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삼성] 인재에 투자.. 이유있는 삼성제일주의

10/20(수) 19:58

삼성이 한국 재계에서 ‘제1의 기업’으로 꼽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뭘까.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겠지만 ‘인적자본에 대한 과감하고 치밀한 투자’라는 대답이 가장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모집, 채용, 선발, 교육·훈련, 보수, 평가 등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국내 기업중 가장 선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시대적 흐름과 동떨어진 특유의 ‘무노조원칙’을 고수하는 등 독단적인 경향도 있지만 어쨌든 사람에 관한한 삼성만큼 확실하게 투자하는 한국 기업이 없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삼성의 ‘인재제일주의’는 40여년전인 195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최초로 공채제도를 도입, 송세창 경주현 이수빈 등 뛰어난 ‘삼성맨’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삼성의 인재는 내가 뽑겠다”며 신입사원 면접때 이병철 회장이 직접 면접시험관으로 참석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 또 1982년에 국내 최초로 경기도 용인에 그룹차원의 ‘종합연수원’을 만들어 직원들에 대한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연수를 시작한 것도 삼성이었다.

삼성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는 현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에도 계속됐다. 매년 1인당 평균 8,000만원이 소요되는 ‘지역전문가제’를 도입, 총 1,600여억원을 들여 2,000여명을 전 세계에 파견한 것이나 ‘오전 7시에 출근 오후 4시에 퇴근하라’는 소위 ‘7·4제’를 도입한 것도 이건희 회장 취임이후 단행된 사람에 대한 투자였다.

‘인재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삼성의 가장 대표적인 조직이자, 다른 기업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조직은 ‘삼성비서실’. 1959년 이병철 회장의 지시로 20여명의 과단위 조직에서 시작된 ‘삼성비서실’은 1980년대에는 15개팀 200여명의 정예사원으로 구성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1990년대에는 ‘비서실장이 계열사 사장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소문이 날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원래 ‘삼성비서실’은 삼성의 규모가 날로 커져 이병철 회장 혼자서 계열사의 일을 직접 챙길 수 없게 되자 분신조직으로 만들어졌는데, 두뇌회전이 빠른 인재들과 거미줄 같은 삼성의 조직력을 활용해 나중에는 ‘재계 청와대’, ‘삼성의 심장’등으로 불릴만큼 뛰어난 정보력을 자랑했다. 이에 따라 걸프전 발발이나 김일성 사망 등을 국가정보원보다 삼성비서실이 먼저 알았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훌륭한 발상이나 조직은 전염성이 강한 법. 삼성비서실의 장점이 알려지자 각 재벌그룹마다 유사한 조직을 만들었다. 현대그룹의 종합기획실, LG그룹의 회장실, 대우의 회장비서실, SK의 경영기획실 등은 모두 삼성비서실을 준거모델로 삼아 탄생한 참모조직인 셈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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