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실] 특별소비세 폐지.. 가전업계 활기

10/20(수) 20:29

정부는 특별소비세 조정시기를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시행시점을 당초 예정했던 내년 1월 1일부터가 아니라 법안의 국회 통과시점부터로 명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변화는 특소세 인하방침이 천명된 상황에서 발생되는 내년 1월까지의 가전제품 등의 소비위축을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에 기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소세 폐지법안이 통과되는 오는 11월말이나 12월초부터는 소비자들이 특소세가 붙지않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실 지난 8월 특별소비세 폐지가 발표된 이후 가전제품의 매출은 계획 대비 20∼30% 가량 감소했다. 따라서 정부의 이러한 특소세 조기폐지 방침이 난방제품의 수요증가와 2000년형 신제품이 출시되는 11월을 기점으로 이루어져 가전업계의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이 기대된다.

이번 조치로 특소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품목은 커피 콜라 등 청량·기호음료와 설탕 같은 식음료품,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 화장품 크리스탈 유리 제품, 피아노 등 생활용품, 스키·볼링용품 스키장 및 퍼블릭 골프장 이용료 등 대중스포츠용품 등이다. 반면 보석류, 모터보트 등 고가물품과 에어컨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가전제품, 승용차, 휘발유 등 석유류 제품은 특소세가 계속 부과된다. 회원제 골프장이나 유흥장소에 대해서도 특소세가 유지된다.

대중화된 품목 과세대상서 제외

조세 이론적 측면에서 볼 때 특소세는 특정소비에서만 과세하는 선택 소비과세로서 부가가치세 등과 같은 일반 소비과세와는 그 정책적 특성이 다르다. 특소세는 77년 단일세율(10%)이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을 보완하기 위해 고소득층이 소비하는 물품을 대상으로 도입됐다. 특별소비세가 갖는 다양한 차등세율구조와 탄력세율이라는 신축적인 조정장치는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고 산업정책상의 목표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때로는 과세 대상별로 인위적인 조세부담의 차이를 설정함으로써 공평성이나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여 왔다. 특히 특정산업에 대한 지원 또는 특정물품에 대한 소비억제에 관한 의사결정이 정부의 자의적인 면을 포함한다면 자원배분의 왜곡이나 불공평 조세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던 것이다.

기존의 특소세 골격은 그 동안의 경제발달에 따른 국민소득수준 상승 및 소비 행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조세수입의 감소를 우려하여 도입당시의 기본골격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식음료품, 가전제품 등 이미 소비가 대중화된 생활필수품에 대한 과세로 도입당시의 입법취지와는 달리 세부담의 역진성을 오히려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따라서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특소세 자체가 완전히 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대중화된 품목은 특소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세제개편이 이루어지게 됐다.

애매한 기준, 문제점 여전

그러나 특소세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행 특소세는 사치품에 대한 중과세를 기본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사치품과 생필품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동일한 사치품의 경우도 고세율로 부과하여야 할 재화를 어떠한 기준으로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치품과 생필품 사이의 경계는 매우 유동적이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중에서도 에어컨, 프로젝션 TV 등 고가 에너지 다소비 가전제품은 이번 세제개편에도 불구하고 계속 특소세의 과세대상이 되지만 사실상 에어컨의 경우는 그 소비가 이미 대중화됐으며, 그 가격도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고급 냉장고와 고급 오디오보다는 싼 편이다. 에너지 소비율도 전자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과연 과세대상의 선택에 관한 타당에 의문이 든다.

또한 그동안 특소세의 부과가 내수기반이 넓은 청량음료나 냉장고 TV 등의 품목에 적용돼 조세저항이 적은 가운데, 상당한 세수확보 효과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특소세목이 대폭 축소 조정됨으로써 상당한 세수결함이 예상된다. 정부의 내년도 세입예산안에서 보면 내년도 특소세수는 과세대상과 세율의 축소로 올해 보다 21.8%나 줄어 들 것으로 예상되며, 특소세를 본세(本稅)로 한 농어촌특별세 및 교육세의 특소세분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세수 보전을 위한 조치들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조세 공평성과 경제의 효율성제고에 기초한 세제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중유에 대한 과세 등 형평성 문제

그러나 이번 특소세 조정과 관련하여 중유에 대한 특소세 신규 부과 방침은 산업경쟁력과 과세형평성을 무시한 채 중산층 세금부담 감소라는 소비재 위주의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 결함을 채우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부분 산업용으로 쓰이는 중유에 대한 세금인상은 산업체의 원가 부담을 늘려 제조업 경쟁력을 급속히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또한 중유를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업자의 경우 외항업자는 특소세를 환급받을 수 있지만 영세한 내항업자는 고스란히 세금을 부담하게 돼 과세 형평성에 문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특소세는 특정 품목에 과세하는 만큼 각기 다른 경제주체들의 이해와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특소세 조정에는 이익단체들의 관여가 클 수 밖에 없으며,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품목 설정에도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가장 좋은 조세체계는 단순성 투명성을 지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특소세가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소세의 고명목세율 구조는 내수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신제품 개발의욕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품목간의 세율격차 심화로 인하여 특정산업 부문의 부담을 과중하게 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시킨다. 조세의 공평성 제고는 사치재 소비에 대한 선택적 과세보다는 소득과세의 개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박용주·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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