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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 지각변동 일어나나

신당 창당과 관련해 여권의 구(舊)질서와 신(新)질서가 대회전을 벌일 조짐이다. 아니 이미 양측간의 치열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구질서는 국민회의 현역 의원, 원외 지구당위원장등 여권의 기득권층. 좀 더 좁혀 말하면 국민회의 체제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동교동계의원등 일부 핵심 구주류들이다. 이에 비해 신질서는 신당 창당론을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진등 일부 신주류와 신당 참여가 유력한 영입 대상 인사들이다.

신당 창당 과정에서 이들의 충돌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일이다. 구질서측은 새로운 체제안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사적인 방어에 나서야 할 처지이다. 현역 의원들은 내년 16대 총선을 통해 구성될 새 국회에서도 의원 뱃지의 기득권을 유지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원외위원장들도 신당에서 지구당위원장을 다시 맡아 총선에 출마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들에게 외부에서 신당으로 치고 들어올 영입세력은 “이미 다져놓은 영토를 빼앗으려는 정치적 적”이나 다름없다.

주도권 놓고 한치 양보없는 대결

반면 신질서측은 신당이라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 영입인사들의 경우 국민회의측 참여 인사들의 ‘텃세’를 극복해야 하고 지구당 위원장자리, 당직등 거의 모든 면에서 구질서측 인사들과 경쟁, 이겨야 한다.

현재는 당외곽에서 나름의 세를 확보하고 있는 여권의 신주류는 신당 출범을 계기로 당쪽으로도 영향력을 넓히려 할 게 분명하다. 청와대 일부 핵심 인사들의 신당 참여설이 솔솔 새어 나오고 심지어 모인사의 경우 한때 신당 핵심 당직으로까지 거명됐던 것은 분명히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김대중대통령이 신당창당을 선언한 뒤 구질서와 신질서는 서로 주도권을 주고 받으며 한 치 양보없는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1라운드는 김대통령이 지난달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쟁점은 신당창당 방식이었다. 신당창당 작업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대한 미묘한 신경전인 셈이었다.

구질서측은 “국민회의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당 창당은 정계개편의 한 모습인데 어떻게 구심점이 없이 정계개편이 가능하느냐”면서 “국민회의가 신당 창당의 주축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공공연히 “신당 창당 작업은 우리가 맡게 될 것”이라며 “당을 만드는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는 태도까지 보였다.

반면 청와대 참모진, 신당에 참여할 뜻을 가진 외부세력들은 “국민회의가 창당을 주도해서는 안된다”고 맞받았다. 이들은 “신당의 개혁적 색채를 보다 분명히 하고 여권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먼저 신당을 만들고 국민회의가 여기에 흡수되는 ‘알파+1’방식의 신당 창당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입 교섭을 담당했던 국민회의 인사들은 상당수 당외 인사들이 “우리가 국민회의의 우산밑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버티자 난감한 처지에 빠지기도 했다.

신질서측‘느긋’, 구질서는‘초조’

결국 1라운드의 승자는 신질서측이었다. 여권 핵심부가 “국민회의는 해체하고 국민회의 인사들은 개별적으로 신당에 참여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의 현역의원, 지구당위원장들사이에선 “국민회의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해체해야 한단 말이냐”며 여전히 볼멘 소리를 하고 있지만 대세는 이미 국민회의 해산쪽으로 기울었다.

2라운드는 핵심부의 ‘기득권 포기’방침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이미 ‘대폭 물갈이’를 시사하고 ‘과감한 젊은 피 수혈’을 공언, 여권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줬다. 이어 국민회의 이만섭총재대행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러자 언론들은 일제히 “신당의 지구당 위원장 선임이 국민회의 현위원장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대규모 물갈이론이 여권을 강타했음은 물론이다

당연히 신질서측은 두 손을 들어 환영했다. 신당 참여가 기정사실화한 일부 조직에선 “국민회의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도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구질서측은 끓었다. 중진과 소장을 가릴 것도 없었다. 현역 의원, 지구당 위원장들이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선 자신들이 창당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나중은 나중이고 우선 당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나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지구당 당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지구당위원장이 모두 사퇴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왜 속시원히 얘기를 해주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들이 의원회관에서 공공연히 터져 나왔다.

물갈이론에 현역들 강한불만

대규모 물갈이론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됐다. “신당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중 하나인데 어떻게 선거경험, 지역기반이 풍부한 현역의원들은 죄인취급을 받고 그렇지 못한 신인들은 칙사 대접을 받을 수가 있느냐” “지금 이름이 나오고 있는 외부 인사들중에 실제 당선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이 도대체 몇이나 되느냐” “경쟁력있는 호남의원들은 수도권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발상이야말로 호남을 푸대접하는 것이다”는 얘기들이었다.

정권교체후 국민회의로 옮겨온 영입파의원들은 더욱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영입과정에서의 재공천 약속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일부 인사들은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의도적으로 편향된 보고서를 올린 탓에 핵심부인사들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새 것, 당밖의 것이 좋고 기존 국민회의는 버려야 할 대상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며 ‘신질서’측에 비난의 화살을 겨누기도 했다.

23일에는 국민회의의 공식회의석상에서 구질서측의 반격이 벌어졌다. “지금 국민의 비판은 대통령 보좌진과 정부의 실책때문이며 당자체의 잘못은 없다고 본다”는 신당창당 부정론에서부터 “국민회의가 해체된다느니 지구당위원장들이 사퇴를 한다느니 온갖 보도가 나오는데 도대체 누가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고 결정하느냐”는 추궁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구질서측의 ‘반항’은 효험이 있었다. 김대통령이 25일 기득권 포기 방침을 ‘선언적 의미’로 평가절하하면서 “공천률이 몇 %, 물갈이 몇 %니 하는 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들을 신당에서도 배려할 뜻을 강하게 시사한 것. 국민회의 한화갑총장도 “현역 의원들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느냐”며 “신당의 지구당위원장 선임때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들을 충분히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당 창당 방침이 확정되고 불과 한 달여동안에도 우여곡절이 상당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정치권에선 일반적이다. 신당창당 작업에

구체적으로 착수하면 정강·정책, 지도체제, 지구당위원장 선임등 신·구질서측이 넘어야 할 산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신효섭·정치부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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