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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스 대란... 부산경제 몰락위기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회장 구속으로 촉발된 ‘파이낸스 대란’이 전국적으로 심각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면서 수렁에 빠진 부산지역 경제를 몰락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정부 관련 당국에서 그동안 파이낸스사의 갖가지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다할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채 방치해 온데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피해실태

“이자를 많이 준다기에 20여년동안 개인택시를 몰아 모은 전 재산 8,400여만원을 맡겼는데 돈을 받지 못하면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삽니까.” “아끼는 후배가 파이낸스사 과장으로 들어가 5,000만원을 투자해야 직책을 유지할 수 있다기에 여유돈 3,000만원을 모조리 끌어다 맡겼읍니다.”

삼부와 청구파이낸스 투자가들이 투자금을 맡긴 사연은 끝이 없고 눈물겹기까지 하다. 뼈빠지게 파출부 일을 해서 모은 돈 수백만원을 맡긴 가정주부가 있는가 하면 최근 정년퇴임한 언론사 간부들도 무리지어 수억원의 돈을 맡겨 파이낸스 피해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일부 업체를 제외한 파이낸스업계의 전반적인 경영상태가 워낙 주먹구구식이어서 금융당국도 정확한 피해규모를 산출할 수 없지만 삼부가 5,000여명으로부터 7,000억원을 모은 것을 감안할 때 부산지역 90여개 업체에 3만여명의 투자가가 3조원 안팎을 맡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파이낸스가 상법상 회사에 불과하고 투자자는 주주신분이어서 여차하면 투자금을 증명하는 투자증서나 차입증서가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지의 사실인데도 드러난 엄청난 피해규모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지경이다.

삼부 양회장의 횡령이 드러난이후 청구파이낸스 김석원(35)씨 형제의 해외도피로 확산된 ‘파이낸스 대란’은 일단 추석이후로 지급을 유예해 일시 봉합됐으나 약속한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정불화, 이혼, 자살 등 사회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높다.

지역경제피해

부산지역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

지난해 12월 지역경제 회생에 유일한 기대주였던 삼성자동차 조업중단이후 실업율 등 경제지표는 일제히 바닥세를 기고 있으며 ‘환란(換亂)’을 벗어났다는 타 지역 소리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고 있다.

또 지역경제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수산업계 마저 한일어업협정이라는 헤머펀치를 맞았고 대우사태에 관련된 업체도 150여개에 달해 피해는 심각하다.

게다가 환란이후 동남은행과 4개 종금사 퇴출의 공백을 나름대로(?) 메워온 파이낸스업계 마저 붕괴 위기를 맞게 됐으니 향후 충격은 말로 헤아리기 힘든 형편이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의 일부’를 투자해온 파이낸스사들은 투자가들의 중도해지요구와 신규자금 유입 차단사태를 맞아 신규대출을 전면중단한채 대출금 회수에 나서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건실한 파이낸스로 알려진 부산 동구 범일동 D파이낸스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요구해도 쉽사리 수긍하지 않고 있다”며 “G, K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 대여섯곳에 투자한 10억여원을 회수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며 이것은 곧 이들 기업의 도산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경제계는 “지역 경제의 탄력·면역성이 취약한데다 상당한 투자금을 떼이는 상황이 불가피해 가뜩이나 심각한 구매력 부족이 심화해 약한 지역경제 기반을 더욱 할퀼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금 유치수법

파이낸스사들의 투자금 유치수법은 무작정 고배당 지급 약속에서부터 유명세타기, 재벌 행세하기 등 각양각색. 지역 연구기관에 출연하고 여권 인사에 줄을 대는 등 자금과 배경이 든든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면밀함을 보였다.

삼부파이낸스 양씨의 경우 ‘용가리’, ‘이재수의 난’, ‘짱’ 등 영화제작에 참여, 유명감독 및 배우 등과 투자조인식을 갖고 미국 할리우드 명배우 앤서니 퀸 등을 초청해 불우소년소녀가장돕기 행사를 여는 등 방법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그가 운영하는 업체에는 유명 탤런트·감독들의 방문사진이 즐비했으며 각종 행사들은 서민들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고객 돈을 빼돌린뒤 해외로 달아난 청구파이낸스 김씨 형제는 청구마트, 청구비치텔 등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터뜨리며 자금 동원력이 엄청난 것 처럼 위장했다.

문제점

파이낸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혀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을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수신행위를 한데 있다. 전직 사채업자가 대부분이었던 파이낸스사 대표들은 대부분 애초부터 과학적인 투자기법이나 자금운용은 문외한이었다.

삼부파이낸스의 경우 양회장과 측근 몇명만 자금운용 내역을 알았을 뿐 대부분의 직원들은 고객투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감조차 잡지 못한채 자금유치에만 매달렸다. 상당수 파이낸스사 대표들이 고객 돈을 제 돈 처럼 마음대로 만지기 위해 직원들의 경영참여를 철저하게 배제한 결과였다. 때문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출자하고 입사한 파이낸스사의 직원 대부분도 피해자인 셈이다.

또 ‘업계 최고 배당실시’ ‘안전성 보장’ 등 과당선전을 통한 고객 현혹작전도 피해를 확산시킨 계기가 됐다. 올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부파이낸스 등 전국 31개 파이낸스사의 과당광고행위를 적발, 1억원씩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으나 각종 선물공세와 광고전단 등을 통한 무차별적인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향후사태추이

부산지역 파이낸스사들은 지난 15일부터 만기가 돌아온 투자금에 대해서도 지급을 중단했으나 17일에는 한사랑 투자금융, 한라파이낸스 등은 일부 만기도래금을 지급해 파이낸스업계가 차별화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파이낸스사들은 만기금 지급시기를 추석이후나 2개월뒤 등으로 연기시켜 놓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정확한 지급시기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지급을 개시할 때이다. ‘삼부’사태이후 파이낸스사에 대한 신규자금 유입이 끊긴데다 자본금 잠식 등 심각한 부실양상을 보이고 있어 지급개시 이후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삼부파이낸스의 경우 양회장의 횡령액이 밝혀진 것만 800억원에 달했으나 남아있는 자산은 전체 투자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투자가들이 배분을 놓고 갈등양상을 빚을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해결대책

파이낸스사들이 만기가 돌아온 고객들의 자금을 제때 지급해야 하지만 상당수 업체는 부실규모가 커 지급이 불가능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금융당국이 나서 자산실사를 통해 남은 자산만이라도 공평하게 분배해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파이낸스사의 사실상 수신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중이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자본금 30억원만 있으면 설립가능한 할부금융사 창업투자자문회사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데다 수신행위를 투자자들의 출자행위로 위장하는 등의 수법을 통해 법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이낸스의 위험성에 대한 홍보강화와 법규정비, 금융당국 및 검경의 단속강화 등 지속적인 관심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김창배·사회부기자 c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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