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한생명 처리에 제동

09/01(수) 16:17

금융감독위원회의 대한생명처리방식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금감위가 재벌및 금융개혁차원에서 추진해온 구조조정작업에 대해 사법부가 일침을 놓은 것이다.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28일 파나콤의 증자를 막기 위해 금감위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은 대한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금감위의 행정처분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놓고 내려진 31일의 행정법원 판결과는 상관없이 향후 대한생명 처리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 당황, 최순영회장은 힘 얻어

법원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기각으로 파나콤은 8월24일 이사회 의결대로 증자대금 500억원의 납입이 가능해졌다. 500억원이 계획대로 납입되면 파나콤이 대한생명의 주인이 된다. 현재의 자본금은 300억원(수권자본금은 8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경영권을 지키기위해 파나콤을 끌어들여 옥중투쟁을 벌여온 최순영회장이 힘을 얻게 된 셈이다.

금감위는 일단 행정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으로부터 의외의 일격을 맞은데 대해 당황하는 표정이다.

특히 금감위가 여론의 비난속에서도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온 공적자금투입에 대해 법원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는 “국민의 세금부담을 초래하는 공적자금 투입은 억제돼야 한다는 점과 금감위가 대생의 재무구조개선에 착수했어도 대한생명측에 의한 자율적인 재무구조개선이 금지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이를 토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금감위 주장대로 파나콤사의 자금출연능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금감위는 그때그때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국민세금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라는 의미다.

대생 구조조정 순탄치 않을 듯

행정법원이 금감위가 추진하는 대생의 주식소각과 공적자금투입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주더라도 대한생명의 구조조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파나콤이 30일 500억원을 증자해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금감위의 조치에 조직적으로 반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한생명의 순자산 부족액이 2조7,000억원이어서 현행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완전 감자가 가능하나 파나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결국 부실금융기관지정과 기존주식 소각,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경영정상화후 매각추진이라는 금감위의 기존 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감위는 파나콤의 증자는 인정하되 기존 자본금 300억원만 감자할 것인지 아니면 파나콤에 500억원을 돌려주고 정부가 기존 계획대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일방적인 공적자금투입에 부정적인 법원의 입장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금감위는 행정법원이 본안소송에서 유사한 결론을 내려 대한생명 구조조정에 관여할 길이 막힐 경우 추가부실방지와 계약자 보호차원에서 계약이전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한생명의 퇴출을 의미한다.

그러나 행정법원에서 금감위가 패소하면 파급효과는 대한생명처리 차원을 넘어 금융권 구조조정을 포함한 정부의 개혁드라이브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 개혁논리에 의해 퇴출된 종금사 등 금융기관은 물론 워크아웃에 돌입한 대우그룹도 법적 심판을 받아보겠다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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