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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향한 '전경련호' 선장은?

21세기 재계를 이끌게 될 인물은 누구일까.

전국경제인연합회 후임 회장 인선작업이 당초 예상과 달리 쉽사리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전격적인 사퇴로 공석이 된 후임 회장을 뽑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10월14일 오전10시. 한국 재계를 주름잡는 주요인사들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 모여 후임 회장 선출방안을 논의했으나 “11월4일께 임시총회를 개최, 신임 회장을 선출키로 한다”는 데에만 합의하는데 그쳤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회의를 마친뒤 브리핑을 통해 “회장단과 고문단은 김우중 대우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사퇴의사에 대해 애석하지만 존중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그는 회장단, 고문단 인사들과 개별 접촉을 통해 재계 차원에서 적격한 인물을 후임 회장으로 추대해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여 늦어도 10월 말께는 후임 회장이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몽구회장 유력 속 ‘현대독주’ 반론도

손부회장은 또 후임 회장의 자격이나 인선 기준에 대해서는 “후임 회장은 현재 전경련 회장단이나 고문단에 포함된 인사중에서 나오게 될 것이지만 오늘(10월14일) 회의에서는 후보 이름이나 자격, 기준 등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임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김우중 회장이 10월 21~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경련 국제자문단 행사를 주재하는 등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줄 것을 회장단과 고문단은 요청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천타천으로 후임 전경련 회장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누구일까.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직무대행보다는 빠른 시일안에 후임 회장을 선출키로 방침을 정했으므로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이나 손길승 SK, 조석래 효성 회장중에서 한 명이 후임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들 3명중 정몽구 현대 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정회장이 후임 회장으로 선출되기까지 적지 않은 변수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정회장의 전경련 회장설에 반론을 제기하는 측의 논리는 한마디로 ‘전경련마저 현대가 차지할 수 있느냐’는 형평성의 논리이다. ‘국민의 정부’출범이후 현대그룹이 기아자동차, LG반도체 반등 굵직한 경쟁사를 인수한데 이어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북한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경련 회장까지 될 경우를 경쟁 그룹들이 그냥 두고만 보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경련내에서는 가장 중립적 인사로 평가받고 있는 김각중 경방 회장이나 전경련 활동에 적극적인 조석래 효성 회장이 추대될 가능성을 점치는 인사들도 있다.

물론 이 경우 정몽구 회장측은 정회장이 맡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내년 상반기중 그룹에서 계열분리돼 사실상 전문기업화하는 점을 들어 현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과도 부합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골치아픈 일 산적, ‘전경련의 위기’

한편 재계 일부에서는 후임 회장인선과는 별도로 이제 전경련이라는 조직이 ‘존재의 이유’를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요즘처럼 재벌이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상황에서 ‘재벌의 사교모임’이나 다름없는 전경련이 과연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건희 삼성, 구본무 LG회장이 전경련 회장자리를 극력하게 고사하고 있는 것이나, 10월14일 회의때 현대, 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총수가 모두 불참한 것은 전경련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계의 2000년을 이끌어 갈 사람’이라는 화려한 수식에도 불구, 새로 뽑힐 전경련 회장에게는 골치아픈 일이 산적한 상황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 정부와 약속한 ‘부채비율 200%’를 매듭지어야 한다. 게다가 2000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은 후임 회장으로서는 과연 정치권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과거처럼 여당편을 들기에는 시대가 너무 변했고, 중립을 지키자니 웬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가 전경련의 후임 회장이 될지는 아직까지 확실치 않으나, 과거처럼 명예롭기만 한 자리는 아니라는 점은 너무나 명백한 상황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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