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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저성장.고실업 극복, 고용유연성이 관건

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우리 경제는 각 부문별로 수많은 개혁과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노동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은행들의 퇴출과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자가 쏟아져 나와 실업률이 9%대까지 상승했고 그동안 치솟기만하여 고비용 구조의 한 요인으로 지적됐던 임금도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편으로는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노사가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위기 탈출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노사관계는 87년 이후 10년여만에 처음으로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로 노조와 경영자 그리고 정부간의 사회적 협의체인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타협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또한 ‘평생 직장’이라는 신화가 무너지면서 그동안 기업 경쟁력 약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고용 유연성 부족도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이러한 변화들이 외환위기 과정에서 강제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보탬이 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식의 세기로 표현될 수 있는 21세기에는 지식의 소유자인 근로자들이 포함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가 지난해 겪었던 노동시장에서의 여러 변화 경험들은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21세기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살펴 보기로 하자. 먼저 20세기말부터 시작된 세계화·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노동시장도 국

경 없는 무한 경쟁 체제에 편입되게 될 전망이다. 전 세계의 모든 근로자들은 취업 기회에 있어 국경없는 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고 이 경쟁에서 낙오되면 임금과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진전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생산요소인 근로자의 지적 자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둘째로는 고성장-저실업 시대에서 중성장-중실업 혹은 저성장-고실업 경제로의 전환을 들 수 있다. 이 경우의 근로자들의 관심은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안정에 더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이는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즉, 즉 지금까지의 임금을 둘러 싼 분배 문제 위주의 노사관계에서 고용 유지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생산 중시 위주의 노사관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생산 방식의 변화다. 기존의 표준화된 대량 생산 위주의 생산방식에서 고객의 수요에 맞는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은 현장에서의 근로자의 헌신과 창의성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며 기업이 입장에서도 특정 부문에 숙련화된 기능을 가진 인력의 양성과 유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노동 수요 및 공급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신세대 근로계층의 광범위한 등장으로 연공서열 위주의 고용 질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능력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보상 제도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 수요 측면에서도 첨단 기술과 개인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부문이 성장을 지속하여 이 부문에서의 인력 수요가 증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21세기의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는 근로자, 기업 모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 노동시장이 추구하여야 하는 목표는 다음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 한가지는 근로자들의 지식 습득과 재교육을 통한 인적 자본 축적이 가능한 교육 시스템의 구축이다. 지식 경제 사회에서는 개별 근로자들의 정보 습득 및 처리 능력 향상과 지속적인 재교육이 근로자들의 생존뿐만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이러한 방향에서의 고도의 인적 자원관리 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두번째는 생산적인 노사관계의 구축이다. 앞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고실업의 지속으로 고용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창의적인 숙련 근로자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 노사간의 고용 안정을 둘러 싼 이해는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고 보완적일 수 있다. 노사간의 기업 정보의 공유, 합의된 공동 가치 또는 목표이 존재 등에 기초한 노사간의 협력 체제는 또한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유연성을 최대 장점으로 가질 수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 수요 변화의 주기가 짧아질 경우 이러한 유연성의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용유연성(flexibility)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노동시장의 고용유연성은 상당히 제고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는 주로 수량적 유연성, 즉 주변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부문에 임시직, 파트 타임 근로자들을 이용하여 탄련적인 고용을 유지하는 것에 국한됐다. 무한 경쟁과 지식 기반 경제로 요약될 수 있는 21세기에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는 외부적인 수량적 유연성 보다는 내부적으로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능적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교육 체계의 강화를 통한 근로자들이 기능적 유연성 확대는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에서 더욱 중요시된다. 왜냐하면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에 있어서는 근로자들의 권한 확대를 통한 생산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능적 유연성 확대는 저성장-고실업 시대로의 진입과 수량적 유연성의 확대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으며 고용 안정과 생산성 확대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21세기는 이미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지금부터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보성·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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