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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걸리면 간다" 재계 '덜덜'

허름한 옛 청사를 버리고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옮긴 탓일까. 국세청이 청사가 바뀐 것보다도 훨씬 더, 그것도 훨씬 더 무섭게 변하고 있다. 3개월간의 세무조사끝에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 일가가 탈루한 1조895억원의 소득을 찾아내 5,416억원의 세금을 매기는가 하면 국내 최고 재벌인 삼성그룹에 대해서도 “대기업 오너의 탈루소득과 변칙상속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전방위로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국세청이 서울 종로구 종각타워빌딩으로 이사를 완료한 지난 9월2일. 종각타워빌딩의 주인인 삼성그룹은 갓 이사온 세입자인 국세청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안정남국세청장이 전례가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그동안 국세청장은 공식 기자회견을 한 적이 없었음),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이 자신의 유일한 아들이자 후계자인 재용씨에게 우회증여를 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안청장은 “세금납부가 없는 부(富)의 사전상속과 변칙증여에 대해서는 대기업이든 누구든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밝힌뒤 “3월 결산법인인 삼성생명이 지난 6월말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변동 상황을 신고, 그 내용을 전산분석중”이라고 말했다.

강도높은 세무조사로 대기업 압박

삼성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강력한 의지는 10월6일 국정감사에서도 확인됐다. “삼성그룹 이회장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321만7,000주를 자녀들에게 저가(주당 7,150원)에 넘겨 최소 225억원을 사전 상속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세금을 부과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국세청은 또 “이회장 부자의 삼성생명 주식 매집건에 대해서도 전산분석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 보광그룹에 이어 삼성그룹도 연말 이전에 본격적인 세무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미 결과가 발표된 한진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강도도 달라진 국세청의 모습을 유추하기에 충분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당초 국세청의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국세청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한뒤 사실상 백기투항을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진그룹에 대한 이번 조사는 추징세액뿐만 아니라 투입한 조사인력 등에서도 신기록을 양산했다. 추징세액 5,416억원은 이전의 최고 기록인 포철의 추징세액(765억원)의 7배에 달한다. 조사인력 역시 서울지방국세청 인력의 대부분인 250명이 투입됐으며 한진그룹이 해외에 은닉한 세금을 찾아내기 위한 전문인력을 지방청에서 차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9월1일부터 조사인력을 기존의 두배 수준인 5,000명으로 확대하는 한편 사회지도층 인사에 대한 광범위한 세무검증을 실시키로 하는 등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는 ‘세정(稅政)의 칼날’을 번뜩이고 있다.

“정치적”일부주장에 “당연한 일”반박

그렇다면 국세청은 왜 갑자기 달라진 걸까. 국세청의 직접적인 포화를 받고 있는 재계와 기득권층에서는 ‘내년도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동기가 숨어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작 당사자인 국세청과 안청장은 ‘지극히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정치적으로 불순한 동기가 개입됐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왜 굳이 한진그룹이 타깃이 됐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92년 대통령 선거때 조중훈 회장이 당시 김영삼 민자당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과 DJ정권의 들어선뒤 잇단 항공기 사고로 불협화음을 불러일으킨 것이 세무조사의 계기가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이들은 최근 중앙일보 사태로 발전된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와 삼성그룹에 대한 다방면의 압박 역시 정치적 뒷배경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국세청과 안청장은 정치적인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맞받아 치고 있다. 안청장은 10월6일 국정감사에서 “통일그룹과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며 어떤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며 청와대 등 다른 기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특히 수사착수 배경에 대해 “보광그룹 세무조사는 성실신고 이행여부를 분석,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업자금 변칙유출 혐의가 발견되고,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보광등 3개 주력기업이 최근 5년간 250억원의 누적손실을 봤다고 신고했음에도 중앙일보 주식 등 171억원 상당의 주식을 취득하는 등 탈세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에 조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청장 강한 의지, 대변신 이끌어

안청장은 특히 검찰 수사발표에서 당초 세금포탈규모가 133억원에서 23억원으로 줄었으나, 이는 사기 및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포탈한 세액이 23억원이라는 것이며, 현재까지 홍 사장의 탈루세액이 133억원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의 대 변신이 일시적인 것이든 아니면 완전한 환골탈태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기업 세무 담당자들로서는 1999년 겨울이 그 어느 해 겨울보다 힘들고 길게 느껴질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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