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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부 풍속도] 나이 불문, 수 틀리면 갈라선다

이혼(離婚).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에서 그것은 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남자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자녀 교육, 재산, 친척 등 주변의 복잡한 문제로 오히려 결혼보다 더 힘든 게 이혼이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언제든, 어느 상황에서든 하나뿐인 내 자신을 위해 불안정한 가정의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8년 한해 동안 총 12만4,000여쌍이 이혼해 하루 평균 339쌍이 갈라섰다. 인구 1,000명당 2.6쌍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에 개방적인 일본(1.8쌍)이나 프랑스(1.9쌍)보다도 높은 수치다. 결국 하루 평균 3쌍이 결혼할 때 한쌍이 이혼하는 셈이다. 특히 이혼율은 해가 갈수록 그 수치가 높아지고 있다. 89년 115건에 불과하던 하루 평균 이혼 건수가 92년 144건, 94년에는 175건, 97년에는 256건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이혼의 특징은 20대 중후반의 ‘신혼이혼’과 60대 이상의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혼 전문컨설팅사인 ‘행복출발’측은 신혼이혼의 경우 배우자 선택에 있어 성격, 사고방식, 인생관 등은 고려치 않고 학벌, 직장, 경제력, 외모같은 외적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최근의 결혼세태가 주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또 황혼이혼이 늘어난 것도 예전과 달리 여권이 신장되면서 ‘참고 사는 것은 불행’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자식이 예전같이 이혼에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의 전화 이옥(50)소장은 “최근 들어 여권이 신장되면서 부인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IMF 이후 명퇴나 황혼 이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장은 “IMF 이후 아내의 외도나 부채, 가출, 도박 등으로 상담을 요구하는 기혼남성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고민을 의뢰한 사람중 8%가 아내의 육체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할 정도다”고 밝혔다.

물론 이혼 만큼이나 재혼도 보편화하고 있다. 쉽게 헤어지는 만큼 쉽게 다시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수년전부터 재혼 전문컨설팅사도 생겼다. 그만큼 재혼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상당히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황혼 이혼

대기업 중견간부를 지내다 퇴직한 김진만(61·가명)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마치 지옥과 같다. 30여년을 동거동락해 온 아내가 최근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 때의 감정이려니 하고 기다려 봤지만 워낙 완강해 감히 달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하루 종일 정처없이 밖에서 돌다 저녁 늦게 집에 들어와 쪽방에서 새우잠을 잔다. 모든게 야속할 뿐이다.

김씨가 아내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때는 퇴직후 2년이 지나서부터. 퇴직금 1억2,000만원을 받고 정년 퇴직한 김씨에게 돌연 각방을 요구하며 얼굴 맞대길 피하기 시작했다. 당시 김씨는 친구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나가긴 했으나 거의 수입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내의 태도에 한기가 점점 더해 졌다. 급기야 그해말 “집을 내 앞으로 해주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요구해 30여년을 해로한 아내를 달래 가정을 지켜야겠다고 생각에 아무 생각없이 집 명의를 돌려주었다. 그래도 아내의 태도는 꺾일 줄을 몰랐다. 대학생인 아들과 직장에 다니는 딸을 통해서 아내를 설득시키려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젊은 시절 한때 아내를 무시하기도 했지만 대학졸업후 줄곧 전업주부로 살아온 아내가 저토록 무섭게 변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지금 아내는 김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준비중에 있다. 만약 소송에서 진다면 김씨는 집도 절도 없는 무일푼으로 거리로 쫓겨나야한 처지에 있다.

◆명퇴 이혼

IMF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면서 새롭게 생긴 이혼 풍속도의 하나다.

지난해 명예퇴직한 박성민(45·가명)씨는 지난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의 성화 때문에 심한 맘 고생을 겪었다. 중견 건설업체에서 20년을 근무하다 쫓겨나다시피한 박씨는 “당시의 고통은 명예퇴직을 당한 것보다 더 분하고 어처구니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박씨는 외도 한번 한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내를 구타한 적도 없었다. 박씨는 매달 생활비를 주지 못해 미안했지만 명퇴금으로 받은 1억원에 집과 조그마한 부동산이 있어 생활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었다. 그러나 아내는 “같이 사는 동안 경제권을 준 적이 있냐. 이제는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며 2억원에 합의 이혼하자고 몰아 붙였다. 아내의 돌연한 폭탄 선언에 박씨는 그동안 노후에 가족들을 위해 알뜰살뜰 돈을 모아두었던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떠난 아내의 마음을 돌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혼하자는 아내에게 눈물로 설득하고 으름장도 놓아봤지만 막무가내 였다. 결국 박씨는 1억원에 아내와 합의 이혼하고 지금은 쓸쓸히 생활하고 있다.

◆신혼 이혼

최근에 급증하는 이혼 유형이다. 특히 10대말이나 20대초보다 20대의 중·후반 커플 사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친구 소개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정미영(27·여·가명)씨는 지나치게 간섭하는 시부모와 마주치기 싫어 끝내 남편과 결별하는 아픈 경험을 맛봤다. 시어머니는 신혼 여행지에 까지 수시로 전화를 해 안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매일 정도가 넘는 수준까지 부부 생활에 끼어 들었다. 그러면서 좋았던 남편과의 관계에서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참다못한 정씨는 시어머니를 피해 별거에 들어갔으나 임신 판정을 받고는 하는 수 없이 재결합했다.

출산후 한동안 잠잠했던 가정의 평화는 이듬해 시어머니가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친정어머니에게 보내면서 다시 터지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사돈에게 “당신딸이 남편을 우습게 본다”고 질책했고 이에 맞서 친정집도 반격에 나섰다. 이 문제는 양가의 감정 싸움으로 번져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결국 남편은 정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고 정씨도 이에 맞서 위자료를 달라는 소송으로 맞서 파경을 맞았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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