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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부 풍속도] 조화와 균형, '따로 또 같이' 살자

지난 한 세기 우리 부부생활은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기혼 여성의 취업으로 생겨난 맞벌이 부부, 맞벌이로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비동거 부부, 자녀를 원치 않는 딩크족, 결혼전 예행 연습을 해보는 계약동거, 뿐만아니라 직접 만나는 일 없이 사이버라는 가상공간에서 결혼과 이혼을 마음대로 하는 사이버 부부까지 등장했다. 남편은 경제 부양자, 부인은 집안일 전담자로의 역할 분담을 해온 기존 부부 관계는 평등과 조화를 추구하는 21세기에는 사라져 갈 것이다.

앞으로의 신세대 부부 풍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지도 모르지만 기존의 부부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준 맞벌이 부부 형태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생각된다. 부부가 각자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서로의 개성과 능력을 키워가면 부부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들에게도 말못할 그들만의 고민과 숙제가 내재되어 있다. 아직 전통적인 부부 생활방식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세대로 지칭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맞벌이 부부가 제시한 ‘맞벌이 부부 과제 해결 방법’으로 3D가 종종 제시된다. 3D는 부부 별산제(Dutch pay), 아이 낳기 미루기(Delay kids), 역할 공유(Double role)이다.

부부 별산제란 부부가 함께 수입을 공동 관리하거나 각자가 수입을 관리하고 공동 지출만 반씩 부담하는 생활 방식이다. 경제적 부담을 남편에게만 지우지 않음으로써 부인이 경제적 종속에서 벗어나 평등한 부부 관계를 형성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부부간의 수입 차가 있을 경우 적잖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또 각자 수입관리로 공동의 목표와 관계없이 씀씀이가 헤퍼지거나 부부간에 비밀이 생기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기 낳기 미루기는 대부분 자신의 전공이나 취미 생활을 살리기 위해서 또는 경제적 여유를 갖기 위해 취하는 형태다. 아직 보수적인 우리 사회적 특성상 비정상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으로 보여질 수 있다.

부부의 역할 공유는 부부가 집안일 뿐아니라 육아와 자녀 교육, 의사결정 및 경제관리 등 모든 것을 평등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남편들의 집안 역할 수행은 아직 실망스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고는 평등을 지향하지만 행동은 여전히 전통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맞벌이 부부는 곧 우리의 보편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성에 따른 차별적 역할 분담이 지속되는 한 남편과 부인 모두 결혼제도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새천년을 살아가는 신 부부 풍속도는 반쪽만 변화하는 미완성의 그림으로 그려져서는 안된다. 새천년의 부부는 함께 생각하고 결정하며 모든 일을 각자의 적성, 직업적 특성, 그리고 시간적 안배에 맞춰 때로는 함께하고 때로는 각자하는 조화로운 ‘따로 또 같이’가 이뤄져야 한다.

새시대의 부부가 이같은 조화와 균형을 실천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가정의 중대사에서부터 시시콜콜한 것에 이르기까지 부부가 함께 의논하고 토론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각자의 것에 열중하는 것에만 익숙했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이는 부부가 무엇인가를 함께 하려할 때 걸림돌로 작용했다. 괜히 쑥스럽고 거북스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시대의 신부부의 조화로운 ‘따로 또 같이’를 위해선 끊임없는 부부 관계의 조율 작업이 필요하다.

김양호.한국가족상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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