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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씨가 마른다] 토종이 곧 경쟁력이다

‘새품종을 육성하라’

우루과이라운드와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자원분야협상 등으로 세계 농산물시장도 완전경쟁체제로 진입하면서 국내에서도 신품종 육성과 품종개량사업의 중요성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토종 종자의 경쟁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새품종개량사업은 21세기 농·수·축산물시장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림부는 9월 말 종자산업을 새세기 첨단산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종자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 육종능력을 갖춘 국내 중소 종묘회사를 업체별 품목별로 전문화하고 정부지원자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또 자원식물의 국외반출을 막을 수 있도록 법규를 보완하고 품종 보호대상 작물을 현재 27개에서 500개로 대폭 확대키로 했다. 농림부는 종자산업을 총괄하는 부서신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접목선 인장, 품종개량으로 세계시장서 두각

이같은 발표가 나온 것은 그만큼 국내 종자산업이 후진적이라는 것을 거꾸로 말해주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종자산업은 선진국에 비하면 예산 인력 등에서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며 특히 토종 종자 개량작업은 거의 불모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막에도 오아시스는 있는 법. 불모상태에서도 개량화사업이 꾸준히 진행돼 몇몇 종자들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인 접목선인장. 접목선인장은 70년대부터 농가에서 재배가 시작돼 계속 품종개량이 이뤄지다가 80년대 초반 일본을 제치고 세계시장에 두각을 나타냈다. 지금은 한해 평균 800만~900만본 240만달러어치를 수출해 세계 접목선인장 시장의 80%를 석권하고 있다. 우리 접목선인장의 강점은 다양한 색깔. 녹색일변도의 선인장에서 벗어나 무궁무진한 색깔의 선인장을 개발해내 선인장 수요를 대폭증가시켜 사실상 세계에서 경쟁상대가 없는 상태다. 지금도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색깔의 선인장 품종을 육성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과수육종도 80년대까지는 주로 일본 등 외국에서 도입된 육종이 판을 치다가 90년대들어 우리가 개발한 신품종이 속속 보급되고 있다.

사과는 후지 등 일본육종이 시장을 휩쓸다가 80년대 후반 우리가 개발한 홍로 화홍 추광 감흥 서관등이 보급되고 있고 배도 황금배와 영산배에 이어 화산, 원황, 미니배 등이 속속 개발됐다. 복숭아와 포도품종개발도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김휘천 과수육종과장은 “품목 육종은 농업생산 안정은 물론 국가자긍심과 민족자존에도 연결된다”며 “앞으로 외국에서 신품종 묘목을 사서 심으면 생산 과실에 대해서도 로열티를 내야 하기 때문에 우수한 외국 품종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품종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화훼분야에서도 최초의 국산 카네이션이 개발돼 전량 외국에서 수입되는 카네이션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축·곰팡이 등도 개량하면 경쟁력 충분

품종개량사업은 최근들어 과수 화훼뿐만 아니라 가축, 곰팡이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는 98년 초 멸종위기에 놓인 토종닭의 혈통을 16년만에 찾아내 번식에 성공, 대량보급의 길을 열었다. 토종닭은 대부분의 국내 농가에서 키우는 왕추라는 혼혈닭에 비해 단백질 함량은 높고 지방은 적으며 고기를 씹으면 쫄깃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나는 게 특징. 토종닭은 한국전 무렵 부족한 식량의 대용으로 사용된데다 때맞춰 산란능력이 뛰어난 외국 품종이 들어오면서 씨가 말랐다. 경북도는 82년부터 겉모습 심사와 유전자 감식등을 통해 토종닭을 찾아냈으며 병아리 1만2,000여마리를 부화,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올초 복제에 성공한 한우도 육질 좋은 우리 소를 대량으로 보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소 곤충자원실에서는 생태계 파괴없이 특정 해충만을 골라 잡아먹는 토종곰팡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화학살충제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는 곰팡이와 세균은 환경친화적인 ‘생물 농약’으로 환경규제가 심해지면서 세계 거대 농약·화학업체들도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소는 지금까지 후보 균주 곰팡이 박테리아 40~50가지를 찾아내는 작업을 끝내고 내년말까지 이중 일부를 실용화하는 2단계 연구에 착수했다. 1차 목표는 토마토와 감자의 뿌리를 갉아먹는 풍뎅이 유충 등 지하해충을 잡는데 효과를 보인 학명 메타리지움 등 토종곰팡이 5~6종의 실용화. 곤충자원실 박호용박사는 “국내 토종 곰팡이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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