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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와 21세기] 전체에 관한 통찰-486에 이르는 길

해방이후 10년 단위로 구분되는 세대론의 가장 큰 약점은 젊음만 있고 성숙이 없다는 것이다. 4·19세대든 유신세대든 광주세대든, 그들을 묶는 틀은 스무살에 체험한 역사의 수레바퀴와 그 아래 깔린 실존적 상처였다.

386세대는 20대가 아니라 30대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왜 그들은 스무살의 한 때를 세대의 상징으로 삼지 않고 서른이란 나이를 기점으로 삼을까? 나에게 그것은 젊음에서부터 성숙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을 예비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였는가보다 어디에 이를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나 할까. 이러한 특징은 지금의 386세대가 40대에 이르면 486세대가 될 것이고, 거기서 10년이 경과할 때마다 586세대, 686세대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업그레이드 되기를 갈망하는 세대, 그것이 바로 386세대의 자화상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것일까? 이 물음의 답은 386세대가 486세대로 옮겨갈 21세기 초엽에 확인될 것이다.

80년대가 386세대에게 남긴 유산은 참으로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80년대가 386세대에게 전체에 관한 통찰력을 끊임없이 학습시켰음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386세대가 처음부터 전체를 통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80년대 초기에는 광주학살의 주범을 향한 개인적인 분노와 단죄가 앞섰고, 그후에도 독재정권에서 민주정권으로의 정권교체 요구가 이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과 정권을 넘어서, ‘자본주의’라는 체제 자체에 관한 본격적인 고뇌는 80년대 중반이 넘어서야 가능했다. 해방공간 이후 실로 40년만에 다시 ‘인간에게 진정 행복한 체제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현실적 대안으로 고려되었던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잠시 혼동의 길로 접어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관한 비판적 통찰은 386세대의 중요한 사유방식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초엽의 386세대는 90년대보다 더욱더 성숙의 문제를 고민할 것이다. 그것은 미국에 ‘반대’하고 독재정권에 ‘반대’하고 독점재벌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으로부터, 개인과 가족과 사회와 국가의 삶을 짊어지고 나가는 가장(家長)으로서의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90년대 내내 허무주의에 경도되었던 386세대의 문학이란 이 탈바꿈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의 표출에 다름 아니었다. 가장(家長)으로서의 삶에 대한 극단적 부정은 곧 전체에 관한 통찰을 포기하는 형태로 드러났다. 자본주의 자체에 관한 문제제기는 접고, 자본주의 안에서의 다양한 삶과 죽음에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전체를 포기한 부분적 탐구는, 최원식도 지적했듯이, 균형감각을 상실한 채 초원의 국수주의와 골방의 심리주의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포스트모던’이나 ‘탈근대’보다 ‘모던’과 ‘근대’에 여전히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숙이란 변방으로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 20대의 향수에 사로잡힌 낭만주의보다 강철같은 이성의 규율을 강조하는 고전주의가 훨씬 매혹적인 요즈음이다. 근대에 이르기 위해, 나는 중세와 현대를 오가며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태동과 발전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을 마련하고 싶다. 그것만이 80년대식 사유로 나의 문학세계를 386에서 486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김탁환·건양대 국어국문학부 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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