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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다이어트에 "왕도는 없다"

많이 먹으면 살은 찐다. 그러나 이 살을 빼기는 간단치가 않다.

매일 숱한 사람이 이 힘겨운 싸움에 도전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예는 흔치 않다. 그래서 기상천외한 기발한 다이어트 상품이 속속 개발된다. 그만큼 살빼기 사업의 시장 규모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만 23세의 미혼인 김모(회사원)양은 주위에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보통사람으론 참기 힘들 정도의 눈물겨운 노력끝에 살을 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95년 2월 대학 입학 직전, 62㎏(신장166㎝)의 몸무게가 부담스러웠던 김양은 살을 빼기로 마음먹고 당시 유행했던 유명 모델의 ‘7일간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고난의 길에 들어섰다. 첫날은 과일만, 2일째는 채소만, 3일째는 과일과 채소, 4일째는 바나나와 우유 등의 식으로 일주일간 정해진 식단을 충실히 실천했다. 양도 허기만 가실 정도로 먹었다. 어지럼증이 생겼지만 이를 통해 5㎏ 감량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일주일 뒤 요요(Yoyo·체중감량후 다시 살이 쪄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현상이 생겨 몸무게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 말았다. 혼자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김양은 집 주변 에어로빅 센터를 찾았다. 하루 1시간씩 땀이 흠뻑 날 정도로 몸을 흔들며 유산소 운동을 3개월동안 했다. 처음에는 약간 효과가 있는 듯 했으나 율동이 몸에 배면서 몸무게가 더이상 빠지지 않았다. 보다 강도를 높여야겠다고 마음먹은 김양은 한 건강식품전문회사의 효소 다이어트 생약을 고가에 주고 구입했다.

그런데 2주만 복용하면 5㎏가 빠질 것이라는 회사측의 주장이 말도 안되는 과장이었음을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양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친구를 통해 알게된 반창고 다이어트도 시도해 보았다. 손가락 끝을 테이프로 감으면 지압효과가 생겨 체중이 줄어든다는 방법이었다. 역시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결국 김양은 비장의 수단으로 식이요법과 운동, 정신수련을 함께 하는 동시다발적인 다이어트를 실시키로 했다. 매일 새벽 6시30분부터 1시간 수영, 식사는 소량으로 아침과 점심만, 저녁에는 기(氣)체조로 허기를 달랬다. 소화불량과 빈혈로 몇차례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1년여의 공을 들인 결과 김양은 14㎏를 빼는 데 성공하게 됐다.

김양의 사례처럼 다이어트 방법은 해괴한 것들이 많다. 단순히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하는 방식은 원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다이어트가 붐을 일으켰던 초기에는 검은 콩이나 전통차, 미싯가루, 포도, 생수 등만 먹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칼로리가 적은 설탕 대용 감미료나 화이버류 드링크, 여기에 두충, 오가피, 감초, 율무 등을 통한 한방 다이어트 등의 방법이 한창 유행했다. 이런 방법은 장기간의 노력이 요구되자 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살빼는 약이 등장했다. 주로 신부전증 치료에 쓰이는 이뇨제가 살빼기 약으로 둔갑했다. 이 약은 장기복용하면 빈혈, 발진, 변비, 구토, 시력장애는 물론 혈액과 전해질에도 이상을 일으켜 자칫 사망할 수 있다고 의사들은 지적한다. 이 때문에 영국보건당국은 암페타민 계열의 살빼는 약 복용을 전격 금지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태국에서 밀반입한 ‘펜플루라민’이라는 마약성분이 함유된 ‘분기납명편’이라는 향정신성 약을 복용하다 당국에 적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먹는 약이 쓸고 지나가면서 다이어트 시장에 기구를 이용한 살빼기 방법이 새롭게 도입됐다.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로 근력을 강화해 체지방을 없앤다는 이론이다. 몸에 대면 지방이 빠진다는 밴딩 머신과 맛사지기, 허리와 허벅지에 차기면하면 살이 준다는 다이어트 벨트와 코르셋 등도 등장했다. 또 공기압을 통해 안면 살을 빼거나 원두 커피 원액을 주사기로 몸속에 주입하는 ‘커피 관장’ 다이어트도 나왔다. 또 여름에는 슬리퍼를 일부러 짧게 만들어 다리 종아리살을 빼는 ‘슬리퍼 요법’도 아무런 이론적 검증 없이 마구 남용되기도 했다. 지난해초에는 탄수화물을 먹지않고 고기만 먹는 ‘황제 다이어트’가 유행처럼 번져 점심시간이면 모여 고기집으로 향하는 풍속도가 생기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더욱 간편한 방법이 개발됐다. ‘크림 다이어트’와 ‘향기 다이어트’, ‘발룬 다이어트’가 바로 그것. 크림 다이어트는 일본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크림을 15일 정도 살찐 부위에 발라주기만 하면 그 부위의 효소가 활성화 돼 체지방을 태우고 남은 찌꺼기는 땀과 소변으로 방출된다는 이론이다. 향기 다이어트는 말 그대로 식물의 꽃과 잎, 뿌리에서 추출한 천연 향인 ‘아로마테라피’, ‘에퍼타이트 서퍼레산트’를 코로 흡입하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후각 중추에는 식욕, 성욕에 관련된 중추들이 있는데 이 향기를 맡으면 식욕을 줄여줘 쉽게 살이 빠진다는 것이 원리다. 또 발룬 다이어트는 단지 풍선을 불면 비만이 치료된다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이것은 특수 풍선을 하루 세차례 불면 복식 호흡을 통해 많은 산소를 흡입하게 되고 이것이 칼로리를 소비함은 물론 신진대사까지 높여 체지방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일부 부유층은 지방 흡입술이나 근육 퇴출술 같이 많은 돈이 드는 외과수술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숱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조차 지난 22년간 식품의약국(FDA)이 인증한 비만치료제가 거의 없을 만큼 효능은 불투명하다.

비만치료에는 변치않는 하나의 진리가 있다. 바로 적게 먹고 적당한 운동으로 먹은 양 이상의 열량을 소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다이어트 방법은 단순한 이 진리를 단시간에, 보다 간편한 방법으로 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살찐 이들은 명심해야 한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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