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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쟁] 대졸 취업자는'신의 아들.딸?'

200명을 뽑는데 2만5,216명이 지원했다. 경쟁률 126대 1. 신세계 백화점이 9월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접수한 대졸 공채 사원모집의 결과다. 신세계측은 103대 1을 기록했던 지난해 보다 5,000명이 더 몰려 들었다고 밝혔다.

‘126대 1’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마디로 올해에도 대졸자와 졸업예정자들에게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회복 속도가 눈에 보인다고 하지만 취업전선에는 아직 IMF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수요·공급 양방향에서 적신호

올해 고학력자 취업전선에는 공급과 수요 양방향에서 적신호가 켜져 있다. 공급과잉과 수요축소가 동시에 작용해 경쟁을 가열시킨다는 의미다.

우선 수요측면. 내년 2월 졸업하는 4년제 대학 4학년생 수는 23만9,157명(올 4월1일 기준). 여기다 올해 2월 졸업한 18만7,754명중 상당수 미취업자가 가세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일단 들어가고 보자’며 임시로 취직했던 상당수 가취업자가 다시 구직대열에 합류한다. 연말 취업시장에 나올 대졸자와 취업재수생 수는 약 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30대 기업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채용계획은 그야말로 ‘소금물’이다. 월간 리크루트 10월호에 따르면 14개 업종 502개 기업의 채용계획은 모두 합해 1만6,000여명 수준. 수치상으로는 IMF 소용돌이에 빠져 있던 지난해에 비해 50%가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적체된 미취업자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늘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

30대 기업 계열사 중 100명 이상 하반기 채용계획을 가진 회사도 그리 많지 않다. 현대정보기술(100명), 현대증권(150), 기아자동차(450),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1,000명), 대우증권(100), 신라호텔(100), LG전자(150), LG정보통신(200), LG텔레콤(100), LG-EDS(100), 굿모닝증권(100), 롯데백화점(100), 롯데칠성음료(200), 동부화재(100), 코오롱상사(117), 제일투신증권(200)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채용 패턴도 크게 변했다. 대규모 정기공채에서 소수, 수시채용으로 형태가 확 달라진 것이다. 대신에 즉시 활용 가능한 경력직 채용이 절반에 이를 전망이라 대졸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경력직 채용이 늘수록 신규 졸업자들의 기회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고학력자 공급과잉, 인문계열은 ‘참담’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취업전망이 작년보다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위원의 이야기. “고학력자 과잉공급이 장기 누적돼 있어 하루아침에 해소되기는 어렵다. 30대 대기업의 흡수량도 적어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분적 호황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조조정 중이라 과거처럼 왕성한 채용은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신규채용이 느는 분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시 김위원의 설명. “기업 자금조달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 형태로 바뀌면서 금융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 금융업계의 인력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기업들이 침체됐던 연구개발 투자를 확충하면서 이공계열 졸업생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김위원은 경제구조와 기업의 채용패턴이 바뀌고 있는 만큼 취업 희망자들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자들도 대기업에만 집착하지 말고 유망 중소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눈높이를 낮추면’의외로 일자리가 많다. 정보통신 등 이공분야는 인력이 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인문사회계열 대졸자에게는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연세대 철학과 4학년 K군은 “암담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학과 불이익이 너무 크다. 아예 서류심사에서 떨어진다. 작년 졸업생 중에서도 취직한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취직했다 해도 가고 싶은 곳 간 사람은 본 적이 거의 없다.”그러면서 K군은 “학과 안따지는 외국회사에 문을 두드려 봐야 겠다”고 말했다. 평소 알던 사람을 총동원해 결원이 생긴 외국회사가 있으면 재빨리 지원하겠다는 심산이다.

유망 중소기업으로 눈 돌려볼 만

올 하반기 주요 기업의 채용전망은 업종별로 기상도가 다르다. 리크루트지에 따르면 전자, 정보통신, 유통, 호텔, 금융권은 ‘맑음’이지만 건설, 철강, 조선, 금속, 섬유, 의류업종은 ‘흐림’이다. 특히 건설, 철강 등의 업종은 내년 하반기까지 신규채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가장 전망이 밝은 곳은 금융권. 은행, 보험, 증권업체는 경기회복에 힘입어 4,000여명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보업계와 중소형 증권사들이 채용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어 주목해 볼 만하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2,500여명을 신규채용할 전망이다. 호텔업계는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2년 월드컵 개최 등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를 앞두고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신규채용에 나서고 있다. 큰폭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통, 외식업계와 소비회복에 따른 점포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백화점, 할인업체들도 문이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이같은 일부 업종의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전체 대졸 구직자와 주요기업의 일자리 균형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연구위원의 말대로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망한 중소기업이 많다. 한 중견기업의 30대 이사 K씨는 “회사와 함께 커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샐러리맨의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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