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열린 부유층, 신나는 백화점

10/26(화) 20:35

백화점 업계에도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적용되는 걸까.

99년 가을세일을 마감한 결과 소위 ‘잘되는 백화점’의 가을세일 매출액이 사상 최고액을 돌파하는 등 급증세를 보인 반면 나머지 백화점들은 소폭의 증가세를 보이는데 그쳤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백화점 등 ‘거물 백화점’은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50~60%가량 늘어났지만 미도파, 뉴코아 등 ‘중형 백화점’의 경우 매출액 증가율은 20%내외에 불과했다.

우선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대의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10월1~17일 가을세일을 실시한 롯데백화점은 17일 동안의 매출액이 3,4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98년 가을세일(2,151억원)에 비해 무려 58.1%나 증가한 것이다. 더구나 세일 초반인 10월3일에는 하루 매출액이 사상최초로 3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호경기였던 97년 10월중 하루 최대매출액 200억원을 100억원이나 초과한 것이다.

대형 ‘웃고’ 중소형 ‘울고’

압구정동과 강남 무역센터 등 소위 ‘목 좋은’곳에 점포가 많은 현대백화점도 가을세일에서 짭짤한 수익을 남겼다. 역시 롯데백화점과 마찬가지로 10월1~17일 세일을 실시한 결과 2,25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98년(1,544억원)과 비교할때 45.9%나 증가한 것이다.

반면 ‘상계점’을 주력 점포로 삼고 있는 미도파백화점 등 중형 백화점은 절대적인 매출액 규모는 물론이고 매출액 신장률에서도 롯데와 현대의 절반에 머물렀다.

미도파 상계점의 경우 가을세일 기간중 매출액은 279억원으로 지난해(215억원)보다 29%가량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청량리점이나 명동 메트로점이 모두 기대이하의 실적을 올렸다. 특히 명동 메트로점의 경우 인근 롯데백화점 본점의 위세에 눌려 매출규모가 오히려 지난해 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왜 ‘잘되는 백화점’들만 1999년 백화점 가을세일에서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린 걸까. 마침내 경기회복의 결과가 서민들의 소비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 결론은 물론 ‘아니오’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을세일 기간중 백화점들이 별다른 경품행사를 벌이지 않았는데도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즉, 경품이나 사은품 등에 의해 구매행태가 영향을 받지 않는 ‘부유층’들이 소비를 크게 늘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신장률 53.9%), 현대백화점 압구정점(30.0%), 무역센터점(33.9%) 등 구매력 있는 주민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의 점포가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5%) 서민들이 주로 찾는 점포보다 월등한 매출신장세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취업시장의 활성화로 정장과 구두, 난방기구 등이 지난해 보다 많인 팔린 것도 매출신장의 또다른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부백화점 가전제품 ‘날리기’성행

한편 일부 백화점들에서는 특별소비세 폐지를 앞두고 재고 가전제품을 대리점 등에 무더기로 넘기는 일명 ‘날리기’도 성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소비세 폐지방침이 발표된 이후 가전 3사의 TV 냉장고 세탁기등 가전제품 판매실적은 발표이전에 비해 품목별로 30∼70% 떨어진 반면 백화점들의 매출실적은 가을 바겐세일기간에 세일이전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한 백화점 본점의 경우 비세일기간(9월1~10일)의 1일 평균 매출이 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1,000만원에 비해 9,000만원이 많았으며 또 다른 백화점 본점은 가을세일 이전 7,300만원이던 가전제품의 1일 평균 매출액이 가을세일중에는 1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날리기’수법의 대표적인 것이 백화점과 대리점간의 가전제품 마진율을 이용한 차액 따먹기. 통상 백화점이 가전제품 한 품목을 팔았을 경우 15∼16%의 마진을 얻는 반면 대리점은 이보다 적은 10∼12%가 돌아가는 것을 이용, 백화점이 운송비와 보관비등을 뺀 1∼2%의 마진을 챙기고 재고 가전제품을 대리점에 넘기는 수법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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