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귀 따가울 '도.감청' 논란

10/20(수) 20:14

15대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국감 후반에 제기된 국정원 제8국의‘도·감청’논란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는 이번주중 3당대표연설과 다음주의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도 이 문제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측은 국회 정보위원인 한나라당 이부영총무가 국가기밀사항인 국정원편제까지 공개하면서 국정원의 도·감청의혹을 제기한 것은 국가안보상 핵심적 사항을 정쟁화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 여권은 “야당의 그같은 태도는 정쟁에 눈이 어두워 사리분별력을 상실한 비이성적 행태”로 규정하며 야당측에 이성의 회복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회의 이영일대변인은 “국가 첩보조직을 백일하에 노출시켜 대공첩보조직을 마비시키는 것이 한나라당의 존재목적이냐”면서 “야당은 국가의 첩보수집기능을 무력화하는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준영 청와대대변인도 “과거부터 있었던 국가조직의 기능을 마치 국민의 정부가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야당의 이성적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세계 어느나라의 야당도 국가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정보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폭로하고 이를 무력화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집권경험이 있는 야당은 국가운영이라는 큰 틀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측은 이총무의 발언이 국회법과 국정원법의 위배여부를 가려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초강경자세다.

한치 양보없는 야당, 대국민 홍보에 나선 여당

그러나 야당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맞받아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도·감청의혹이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앞으로 시민단체와 연대해 대여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도·감청의혹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와 감사원의 특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정원 8국의 도·감청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인 이부영총무는 “대통령 소속기관인 국정원에 의해 불법 도·감청이 이뤄져 온데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김대중대통령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그 책임자를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사철대변인도 “불법 도·감청을 부인해 온 김대통령의 말이 허위임이 드러났다”면서 “국정원 8국의 정체와 도·감청실태를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국정원의 도·감청논란은 여야 어느쪽이 더 설득력있게 대국민 홍보전을 펼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정권교체이후 심화해 온 대결과 증오의 정치가 급기야는 국가안보기관의 핵심기능까지 정쟁 도구화하는 사태를 불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이번주 또 하나의 정쟁소재는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문제. 여야는 20일이나 21일께 한나라당이 제출한 박장관해임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기로 의견접근을 봤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정치공세에 불과한데 가결될 경우 여권이 입을 타격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본회의퇴장 등 ‘회피전술’을 구사해야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피해가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정면돌파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권은 내심 크게 긴장하고 있다. 여권내부에서도 박장관에 대해서 ‘사감’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고 자민련이 합당논란 등으로 일사불란한 대오를 유지하기가 힘들어 가결저지를 100%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은 그래서 반란표 방지를 위해 물밑에서 내부단속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개인적 연고 등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박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문제가 공동여당의 틈새를 벌리고 중앙일보 사태와 관련해 대여공격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호기로 보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의 한나라당 134석중 이수인 이미경의원이 사실상 제명상태로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해임건의안 가결을 위해서는 여권반란표나 무소속을 포함해 18석을 확보해야 한다.

이계성·정치부차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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