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정부 구조조정에 '상처'

09/01(수) 16:29

지난주말 내려진 법원의 한 결정이 정부를 궁지로 몰았다. 경제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대한생명의 신주발행을 법적으로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이유없다’고 판정해 버린 것이다.

금감위입장에서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 결정은 대생에 국한하고 있으나 그 파장은 결코 대생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동안 취해진 정부의 개혁방법이 심판대에 올라 적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대생의 신주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결정과 함께 내놓은 법원의 판단이유도 이를 뒷받침한다. 법원은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귀착되는 공적자금의 투입은 가능한 한 억제돼야 한다”고 하고 특히 “대한생명의 자율적인 증자추진을 토대로 금감위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논리를 철저하게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구조조정 방법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정부의 결정으로 퇴출된 금융기관의 임직원과 주주들이 일제히 나서 “억울하다”며 ‘권리’를 말할 수도 있다. 쉽게 상정할 수 없는 가정이기는 하지만 이 경우 대생의 처리는 물론 정부의 개혁전체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대생의 장래는 두차례에 걸친 법원의 결정과 미국 파나콤의 증자에 따라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 정부가 계약이전조치 등 융단폭격을 통해 대생처리를 의도대로 마무리할 수도 있고 최순영회장이 경영권을 회복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주초부터 파나콤의 결정과 법원의 판정이 이어지면서 대생의 처리방향이 다양하게 추론될 전망이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부의 신뢰성은 적지않게 손상됐다.

이번 주에는 따라서 금감위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다양한 신뢰회복책도 제시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대생처리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포함된다. 경영권을 놓고 벌이고 있는 정부와 대생간 공방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파나콤 금감위 법원 등이 주초반 경제계 관심의 중심에 있게 된 것이다.

대우계열사, 워크아웃 진행이 최대 관심사

그러나 경제계 최대의 관심은 여전히 대우다. 대우문제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기 위해 긴박하게 돌아갈 것 같다. 우선 워크아웃 대상 12개 계열사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워크아웃 작업의 첫 단추인 이를 통해 채권단은 신규자금지원, 출자전환, 이자탕감 등의 지원조치를 결정한다.

대우그룹 채권단은 개별기업에 대한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이번주부터 자산 부채실사와 경영관리단 파견여부도 검토하게 된다. 이같은 작업에는 경우에 따라 수개월씩 걸리지만 대우만큼은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금감위가 월요일부터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대우처리를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금감위는 특히 9월초 세계은행과 출자전환에 대한 워크숍을 갖고 대우의 워크아웃 밑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대우처리방향과 무관할 수 없는 자금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심이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이번주에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 대우의 워크아웃 결정과 함께 은행권이 떠안게 된 5조원가량의 대손충당금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은행에 따라서는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도 거둬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의 추가상승이나 회사채 수익률의 상승도 예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그룹 12개계열사의 워크아웃 결정과 함께 예상치 않았던 돌발변수도 나왔다. 1년여 뚜렷한 진전없이 지지부진한 제일은행의 매각이 더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는 특히 김대중대통령 미국방문직전 정부가 거의 마무리된 것처럼 발표까지 한 사안이어서 제일은행건은 이래저래 정부의 대외 신뢰도에 먹칠을 하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내년예산편성 기본지침이 이번주중 발표되고, 말많은 그린벨트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이번주에 발표된다. 담배인삼공사를 시작으로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후속발표도 이번주중 속속 이어진다.

이종재·경제부 차장 j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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