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웃기는 상술'

09/01(수) 17:30

천재적인 영화인들, 재주꾼들이 적지 않지만 특히 코미디 장르에 장인들이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이는 코미디야말로 영화의 기본, 밑바탕이라 할 각본으로 승부를 걸지 않으면 안되는 장르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수 효과를 남발하는 엄청난 물량 공세의 영화들이 판을 치고 있지만 이야기 전개의 허술함 때문에 비평가들의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더라도 돈을 적게 들인, 아이디어 반짝이는 코미디 영화의 미덕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스탠리 투치는 다양한 영화의 조연을 거쳐 ‘빅 나이트’ ‘임포턴스’와 같은 저예산의 재미있는 영화의 각본을 쓰고, 직접 돈을 모아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아온 재간꾼. 우디 알렌의 뒤를 이을 코미디계의 재목감으로 기대되고 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그 스탠리 투치가 사기성 농후한, 그러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장사꾼으로 출연한 영화가 ‘알라미스트 The Alarmist’(연소자 관람 불가 등급, 콜럼비아 출시)다. 물론 ‘알라미스트’는 그의 개성을 십분 살린 블랙 코미디.

그리고리 보안 회사에 막 입사한 인턴 사원 토마스 허들러(데이비드 아퀘트)는 사장 그레고리 하인리치(스탠리 투치)와 그의 충실한 여비서 샐리(메리 멕코맥)의 판매 시범을 보고 감탄한다. “공포감 조성 말고 하나라도 더 팔자”는 모토와 “미국은 10초마다 범죄가 발생하는 나라이며, 그 범죄에 당신이 희생될 확률은 25%, 그리고 강도 사건의 60%는 강간 사건”이라는 통계치를 밑천 삼아 보안 장치 세일즈에 나선 토마스. 화가인 아름다운 미망인 게일 엔코나(케이트 캡쇼)를 첫 고객으로 맞은 토마스는 너무나 쉽게 보안 장치를 팔게되는 것은 물론 그녀의 애인이 되는 놀라운 성공을 거둔다. 사장은 토마스의 판매 실적에 기뻐하며 그를 유명 배우 대신 자사 제품 광고 모델로 발탁한다.

3년째 범죄가 줄고 있다고 한탄하며 일부러 주택에 침입하는 척해 보안 장치의 필요성을 유포시키는 사장의 행동에 반감을 품게된 토마스. 사장은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일 뿐 누구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라며 거짓 주택 침입을 변명하는데.

케이스 레딘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알라미스트’는 드러내놓고 웃기는 영화가 아니다. 블랙 코미디의 유머가 그러하듯 조금 생각해 보아야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기관단총까지 구비해놓고 “기계에 놀아나지 말라, 내가 곧 우리 집 안전 요원”이라고 기염을 토하는 머리 허연 할아버지라든가, 여주인공 게일이 보안 장치를 가장 먼저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목숨을 낚시처럼 낚는 게 취미라는 연쇄 살인범에게 희생되는 등, 웃기 어려운 상황으

로 기가 턱 막히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영화다. 무대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연기를 보는 맛이 각별한데, 스탠리 투치 외에도 ‘스크림’의 어벙한 보안관으로 분했던 데이비드 아퀘트도 눈여겨 볼만하다.

옥선희·비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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