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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바둑계 '허리'가 휜다

경제한파로 기전이 대폭 줄어든 이후 다시금 속속 새로운 기전이 생겨나고 과거 기전이 복구되는 등 바둑계는 상당히 부산스러운 시절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아직도 ‘자신은 위기’라며 시큰둥해 있는 군(群)이 있으니 기사생활 20년을 이어온 바둑계의 근간, 중견기사들이다.

프로는 대국을 할 때 비로소 자신이 프로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당연히 프로는 좋은 대국으로써 좋은 기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 기본 존재이유. 그런데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바둑계도 은연중에 잦아들어 한국 바둑을 이끌어온 40,50대 중견들이 설 땅이 점점 좁아져 기사생활의 존폐위기에 몰린 경우까지 있다.

겉으로 보기엔 프로바둑계는 상당히 융성하다. 비록 최고수의 경우이긴 하지만 이창호는 한해 7억원을 번 적도 있고 타이틀 보유자 쯤 되면 한해 2~3억원은 거뜬히 벌어들인다. 또 기전이 많아짐으로 해서 대부분의 기사들의 대국수가 늘어나 단순 수입으로는 상당히 늘어난 추세다. 그러나 빛좋은 개살구라고, 40,50대 중견들은 한달에 한번 대국을 갖기조차 힘들어졌으니 점잖은 체면에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실정이다.

기사들의 대국수는 돈과 직결된다. 승률 50%의 평범한 기사들의 대국내역을 살펴보면 그들이 상당히 굶고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43세인 P 7단은 8월말까지 고작 19판을 두었다. 그 중에 돈이 한푼도 생기지 않는 승단시합 2판을 빼면 17판을 두었다는 얘기다. 한달에 두판꼴. 그러면 대국을 가져서 가져간 대국료는 한달에 대략 40만~50만원이라는 얘기가 된다. P 7단의 성적이 하위는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

한때 ‘도전5강’으로 불리우던 K 9단은 이제까지 15판을 두었다. 그는 최근 오히려 해설자로 이름이 더 높은데 그쪽 수입이 더 많아진 건 당연지사. 따라서 지속적인 연구열을 기대하긴 터무니없는 대국수라고 하겠다.

반대 경우도 있다. 올해 21세인 신진기사 K의 경우다. 그는 올해 성적이 좀 좋기는 하지만 무려 45국을 두어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또 여류기사 P양은 벌써 39판이나 두어 한국기원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할 정도다.

한마디로 신인이나 여류기사들은 활황이요, 40대 이상 중견 등은 먹고살기 힘들 정도의 분배가 이루어지는 실정이라 하겠다.

왜 이리 되었을까. 역시 경제한파가 주범이다. 그럼 똑같이 어려운 시절이면 똑같이 못먹어야지 왜 이리 분배가 이상하게 되었느냐가 관심이다.

주최사들의 입장에선 전체 규모가 작더라도 기전을 계속 유치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기존의 기전을 대폭 손질하다보니 신인기전 여류기전을 만들어 버려 과거의 기전과 비교해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특화되는’기전들이 늘어남으로 해서 참가 자체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대왕전은 여류명인전으로, 비씨카드배는 신인왕전으로 바뀌어 버렸다. 중견들은 신인도 여류도 아닌 관계로 졸지에 출전 기전이 두개나 줄어들게 됐다. 그 뿐이 아니라 새로이 생겨난 기전도 아예 처음부터 규모를 축소하여 신인대회로 출범해버리니 신인들만 살 판이 난 것이다.

바둑계 전체로는 손해 날 일은 없다. 어떤 기전이든지 기전만 있으면 겉으로는 활성화가 되니까. 그러나 문제는 선배가 잘되지 않고 후배만 잘되는 사회가 없듯, 바둑계의 근간을 이루는 대규모 중견집단이 집단으로 ‘아사(餓死)’하는 순간을 맞을 만큼 외면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인들의 백년대계를 위하는 것도 좋지만 똑같은 이치로 중견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기전으로 환원하든지 어떤 형식으로든 기전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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