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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궁화 3호 성공발사 이끈 황보한 박사

한국통신 위성사업단장 황보한(61)박사는 9월 5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위성발사기지에서 감격의 순간을 맛보았다. 5년전 무궁화1호가 발사체이상으로 수명이 줄어들었던 아픔을 깨끗이 씻은 것이다. 한국도 이제 세계 첨단 위성국가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날이기도 했다. 황보박사는 이튿날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록히드마틴사 관제소로 날아가 무궁화3호가 9일 오전11시33분쯤 지구에서 3만5,731㎞ 상공 정지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사실을 확인한뒤 10일 귀국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황보박사를 경기 분당시 정자동 한국통신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황보박사는 의외로 차분한 표정이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기분이야 좋지요. 한국우주기술의 수준을 한단계 높인 쾌거입니다. 무궁화3호는 내일(11일)이면 마지막 고비라고 할 수 있는 태양전지판과 안테나를 펴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그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각종 성능시험을 거친뒤 오는 10월23일께 최종 목표궤도인 동경116도로 진입해 본격적인 통신·방송위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무궁화3호는 11일 오전 우주에서 태양전지판과 안테나를 펴는데 성공, 시험운영에 들어갔다.)

-무궁화3호가 1·2호와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통신용 중계기의 새차원을 열었다는 점입니다. 무궁화 1·2호기에는 이른바 ‘Ku밴드’를 장착했는데 이번에는 ‘Ka밴드’를 장착했습니다. 전송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속도가 10배 가까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인데 현재 전세계는 모두 ‘Ka밴드’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무궁화3호의 ‘Ka밴드’는 현대전자가 설계부터 제작과 장착까지 전과정에 참여해 이뤄냈습니다. 모험이었는데 성공했습니다. 내년말까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로 현재 단말기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위성인터넷서비스를 통해 고화질의 영화도 보고 서울과 지방대학간에 양방향 원격교육도 가능해집니다.”

-무궁화3호 개발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까.

“무궁화 1·2호 개발에 3년 걸린 반면 3호는 2년으로 단축했습니다. 그런데 무궁화3호에 장착키로 한 프랑스 톰슨사의 방송용중계기가 우주에서 고장났다는 사실이 확인돼 비상이 걸렸어요. 다행히 정보를 일찍 입수하고 문제점을 발견해 전체 일정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아슬아슬했습니다.”

-공들여 만든 무궁화3호가 통합방송법의 미비로 당분간 실업상태에 빠지게 됐는데요.

“실업은 아니고 통신용중계기와 방송용중계기 일부는 모두 예정대로 작동합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일이지요. 위성을 쏘아올렸는데 관련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제기능을 못하는 일은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입니다.”

황보박사는 통합방송법이 마련되지 않아 무궁화 1·2호기의 방송중계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못하는 바람에 올해 9월까지 투자비 손실액이 270억원에 달했고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610억원이 날라갔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위성사업단도 구조조정 우선대상으로 꼽혀 인원의 약 30%가 감축됐고 황보박사도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가 디지털방송 기술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기회를 놓친 겁니다. 95년 무궁화1·2호를 쏘아올릴 때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디지털방식의 중계기를 장착했는데 당시 통합방송법이 뒷받침됐다면 기술개발을 다른 나라에 비해 빨리 시작할 수 있었죠. 지금은 이미 일본과 유럽국가들이 디지털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10년간 무궁화위성사업을 총괄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많으셨을텐데요.

“처음에는 기술은 물론이고 인력도 없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무궁화 1·2호사업을 하기위해 미국에서 경험있는 사람들을 7,8명 데려오고 국내에서 석·박사요원들을 훈련시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무궁화3호 제작할 때는 미국에서 온 사람들은 대부분 돌아가고 국내요원들이 주역이 됐습니다. 그만큼 우리수준도 상당히 높아진 것입니다. 그러나 IMF를 거치면서 기업체에 소속된 전문인력들이 사장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정부가 우주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관성있게 투자를 해야 합니다.”

-무궁화1호 발사가 잘못돼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우리의 잘못은 아니어서 보험으로 모두 회수했지만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발사가 실패하거나 우주에서 폭발을 하든지 작동이 안되든지 하는 일은 있어도 발사체의 잘못으로 연료를 소진해 수명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 억지로 만들려 해도 만들기가 힘들어요. 그때는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무궁화1호의 수명이 줄어드는 바람에 무궁화3호개발계획이 수립됐거든요.”

-앞으로 계획은.

“이제 후배들한테 물려줄려고 했는데 한국통신 사장님이 위성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지시해 당분간 자리를 지키게 됐습니다. 무궁화3호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지요. 무궁화4호기의 제작계획은 제가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고 정부에서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 제가 필요하다면 지체없이 참여할 겁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김명원·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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