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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쟁] 눈물겨운 준비.. 얼굴에 칼도 댄다

서울지역 Y대 4학년인 K(27)씨는 두달 전 성형외과에서 눈과 코를 성형수술했다. 인상이 지나치게 날카로워 보여 면접시험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변의 충고에 따른 것이다. K씨는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대졸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K씨와 같은 경우는 이제 다반사가 됐다. 채용시험에서 면접의 비중이 커진 것이 원인이다. 서울 삼성동 ‘심형보 성형외과’심형보 원장은 “최근 2~3년새 성형수술을 받으러 오는 남자 대학생들의 수가 이전에 비해 10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개업 8년째인 심원장의 이야기. “90년대 초 만해도 내원자의 99%가 여자였으나 최근에는 10%정도가 남성이다. 취업시즌을 앞두면 수는 더 늘어난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누나나 엄마 등 가족들이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다.”

남학생들, 면접대비 성형수술 성행

성형부위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흉터제거가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더 똑똑하고 스마트해 보이기 위해서 수술을 한다는 것이다. 코를 세우거나 부드러운 인상으로 바꾸기 위해 눈과 코의 조화를 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심원장의 말이다.

입사시험에 면접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기업들은 피면접자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블라인드 인터뷰(Blind Interview)’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블라인드 인터뷰는 면접관이 지원자의 출신대학이나 전공 등 이력사항을 모르는 상태로 면접하는 방법이어서 면접관에게 주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현대, 쌍용그룹 계열사들은 올 하반기에 이 방식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가의 PC방도 달라진 새태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이 신문방송의 광고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채용광고를 하는 바람에 취업 희망자들이 다투어 컴퓨터 앞으로 몰리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 취업정보의 요람으로 등장한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을 보지 않으면 취업기회를 놓친다”것이 정설이다. 특히 수시채용을 하는 기업에서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서도 인터넷으로 받고 있다. 원서를 별도로 배부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쓰도록 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올 하반기 인력채용시 인터넷을통해 사이버 채용을 하는 기업은 전체의 30% 이상이 될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서울의 S대 졸업생 L씨의 말에 따르면 PC방에서 컵라면을 먹어 가며 ‘작업’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간당 1,500원씩만 내면 각종 취업정보는 물론이고 지원서 작성까지 PC방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PC방은 취업 재수생이나 졸업 예정자들의 주요 생활공간이 돼가고 있다.

취업의 모든것 담긴 인터넷

채용공고가 1,000여개씩 떠있는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검색자의 감(感)과 테크닉이 주효하게 된다. 일일히 검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사급’경험자들은 제목만 죽 훑어 보아도 업체의 성격이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 원서접수는 지원비율의 허수(虛數)를 높이는 역기능도 한다는 것이 기업 인사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일일이 회사까지 찾아 오지 않고 컴퓨터로만 지원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마련한 양식을 이용해 막무가내로 내고 보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도 IMF 이후의 새로운 경향이다. 채용규모가 대폭 줄어 문이 좁아진데다 또다른 구조조정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시와 자격증 준비생의 수가 폭증하고 외국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이와 연장선상에 있다.

취업 희망자들에게 중소기업이 대접받게 된 것도 세태를 반영한다. 유망 벤처기업은 취업난을 유능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급한 김에 중소기업에 취업한 사람 중 상당수가 재취업의 기회를 노리는 탓에 상당수 중소기업은 인력유출을 걱정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기업들이 채용제도를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소수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대규모 인사팀을 운영하는 것은 군살빼기에도 역행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리크루트 전문업체에 채용을 의뢰할 경우 훨씬 싼 비용으로 양질의 인력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아웃소싱의 이점이다.

교실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2학기에 들면서 오히려 4학년들의 수업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막판에 취업관련 공부를 한다고 갑자기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수업이나 듣자’는 식이 된다는 이야기다. 실업자 신세를 피하고, 고용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대학원을 가는, 일종의 ‘도피성 진학’도 IMF가 빚어낸 현상 중 하나다.

영남대 백승대 교수(사회학)는 “취업난으로 사제간의 관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의 경우 전공에 대한 애착이 없는데다 교수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인 데서 오는 존경심의 약화가 그것이다. 당연히 학생들에 대한 교수들의 영향력도 더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백교수의 설명이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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