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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DR, 명실공히 2인자?

DR이 움직인다.

이회창총재를 제외하곤 당내 계파보스나 중진의원들의 근황과 동정이 도하 지면에서 거의 사라진 요즘 한나라당 김덕룡부총재의 이름 석자는 유난히 두드러진 데가 있다. 무엇보다 그는 당내 2인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이회창총재가 신설된 뉴밀레니엄위원회 위원장에 그를 낙점한 순간부터 DR은 이총재의 ‘개혁 파트너’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뉴밀레니엄위원회는 이총재의 최대 역점사업인 제2창당을 견인하는 헤드쿼터다. 누가 위원장을 맡았건 그에 걸맞는 위상은 어차피 보장돼 있었던 셈인데, DR이 이 자리에 앉음으로써 명과 실이 상부하게 됐다. 물론 이총재가 DR 좋으라고 위원장 자리를 내준 건 아니었다. 이총재로선 어쩌면 생존을 위한 필연의 선택이기도 했고, 자신의 정치화두인 미래지향적 선진정치에 부합하는 인물로 DR만한 카드도 드물었다.

제2창당 작업에 드라이브

어쨌건 DR은 뉴밀레니엄 위원장직을 제수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제2창당 드라이브에 착수했다. 그는 한편으론 제2창당의 얼개를 짜면서 다른 한편으론 당내 비주류 수장들을 다각도로 접촉했다. DR이 조순명예총재와 이한동 김윤환 전부총재를 연쇄 접촉한 것은 비주류의 불만과 불평조차 자신이 해 나갈 작업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표현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여당의 신당창당과는 차별화된 제2창당의 이념을 제시했다. 그가 설정한 제2창당의 세가지 원칙은 이런 것이었다. 첫째,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당(국민회의)이 따르는 하향식 창당과 달리 밑으로부터 올라오고 국민과 함께 하는 제2창당을 한다.

둘째, 국민회의의 신당창당은 결국 과거 DJ가 신당을 만들거나 대선 출마시 지지했던 친DJ류 인사들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 혹여 JP와 통합하는 일이 있게 된다면 그야말로 비빔밥 정당이 된다. 이와달리 한나라당의 제2창당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에 새 시대 신세력을 보탬으로써 ‘21세기 신정치 주도세력’을 창출한다. 셋째, 국민회의의 신당창당이 좌충우돌 우왕좌왕식 파괴적 개혁노선이라면 한나라당의 제2창당은 합리적·창조적 개혁노선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21세기 국가경영 비전을 창출하고 당 쇄신을 통해 수권정당으로 거듭난다’는 말로 집약표현될 수 있는 DR의 제2창당 이념정립은, 이벤트 대결로 갈 경우 자원과 자산이 풍부한 여권에 당할 재간이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한, 밑천 덜 드는 특화전략이다.

DR의 당 쇄신 작업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나, 그가 제2 창당작업의 사령탑에 앉게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 특유의 당 잡아먹기가 시작됐다고 보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이 곁눈보기들은 결국 “말이 좋아 뉴밀레니엄이지 DR의 목적은 공천권 장악이다. 신진세력의 당 영입도 궁극적으로는 자기사람을 필요한 자리에 심겠다는 것이고, 이는 바로 당 장악시도 아니냐”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큰 정치’위한 밑그림 그리기

아닌게 아니라 DR측도 “내년 총선의 1등 공신이 되겠다는 게 큰 목표중 하나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라며 굳이 본심을 숨기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설명문구가 있다. “총선승리는 한나라당의 지상과제다. 제2창당 작업의 성공은 DR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당 전체의 성공을 의미한다. 당에 헌신한 사람이 성공의 댓가를 돌려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냐”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DR이 뉴 밀레니엄 위원회 산하에 4개 분과위를 설치하면서 그중에서도 핵인 비전 21 분과위원회에 손학규전의원을 끌어들인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손전의원 포섭은 DR이 수도권 및 개혁세력과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할 것임을 천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차세대 정치인의 일원으로 나름의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손전의원을 ‘수하’에 둠으로써 차기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른 한편으로 DR은 이번 기회를 통해 YS의 그늘을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 세월 DR을 규정지어온 이미지는 독립된 대중 정치인이 아닌, YS 비서실장 출신으로 통칭되는 참모형 정치인이었다. 어쩌면 원죄일 수도 있는 이 이미지는 ‘나라망친 대통령’의 낙인이 찍힌 채 YS가 불명예 퇴진하면서 DR에겐 일종의 질곡이 돼 버렸다. 따라서 DR 입장에선 뉴밀레니엄이란 초대형 화두에 개혁이란 키 워드를 접목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과거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토대구축이 가능하리란 판단을 했음직 하다.

타계파 견제등 고비 많을 듯

아무려나 DR의 동선(動線)은 이미 당내 곳곳으로부터 입방아 대상이 되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DR과 그의 월권행위에 제동을 걸려는 이총재가 충돌했다느니, 뉴밀레니엄위원회를 위한 별도의 사무국을 요구했다가 하순봉총장과 두차례 설전을 벌였다느니 하는 루머들은 근거없는 낭설임에도 불구하고 DR 견제심리를 업고 그럴싸하게 당안팎에 유포되기도 했다. DR 자신은 이런 소문들에 관해 “총재 주변에 참새들이 있는 모양”이라며 이총재와의 직접적 신뢰관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정치인의 신뢰란 어디까지나 서로 이익이 남는 한에서이고 보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그 순간부터 갈등요인은 이미 배태됐던 것인지 모른다.

총선승리를 위해 한 배를 탄 DR과 이총재는 당헌당규 개정 및 당 물갈이 과정에서 제 계파로부터 집중견제를 받는 1차 고비를 맞게 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건 이 과정을 치르고 나면 내년 총선의 공천문제로 양자관계는 또다른 고비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범을 키웠는지 포수를 길렀는지는 그때가서 판가름날 일이다.

홍희곤.정치부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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