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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지각변동 '카운트 다운'

정치권에 정계개편의 안개가 몰려오고 있다. 이번에는 이전처럼 단순히 설(說)로만 머무를 것 같지가 않다. 돌아가는 기운이 매우 현실감있고 사실적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뭔가 되려나 보다”라는 얘기들이 정치권 안팎에서 강하게 나돌고 있다.

변수는 여러 가지이다. 어떤 것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고 어떤 것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가상 대입해 본 것들이다.

가장 현실성있는 변수는 역시 여권의 신당 창당이다. 여권은 이미 발기인들로 신당창당 추진위를 띄워 놓았고 1차 영입인사들까지 발표해 놓은 상태다. 이번 달 말이나 내달 초에는 2차 영입인사들의 윤곽이 나온다. 11월25일에는 창당준비위가 발족되고 내년 1월에는 창당대회를 갖는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야당인사 영입에 공들이는 여권

이같은 표면적 움직임과 별개로 이면에선 신당 창당을 계기로 정치판을 바꿔 보려는 노력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회의와 외부 영입인사에 ‘+알파’를 접붙이려는 시도다.

주대상은 역시 야당의 현역 정치인들이다. 이와관련,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의 김윤환 전부총재, 이한동 전부총재, 조순 전총재 등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중 이전부총재와 조전총재는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이에비해 김전부총재는 재판계류중이고 출신지역이 반DJ성향이 강한 대구·경북(TK)이어서 상대적으로 움직이기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 사람중 조전총재는 이미 국민회의 한화갑 사무총장과 꾸준히 접촉해온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었다. 조전총재의 측근으로 한나라당에서 국민회의로 옮겨 온 황학수 의원이 두 사람사이에서 중개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전총재는 신당에 참여해 강원권의 대표주자 역할을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본인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한동 전부총재는 경기권의 대표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신당측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또 그가 움직일 경우 한나라당 경기 출신 의원들 일부가 행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신당의 맘을 동하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전부총재 역시 최근 잇따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미소를 보내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창당 주역중 한 사람인 조전총재와 구여권의 대표주자중 한 사람인 이전부총재가 신당에 합류할 경우 이는 한나라당의 분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권은 적잖은 지각변동을 겪게 되는 셈이다.

국민회의·자민련 합당이 큰 변수

두번째 변수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이다. 형식은 두 당이 먼저 합당하고 신당을 만들게 될 지, 아니면 두 당이 모두 해산하고 신당에 합류하게 될 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두 당이 합치는 것으로 결론나게 되면 정치권에는 일파만파의 정계개편 회오리가 일 전망이다. 합당은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로 갈려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자민련을 분열로 이끌 여지가 많고 이것이 한나라당과 일부 지역주의 성향 정치인들을 자극, 정치권이 한바탕 몸살을 앓게 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미 싹이 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충청권의 신당 출현이다. 내각제 개헌 유보 결정을 계기로 이미 김종필 총리에게 등을 돌린 상태인 자민련 김용환 수석부총재가 운을 띄워 놓았다. 김수석부총재는 “국민회의와의 합당에 부정적인 지역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신당 창당을 고려중”이라며 ‘벤처 기업을 하는 심정’으로 정치권에 변화의 물꼬를 트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었다. 이러자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대뜸 “우리와 손을 잡자”며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져 한때 자민련 탈당파와 한나라당측의 연계설이 정가에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수석부총재가 10월15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총재측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 일단 양자 연대설은 수면밑으로 급히 잦아드는 형국이다. 그래도 정가에서는 “충청권 신당 창당이 가시화하면 한나라당 충청권 세력과의 연대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충청권 신당창당이 본격화할 경우 자민련에서 얼마나 많은 동조자가 나올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충청권의 비(非)JP정서를 의식하고 있는 다수의 현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이 행동을 같이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여권 속성이 강하고 JP의 충청권 장악력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자민련 의원들의 한계상 결국 충청권 신당론은 찻잔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강하다.

충북·대구경북 지역당 출현 가능

충청권과 함께 또다른 지역신당 출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대구·경북이다. 자민련의 양대 축중 하나인 TK세가 현지 정서상 국민회의와의 합당을 받아들이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물론 정점에는 박태준 총재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총재가 합당론에 대해 강한 반대입장을 밝혀놓고 있는 점을 범상치 않게 보고 있다. 국민회의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총재가 TK신당 창당쪽으로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정부 초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이정무의원, 김종학의원 등이 일찌감치 “합당할 경우 우리는 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일찍부터 합당론을 펴 왔던 박철언 부총재가 최근 들어 지역구 분위기에 기대 합당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들이 뭉쳐 신당을 만들면 이회창총재로부터 부산·경남(TK)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나라당 TK의원들이 동요할 수도 있다. 또 일찍부터 이 지역을 거점으로 정치적 재기를 꿈꿔 왔던 5공 세력들이 한 축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박태준총재가 김대통령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고, 어떤 면에선 JP보다도 DJ와 더 가까운 정치적 행보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창당은 부질없는 예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함께 여권이 추진중인 중선거구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제4정당이 출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선거구제가 되면 각 시·도 별로 적게는 1~2석에서 많게는 7~8석까지 지역구 의석이 줄어들게 되므로 각 당의 공천관문이 크게 좁아지게 된다. 현역 의원들의 대거 공천 탈락도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과 수많은 원외 공천 희망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신당 창당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정가에선 지배적이다.

이래저래 밀레니엄의 끝과 시작에서 우리 정치권은 한바탕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 같다.

신효섭·정치부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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