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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정치인의 초심과 양심

국민회의 신당은 9월14일 여의도 삼보빌딩에 창당추진위 현판식을 가졌다. 그러나 새 출발의 축복도 축하도 흥분도 없었다.

국민회의 대변인실은 미국에서 연일 신당의 총재가 될 김대중 대통령을 ‘제왕적’(regal)이니 ‘권위주의적’(anthoritarian) 대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그럴수가…”의 코멘트만 내고 있다.

APEC회의를 마친 김대통령은 동티모르에 유엔평화유지군으로서 한국군이 참가하는 것은 “‘인권국가 한국’으로서는 당연하다”고 힘을 주었다. ‘태평양 너머에서 두 여·야 지도자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만섭 국민회의 총재대행 겸 신당 준비 공동위원장은 두가지 정치적 사건에 대해 멈칫거렸다.

왜 그럴끼. 장기표 신문명 정책연구원장의 ‘많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든 DJ 신당’이란 시사논평에 따르면 이 공동위원장의 주춤거림이 이해가 된다. 장원장은 “발기인이 아닌 김대통령이 발기인을 임명하고 청와대에 발기인을 초청한 것은 넌센스다”고 보고 있다. 또 “이총재 대행이 국민회의를 해체않고 새 정당 발기인이 될 수 있냐”고 묻고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한국일보 이종구 논설위원은 적어도 87년이후 이나라 정당의 부침을 내다보며 한마디로 우리나라 정당은 ‘대표이사 총재’의 ‘오너’ 당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87년 DJ·YS는 공동지분인 신한민주당을 이민우 ‘고용사장’으로 운영하다가 YS는 통일민주당, DJ는 평화민주당으로 각각 분사(분당)했다. JP는 신민주 공화당을 창업했다. YS가 집권하자 통일+신민주+민정이 합친 민자당은 YS가 오너인 신한국당이 됐다. 그리고 이회창총재가 대통령 후보가 되자 한나라당이 되어 오너제에서 종업원 지주제가 되었다.

국민회의가 DJ오너의 당이 되기까지는 평화민주 (87년 11월)- 신민주연합(91년 4월)- 민주당(91년 9월)을 거쳐 95년에야 가능했다.

국민회의의 신당으로의 변화는 이름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을 태세다. 김대통령은 이세기 마지막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신당은 ‘사명의 당’이다고 했다. “중산층과 서민중심의 개혁적 국민정당” “개혁적 보수세력과 건전한 혁신세력을 포괄한 정당”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정치를 개혁하라는 시대적 사명과 국민의 명령에 부응해야 하는 당”이다.

그러나 새로 창당되는 신당의 오너문제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다만 총선을 위해 공천은 여지껏과 다른 ‘민주적 절차’를 밟겠다는 것만 전해질 뿐이다.

9일 청와대에서 있는 발기인 만찬에서 새로 정치에 몸을 담은 여럿이 그들이 모실 오너인 김대통령에게 여러가지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그래도 새길만한 대목이 있다.

여성법조인인 조배숙 한국여성변호사 회장은 “개혁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20~30년후에도 초심(初心)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정치에서 초심유지가 어렵지만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정치에서의 초심은 무엇일까. 정치를 왜 하게되었느냐는 첫 마음일 것이다. 신당의 초심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전문직에서, 하던 사업에서 떠나 소명을 갖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 새 발기인들의 초심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초심이 정치판에서 어떻게 변하는가를 실증시키는 한 자료가 있다. 국민회의 고문인 김상현의원이 ‘80년 봄’에 ‘다리’지를 발간하면서 한국정치 문화연구소를 차리고 강좌를 펄친적이 있다.

이 강좌는 김대통령을 비롯 문익환 목사, 김동길(당시 연세대교수·전국회의원) 이홍구(당시 서울대교수. 전국무총리, 현주미대사), 장을병(당시 성균관대 교수·현의원), 한완상씨(당시 서울대교수·전부총리) 등이 참가했다. 이 때의 강연은 85년에 ‘80년·서울·봄- 유신 붕괴와 자성의 목소리’라는 책으로 나왔다.

이들 6인 강사중 문목사는 고인이 됐고 김대중 연사는 대통령, 다른 분들은 교단을 떠나 정치의 길을 걸었다. 그들이 쓴 글을 통해 ‘80년·서울·봄’때의 그들의 정치적 초심과 양심을 읽을 수 있다.

김대통령의 말대로 그후 20년 가까이는 “정치에 있어 초심은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이들 인사의 행적이 말해준다. 또한 권력과 자리를 위해 초심을 버리는 것은 양심을 버리고 ‘양심(兩心)’이란 두마음을 갖는 것임을 알려준다. 신당의 새 발기인들은 ‘80년·서울·봄’을 읽고 양심을 가다듬기를.

박용배 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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