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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막강 권한... 공포와 증오의 대상

세리와 창녀는 시대와 나라를 구분하지 않은 인류의 공통분모다.

성경에도 막달라 마리아로 대표되는 창녀가 등장하고 세리인 바리세인을 냉혹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그렇다면 현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꼽히는 미국의 세금당국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최고 권력자의 오른팔로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선진국답게 국민에게 친절한 도우미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둘다 맞는다고 보면 된다.

미국 국세청(IRS·Internal Revenue Service)은 흔히 연방수사국(FBI)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어 왔다. 국세청에 잘못 보이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거덜나는 것은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소불위의 권력, 국민들 위에 군림

“죽음과 국세청의 추적은 피할 수 없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이니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국세청 공포감을 알 수 있다.

이런 미 국세청이 최근 몇년동안 완전 탈바꿈 작업을 하고 있다. 물론 스스로 개혁작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국세청의 횡포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증오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상원 재무위가 97년 9월 국세청의 권한남용과 불공정 과세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면서 그동안 국세청이 휘둘러온 권력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 개혁의 단초가 됐다. 증언을 통해 일부 국세청 직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부유층이라도 직원들과 아는 사람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신문기고 등을 통해 과세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을 납세저항자 명단에 올린 사실도 폭로됐다.

국세청으로부터 불공정한 세금추징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한 한 여성증인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남편과 이혼하고 파산신청을 했다”며 “우리는 한평생 국세청때문에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울먹여 국민들의 동정을 받기도 했다.

1년뒤인 98년 4월 또다시 열린 청문회는 국세청의 대폭적인 개혁으로 연결됐다. 주로 국세청 내부고발자들이 증언한 국세청 비리의 핵심은 무소불위의 권력행사. 음주운전단속에 적발된 국세청 직원이 단속 경찰에게 세무조사는 물론 탈세혐의로 구속시키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고 어떤 국세청 직원은 세무조사에 필요하다며 공금으로 고급승용차 20대를 구입해 착복하기도 했다. 전직 국세청 직원은 다른 직원들의 비리를 조사·지적한 이후 동료들로부터 철저히 따돌림을 받고 사실상 추방당한 과정을 생생히 고발해 충격을 주는 등 권력남용과 내부비리가 낱낱이 까발려졌다.

권력앞에선 ‘고분고분’

국세청의 막강한 권력은 최고 집권자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세청은 지난해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후원금 내역을 조사했다가 말썽이 되자 최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해리티지재단과 정부낭비감시 시민단체 등 공화당과 노선을 같이 하는 보수성향의 단체나 개인들은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국세청으로부터 편향적인 세무조사를 받아왔다고 주장해 97년 상하원 합동 조세특별위원회가 국세청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사실 이 정도는 국세청의 과거 행태에 비춰보면 별거아니다.

1차대전 이후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세청을 활용해왔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취임하자 마자 백만장자로 재무장관을 12년동안 지내면서 공화당의 돈줄 역할을 한 앤디 멜론을 ‘손볼 사람’제 1호로 지목, 국세청이 표적조사에 들어가 200만달러에 이르는 세금과 벌금을 추징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여사도 한몫했다. 엘리노어여사는 민주당정부에 비판적이었던 한 언론사의 탈세소문 내용과 함께 “자세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청장생각은 어떤지요”라고 적은 메모를 국세청장에게 건네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닉슨 대통령은 국세청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데 발군의 솜씨를 보여주었다. 닉슨 대통령은 70년 조지 왈라스가 앨라배마 주지사선거에 출마하자 72년 대선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을 우려, 국세청으로부터 왈라스에 대한 세무조사자료를 넘겨받아 주지사 예비선거를 며칠 앞두고 언론에 흘렸다.

닉슨은 역설적으로 국세청을 정치적으로 독립시키는데 공헌한 대통령이기도 했다. 워터게이트사건 조사과정에서 닉슨의 국세청 악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회는 76년 ‘국세청 업무규정 제 6103조’를 신설, 대통령이 국세청에 납세자료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를 대폭 제한하고 자필서명 요청서를 첨부토록 했다. 이후 포드 카터로 이어지는 대통령들은 이 조항을 비교적 충실히 지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정부 들어서 다시 권력편향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세청은 또다시 권력편향의혹과 함께 내부비리, 권한남용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초인 93년 참모들은 클린턴 대통령의 친척과 선거운동원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 공화당정부 때부터 일해온 백악관 여행담당 직원 7명을 해고하자 이틀뒤 국세청 조사요원들이 직원들의 회계장부를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 백악관이 해고된 직원들의 반발을 막기위해 국세청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세청에 대한 공격은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주도해왔다. 국세청의 과다한 세무조사로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공화당은 92년부터 매년 국세청 예산을 삭감하고 대선때마다 국세청 폐지·축소론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클린턴 대통령은 국세청의 권한남용에 대한 의회의 1차 청문회후에도 국세청을 옹호했지만 98년 2차 청문회에서 내부비리가 잇따라 폭로되자 의회의 전면적인 국세청 제도개혁에 협조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재무부의 국세청에 대한 감독권한을 박탈해 독립적인 ‘9인 감독위원회’로 넘기고 세금관련 분쟁시 입증책임을 납세자에서 국세청으로 넘기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국세청 개혁법안이 상·하 양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고 클린턴 대통령도 법안에 즉각 서명했다.

대고객서비스 도입등 변신안간힘

그후 1년. 미국인들은 97년 임명된 엔지니어이자 기업인 출신 찰스 로소티청장이 이끄는 국세청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뜻한 디자인의 국세청 인터넷사이트가 생겨 세금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세무서에 가지 않고 서류를 제출할 수도 있다. 신고서 한장을 받으러 이곳 저곳 헤맬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국세청이 민간기업에서 쓰는 대고객 서비스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 세무서에 각종 세무민원을 즉시 현장에서 해결해주는 창구를 신설하고 올해부터는 24시간 무료 세무상담전화를 개설했다. 직원들에게는 친절교육이 의무화됐다. 국세청측은 “납세자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세금신고가 정확해지면 그만큼 인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고의탈세를 추적하는데 전력을 다할 수 있다”고 사뭇 달라진 투로 말한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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