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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오늘] '모피게이트'와 '하나님'

‘옷 사건 청문회’는 끝내 의혹을 풀지 못한채 특검제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8월31일 국무회의에서 “나는 확실히 결심하고 있지만 특검제까지도 해서 진실을 밝힐 것이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아프고 쓰라린 심정을 깊이 느끼며 반성하고 새로운 몸가짐을 갖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옷 사건’은 어떻든 두가지의 상징을, 의미를 던져주었다. 8월26일자 영국의 ‘더 타임’지는 이례적으로 이 사건을 ‘모피게이트’(Furgate)’라고 다뤘다.

서구인들이 보는 이 사건의 상징은 서울의 시각과는 사뭇 다르다. 국회 청문회장에 나온 여인들의 패션은 하루는 참회하려는 듯 검은색이었고 두번째 나올 때는 결백을 주장하려는 듯 흰색이었다.

연일 대서특필되는 ‘모피게이트’는 세계에서 타블로이드 신문의 선정주의가 활개치는 영국의 신문을 닮았다고도 보도했다. IMF사태로 경기침체한 서울의 5대 신문이 결사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이 사건을 호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 비해 한국일보 8월26일자 ‘한국만평’ 배계규 화백은 강인덕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의 부인 이형자씨,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가 두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그렸다. 내용은 “거짓말 하기도 지쳤어요!”였다. 세사람중 누가 이런 기도를 했을까 라고 묻고 있는 만평만화다.

세사람은 청문회장에서 스스럼없이 개신교의 독실한 신도임을 밝혔다. 그들 스스로 애국가에서 나오는 ‘하느님’이란 용어 대신 ‘하나님’이라고 신(神)을 불렀기 때문이다.

세사람에게 ‘하나님’은 신도 모두의 하느님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진실을 알아주는 ‘하나님’이었다. 배정숙씨는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한다. ‘하나님’은 알고 계실것입니다”며 이형자씨에게 옷값 대납 요구사실을 부인했다.

20년간 선교사업을 해왔다는 이형자씨는 “하늘에 대고, 땅에 대고 맹세하지 말란 말이 있다”는 성경을 인용, 배씨의 부인(否認)을 은근히 겨냥했다. “나는 평생 주님만을 위해 살아왔다. 배씨의 옷값 대납 요구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연정희씨는 “배씨에게 수사기밀을 사전에 누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다.”“‘하나님’은 저를 아십니다.”

‘하나님’은 과연 누구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드릴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며 저널리스트인 폴·죤슨(‘현대세계사’ ‘미국 국민사’ ‘유대인 역사’의 저자)은 ‘신의 탐구’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날때부터 카토릭이며 “하느님은 임종때, 응급실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에, 전투전야에, 태풍속 선원에, 위기가 닥친 비행기 승객의 마음의 기원속에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람으로서의 양심, 하나님에 대한 외경을 가지지 않는한 하느님은 이들의 기도와 기원을 무시하는 약간은 무관심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가 드는 하느님의 뜻을 가장 잘 알고 실천한 이가 아브라함 링컨 미국 대통령. 많은 사람들에게 무신론자, 불가지론자로 비쳤던 그는 1863년 11월19일 게티스버그 국군묘지 헌봉식에서 원문에 없는 단어를 넣었다.

“‘하느님이 보우하신’ 이 나라가 새로운 자유속에 다시 태어나고 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존속하도록…” 링컨은 하느님은 정의의 편이며 정의의 편에만 있는 창조주라는 신념이 강했다.

그는 남북전쟁의 종전을 앞두고 재취임 연설(1864년 3월4일)에서 하느님을 길게 인용했다. “양쪽은 (연방과 연맹) 모두 같은 성경책을 읽었고 같은 하느님께 기도하며 우리쪽을 도와달라고 믿었습니다. 하느님은 양쪽의 기도를 똑같이 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어느 쪽의 기도도 완전히 들어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확고한 정의로움에 의지해야 합니다.”

옷 사건 청문회에 선 세여인은 ‘하나님’은 누구의 편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양심의 편이고 정의의 옹호자임을.

박용배·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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