집착한 최회장이 메트로폴리탄의 요구를 거부했고, 외자유치가 무산된 상황에서 검찰역시 최회장의 구속을 미룰 수 없었다. 마침내 2월12일 최회장이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속되자마자 ‘최순영 리스트’가 정재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거물급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금융계의 거물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최회장 구속이후 대한생명 관리인으로 선임됐던 박동수 금감원 검사1국장이 5월6일 푸른상호신용금고로부터 1,3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5월10일 이정보 전 보험감독원장(4,500만원)과 5월11일 이수휴 전 은행감독원장이 검찰에서 망신을 당했다. 급기야는 KBS사장을 지낸 홍두표 관광공사사장이 대생 유탄에 맞았다.

‘최순영 리스트’의 공개로 수많은 거물들이 전전긍긍하는 6개월 동안 말 그대로 부실덩어리인 대한생명의 정상화 작업은 그만큼 늦어졌고, 늦어진 만큼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려는 금감위의 시도는 8월31일 행정법원의 준엄한 판결로 이어졌다.

대한생명 사태 일지



 98년 6월 8일: 미국 메트로폴리탄 생명과 10억달러 외자유치 발표 

 12월31일: 대한생명-메트로폴리탄과, 정부보증을 전제로 기본 계약 

 99년 2월10일: 검찰, 최순영 회장 소환 조사 

 2월11일: 금감원, 대한생명 자산부채 실사 및 특별검사 

 2월12일: 최순영 회장 구속 

 3월 2일: 검찰, 최순영 회장 기소 

 3월 4일: 금감위, 대한생명 4월중 공개입찰 밝혀 

 3월16일: 금감원, 대한생명 실사결과 발표 

 3월23일: 금감원, 박동수 검사1국장 경영관리인 선임 

 3월23일: 금감위, 이정보 전 보감원장 수사의뢰 

 4월14일: 메트로폴리탄, 대한생명 인수포기 선언 

 5월 6일: 박동수 경영관리인 구속 

 5월10일: 이정보 전 보감원장 구속 

 5월11일: 이수휴 전 은감원장 구속 

 5월19일: 금감위 대한생명 매각 유찰, 재입찰 발표 

 6월15일: 대한생명 2차 입찰, 유찰 

 7월23일: 대한생명 3차 입찰, 유찰 

 8월31일: 행정법원, 금감위 조치 부당판결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11월 제2854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11월 제2854호
    • 2020년 11월 제2853호
    • 2020년 11월 제2852호
    • 2020년 11월 제2851호
    • 2020년 10월 제2850호
    • 2020년 10월 제2849호
    • 2020년 10월 제2848호
    • 2020년 09월 제2847호
    • 2020년 09월 제2846호
    • 2020년 09월 제2845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순천…갈대, 노을, 그리움의 향연 순천…갈대, 노을, 그리움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