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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무기화시대] 자연, '이용'보다는 '조화'가 중요하다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에 테러를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가령, 공사차량이나 벌목차량의 연료탱크에 모래를 뿌리거나, 포경선을 고의로 침몰시키는 행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이자 테러라는 주장이 대뜸 나올 것이다. 반면, 자연은 법적 소유관계와 별도로 인류의 공유재산이기 때문에 파괴를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방위라는 변론도 가능하다. 최근 후자의 입장에 서는 사람이 늘어나고 실제로 이같은 사건이 빈발하면서 ‘에코테러리즘(Eco-terrorism)’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개발이냐 보전이냐” 팽팽한 논쟁

에코테러리즘의 등장은 21세기 새롭게 설정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암시한다. 급진적 환경론자들은 자연계의 동식물과 무생물에도 인간과 같은 법인격(法人格)을 부여하고 있다. 특정 지역이나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대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자연을 놓고 기업과 개인, 국가, 환경론자들의 가치가 맹렬히 충돌하면서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92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개발이냐 보전이냐’를 놓고 미 매릴랜드 대학 경영학 교수 줄리언 사이먼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 객원연구원 노먼 마이어스가 벌인 논쟁이 대표적이다.

극단적 개발론자인 사이먼은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산업발달로 환경문제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이 충분히 대응해 왔다는 게 그의 논지였다. 개발에 따른 자원고갈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구리값에 대한 통계자료를 인용해 반박했다. 수요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구리 매장량이 줄고 있다면 값이 올라야 하는데 실제로는 임금대비 구리값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당연히 “환경문제는 걱정할 것 없다”였다.

보전론자인 마이어스는 인간의 해결능력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인간이 해결한 환경문제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 아니라 과거에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지금 당장 환경보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너무 늦게 된다”는 것.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논쟁은 92년 ‘리우 환경회의’가 열리면서 국제적인 타협의 방향을 잡았다. 리우회의의 표제는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Economic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그러나 이 회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이해차이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도출하는데는 실패했다. 환경론자들이 보다 급진화하는 것은 지구적인 문제에 지구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정치적 한계와 무관치 않다.

소비적 개념의 환경정책은 위험

환경에 대한 담론이 철학적, 윤리적으로 확대되면서 환경철학 이론도 다양해 졌다. 하지만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은 있다. 자연계를 시장에서 소비되는 단순한 자원으로 보는 고전경제학의 좁은 세계관을 거부해야 한다, 소비자의 수요만으로 환경정책과 환경가치를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것이다.

무엇보다 분명한 합의는 깨끗한 공기와 물, 비옥한 토양 등을 생산하는 생태계의 능력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생태계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도 일치하고 있다. 이제는 ‘이용’이 아니라 ‘조화’가 더 중요해 졌다는 것이다.

한양대 토목환경학과 배우근 교수의 이야기. “산업화 초기에는 자연에 비해 인간이 약했지만, 이제는 인간이 너무 강해졌다. 풍요와 편리함에 대한 탐닉이 자연을 약자로 만든 셈이다. 인간 삶의 속성상 어느 정도의 환경파괴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자연의 속성을 파악해서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친화적인 행동양식과 세계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보편화하고 생활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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