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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으로 보는 조상들의 지혜] 서울 종로구 돈의동

서울 종로구 돈의동은 탑골공원과 종묘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1914년 4월 1일 일제가 부제의 실시에 따라, 옛 중부 경행방(慶幸坊)의 어의동(於義同), 교동(校洞)의 각 일부와 정선방(貞善坊)의 한동(漢洞)과 장대장동(長大將洞)을 합하여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敦化門)과 어의궁(於義宮)의 이름을 따서 돈의동(敦義洞)이라 했다.

이 돈의동에 대하여 그럴 싸한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조선조 영조·정조때 두터운(敦) 의(義)로 모범을 보인 채(蔡)씨 형제의 아름다운 이야기다.

서울에 살던 채재민이란 청년이 평양에 가서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여 그만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먹고 지내던 집의 딸과 눈이 맞아 집주인은 서울의 양반집 아들인 채재민을 데릴사위로 삼았다. 그 뒤 별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위를 몹시 미워하게 된 장인이 그를 내쫓으려 했다. 이때 뒷날 명재상으로 널리 알려진 채재공이 평양감사로 부임하게 되었다.

장인은 신임 감사와 사위가 성씨와 돌림자가 같으므로 어떤 관계인지를 묻자 채재민은 얼떨결에 사촌형님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그 뒤, 장인은 날마다 감사 형님을 찾아가지 않는다고 성화를 하므로 견딜 수 없게 된 채재민은 마침내 혼자 감영에 나가 채 감사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죽여달라고 청하였다.

이때 채 감사는 ‘네가 장인과 함께 오면 내가 너의 진짜 사촌형이 되어줄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다음날 그가 장인을 모시고 감영으로 들어가니, 채재공은 버선발로 뛰어 나와 진짜 사촌 동생과 사돈을 대하 듯 두사람을 융성하게 대접하였다. 그 뒤 채재민은 감사 덕분에 잘 지내다가 채 감사가 서울로 영전되어 가자 함께 상경했다.

채재공(1720-1799)은 조선조 숙종 46년부터 정조 23년에 이르기 까지 중신으로서, 1753년 호서(湖西)지방의 민심을 파악하는 암행어사를 거쳐 한성부우윤(漢城府右尹:서울 우시장), 예조참판, 예조·병조판서를 지냈다.

1777년(정조1년) 벽파(僻派)인 홍상범(洪相範)의 정조 시해음모사건을 적발, 1780년 홍국영(洪國榮)의 세도정권이 무너진뒤, 정치 경제 문화 사회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정조를 도와 왕으로 하여금 훌륭한 치적을 쌓도록 한 인물이라고 역사는 쓰고 있다.

특히, 국조보감(國朝寶鑑)편찬에 적극참여, 1788년 우의정으로 이듬해엔 좌의정에 까지 올랐다.

신서파(信西派)의 영수로서 공서파(攻西派)와 맞서 천주교도의 박해를 막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1793년 영의정에 오르기 까지 10여년동안 천주교도에 대한 온건정책을 펴 나갔다.

한편, 평양에서 상경한 채재공은 평양에서 어거지로 알게된 채재민과 함께 돈의동에 두 채의 집을 지어 함께 살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비록 나중에 붙여진 돈의동이라는 땅이름이지만 그 뜻대로 옛 선조들의 ‘두터운 의리(敦義)’를 잘 보여주고 있어 오늘을 살아가는 세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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