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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국회... 국민은 알고 싶다

“누구 마음대로 ‘사형선고’를 내리나.”, “국민의 알권리를 막지마라.”

9월29일 막이 오른 15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쟁점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다름아닌 시민단체의 국감 감시활동 논란이다. 시민단체들이 국정감사를 ‘감사’하겠다고 나서자, 의원들은 방청금지로 맞서며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방청금지 선언에 몸싸움 소동까지

참여연대, 경실련 등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감 모니터 시민연대’는 사실 국감 시작 전날인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경고장’을 던졌다. 시민연대측은 회견에서 20개 평가항목을 제시하고 국감기간 동안 피감기관별로 각 의원에 대한 평가서를 매일 공개하는 한편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질의 3개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질의 3개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의 반응은 신경질적이었다. 14개 상임위 중 통일외교통상위, 국방위, 건설교통위 등은 방청을 사전에 금지했고 1일 열린 보건복지위 감사에서는 모니터요원들을 감사장밖으로 쫓아냈다. 이들을 퇴장시킨 명분은 ‘감사장 협소’였지만 사실은 전날 시민연대측이 보건복지위의 ‘베스트·워스트 질의’를 발표한 것에 대한 ‘앙갚음’성격이 짙었다. 의원 개개인의 성적표나 다름없는 시민단체의 평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의원들이 부랴부랴 방청금지에 나선 것이다. 같은날 재경위도 방청금지를 선언하는 등 문을 걸어 잠그는 상임위가 늘기 시작했다.

시민연대측은 “방청 불허가 계속될 경우 관련 의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규탄운동을 벌이는 한편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면서 압박작전에 들어갔다. “헌법상 국회의 모든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하게 돼 있는데도 하위법인 국회법과 방청규칙으로 방청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방청금지를 결정한 5개 상임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7일 방청허용을 요구하며 건설교통위 국감장에 들어가려던 시민연대 모니터요원들이 국회 경위들과 격렬한 몸싸움 끝에 쫓겨나 국회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형선고’를 내릴 자격이 있나

여야의원들은 도·감청문제, 중앙일보사태 등 주요쟁점에서는 삿대질까지 하며 서로 맞섰지만 시민단체의 국감 감시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의 능력부족”을 지적하며 반대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시민연대측에 의해 ‘워스트’로 선정된 의원들은 “평가의 객관성·공정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평가할 만한 능력도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약분업에 반대한 것으로 지적받아 워스트 질의자로 지목된 한나라당 정의화의원은 “의·약분업에 대한 거부발언을 한 적이 없고 3월 표결 당시에는 다른 상임위 소속이었다”면서 “사실확인도 없이 왜곡, 평가했다”고 항변했다. 국민회의 김인곤의원, 한나라당 오양순의원도 “객관성을 잃은 모니터 요원들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국감 감시가 어디까지나 정책 비판 차원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전문성이 부족한 모니터요원들이 개개인의 처신같은 표피적인 사안에 관심을 갖고 흠집찾기만 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또 시민연대측이 의원들의 평가기준의 하나로 상임위별 주요과제를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상임위별로 중점적으로 감사해야 할 과제까지 시민단체가 선정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부영총무는 “시민단체가 의원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며 “국감을 지나치게 계량화하는 시민단체의 국감 평가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감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에 일일평가를 하고 이를 발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쉽잖은 일이지만 그 효용성의 의문 내지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의원은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에게 국정감사 성적표에서 낙제점을 받는다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면서 하소연했다. 한마디로 누가 사형선고를 내릴 자격을 주었느냐는 불만이다.

밀실 속으로 숨지마라

하지만 시민연대측은 비공개 원칙을 내세우는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국회가 국민의 이름으로 국정전반을 견제·감시하는 국감의 본래적 의미를 간과하고 의정 공개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시비에 대해서 “현재 사용하는 20개 평가항목은 의원들의 주장이나 신념의 차이를 따지기 보다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하지 않는 질의의 치밀성, 논리성, 적절성 등에 대한 점검에 중점을 주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모니터요원들은 수년간 관련 이슈들을 위해 활동해온 간사와 관련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수시로 상임위를 바꾸는 의원들에 비해 전문성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성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문성 시비로 의정활동 자체를 봉쇄하려는 의원들의 권위주의적 태도가 더 문제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준비소홀 내지 밀실민원의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비공개의 그늘’로 숨어든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시각. 시민연대 한 관계자는 “비공개를 선언한 건교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동료의원의 질의가 진행되는 도중 감사장을 빠져나와 휴게실에서 바둑을 두기도 했다”면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시민연대측은 특히 “일부 상임위가 계속 공개를 거부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정치권의 횡포에 맞서는 국민행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도 시민단체와 국회의 입씨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김호기교수는 “유권자를 소외시키고 민생현안을 뒤로 미룬채 정쟁에만 몰두해온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의정 감시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충실한 의정활동을 하지 않으면 더 거센 시민저항운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천호·정치부 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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