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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경북 울릉도 (2) 끝

울릉도는 속내가 깊다.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운 바위산은 인간의 발길을 가로 막았다. 그 덕에 스스로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다. 10여년전 해안일주도로 공사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완벽하게 연결이 안 된 것은 철저히 자기방어적인 울릉도의 지형·지질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은 섬나라에는 ‘원시의 비경’이 곳곳에서 남아 숨쉬고 있다.

그 비경의 언저리라도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은 성인봉 등반. 등산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단연 울릉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을만하다. 성인봉의 높이는 984m. 1,000m도 안되는 산이라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등산이 해발 0m에서 시작하는데다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험하다. 태백준령의 1,500m 이상급 산을 오른다고 마음을 먹어야 한다.

등산코스는 도동에서 동남릉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과 차를 이용해 나리동으로 이동한 다음 정상에 올랐다가 도동으로 하산하는 두가지가 있다. 나중 코스를 이용하면 울릉도 북서쪽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원시림의 이국적인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성인봉의 정상은 넓은 평상 하나의 크기. 등반객이 많을 때는 제대로 올라서지도 못한다. 그러나 꼭 정상을 밟고 사면을 둘러보아야 한다. 절벽 사이로 펼쳐진 망망대해. 360도를 둘러봐도 모두 수평선이다. ‘내 생애 가장 넓은 곳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는 희열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요즘 울릉도에는 볼썽사나운 사건이 하나 생겼다. 군에서 나리분지에 기지를 만들면서 성인봉 측면(일명 말잔등)의 나무를 마구 잘라냈다. 올 여름비에 토사가 흘러내렸고 식수원이 되는 물줄기에 섞이면서 울릉도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었다.

나리분지는 밑바닥 전체가 물. 섬에 내린 비가 이 곳에 모여서 침잠한 후 사면으로 흘러내려 울릉도 주민의 먹을 물이 된다. 나리분지에는 기지를 지원하기 위한 아파트등 각종 시설도 들어설 예정인데 그렇게 된다면 울릉도의 물은 엄청나게 오염될 것이 뻔하다. 가뜩이나 갈수기이면 물이 부족한 울릉도이기 때문에 물오염은 곧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을 의미한다. 현재 울릉도민들은 ‘맑은 물 지키기 운동본부’등을 조직해 기지건설에 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단순히 물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반도에 몇 곳 남지 않은 원시의 자연을 짓밟아야 하는지, 군당국은 환경과 관련한 철저한 논의를 거쳤는지 궁금하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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