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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띠어 먹은' 회장님, 무슨 경우가 이렇습니까"

대기업 임원이라면 직장인들이 한번쯤은 꿈꾸는 자리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임원은 ‘임시직원의 줄인 말’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도는데서 알 수 있듯 회사에 열과 성을 다 바치지만 사주의 말한마디에 쫓겨나는 초라한 위치로 전락했다. 국내 20대재벌그룹에 드는 대기업에서 상무이사로 근무하다 구조조정으로 해임된 강모씨가 그룹회장한테 보낸 공개편지는 대기업 임원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해당 그룹측은 이 편지에 대해 “회사차원에서 논평 등 어떠한 대응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강씨의 편지만 정리해 게재한다.

XXX회장님

지난번 편지는 예의를 갖추고 절제하며 쓴 편지였으나 이제는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용서하십시오. 아마도 이제 저는 XX그룹과의 한판 승부를 벌어야 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명예는 물론 회장님의 명예도 동시에 손상을 입을 것입니다.

저는 이 편지에 아무런 반응이 없을 경우 XX그룹 전체에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시차를 두고 2~3차에 걸쳐 신문에 광고를 냅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후 ‘한 직장인의 경영이야기 생조개구이2’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제목은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한 직장인의 편지이야기 토사구팽’이 될지도 모르지요.

그룹전체에 나가는 성명서에는 이미 말씀 드린 내용 이외에 임원에 대한 두가지 사항이 추가될 것입니다. 즉, 시도 때도 이유도 없이 재벌총수 말 한마디에 임원 목이 날아갑니다. 임원재직시에는 재벌총수 말 한 마디에 상여금이 없어져 버려 대리봉급 받고 혹사당했는데, 쫓겨난 후에는 재벌총수 말 한 마디에 퇴직금도 못 받고 나옵니다.

이 세가지외에 회장님은 시도 때도 이유도 없이 해외에 자주 들락거리고 임원들은 해외출장 한번 가려면 구조조정실 눈치를 봐야 하니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기업경영인가를 물을 것이며, 고위급 임원의 경우는 회장님 사모님이 운영하는 XX갤러리 때문에 매주 대전까지 내려가서 교양강좌를 들어야 하는 사생활 침해문제를 거론할 것입니다.

물론 올해부터는 서울에서 한다고 하지만 작년까지는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요. 한 임원이 쫓겨나가면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이제 우리 마누라 편해졌군, 대전 안 내려가도 괜찮게 됐으니…우리 마누라는 오히려 잘 됐다 그럴꺼야, 임원봉급이라고 쥐꼬리 만한 봉급 주고, 퇴직금도 안 주는 회사, 자-알 나왔다 그럴꺼야…”

누가 XX그룹 임원들의 이 고통을 알겠습니까? 7%도 못되는 주식을 가지고 이렇게 횡포를 부린다면, 그것도 힘 없는 임원들만 못살게 구는 것이지요, 20%가진 재벌 총수는 얼마나 횡포를 부릴까요? 그렇지만 저는 어느 그룹도 임원 퇴직금 안 주는 재벌총수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나 임원들 퇴직금 안 띠어 먹어”라고 사장단 회의에서 말씀하시고도 퇴직금 떼어먹는 재벌총수도 있습니까? 직원들의 가장 큰 관심이 바로 퇴직후의 생활문제입니다. 퇴직금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퇴직금 없앨려면 그만큼 월급에 보상을 해주고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 무슨 경우가 이런 경우가 있습니까?

저는 경리와 세무, 그리고 자금 일을 20년간 했습니다. XX산업이 어떤 회사고, XX화공이 얼마나 남았는지, XX코퍼레이션이 왜 생겼는지, 왜 증자를 했는지, 그로 인한 이해관계는 어떤 것인지, 모두 다 잘 압니다. XX상호신용금고의 경우도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해도 도덕 윤리적으로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저는 압니다.

그 이외에도 아직은 때가 아니어서 얘기 못할 건수를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그것을 밝힌다면 담당 임원을 또 목을 쳐버릴 분이기 때문에 말안합니다. 그러나 제가 쓸 책에는 그것까지 언급할 것입니다. 효자들이라고 칭찬하시는 자녀들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석유화학사업부 임원 상여금, 퇴직금제도 부활하십시오. 이제는 각사 사장들이 자율적으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경영하도록 하십시오. 재벌개혁이 바로 그것 아닙니까? 권한은 다 행사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재벌총수들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것 아닙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어제 한 말이 무엇입니까? 재벌개혁은 꼭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내 임기 중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라고 하면서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것은 재벌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저는 참여연대에 가서 잠시 일하려는 생각도 하고, XX그룹 퇴직임원들 모아 퇴직금 지급 요청 집단소송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임원들이 당하는 비애에 대해서 참여연대와 경실련과 청와대와 노동부에 문제제기를 할 생각입니다.

XX그룹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친인척 떨거지들 없앤것은 얼마나 좋은 이미지를 주었는지 저는 항상 XX그룹을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청문회에서의 그 정직성과 담백성과 용기에 대해서도 말입니다.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회장님의 장남(상부)이 혁명군으로 진주해 와서 구조조정실을 장악하더니 24년간 XX그룹을 위해 일해온 임원을 쫓아내는 일에 앞장서다니, XXX가 대주주입니까?

제가 오려두고 있는 신문기사 이제 회장님께 보냅니다. 선대 회장님께서 유산으로 물려 준 돈을 손주들이 좋은 일에 쓴 기사지요. 돌려 보냅니다. 누가 불우이웃입니까? 바로 XX그룹의 임원들 아닙니까? 선대 회장님께서는 부하들을 끔찍히 사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임원들을 이렇게 홀대하는 것을 선대 회장님께서 아시면 아마도 기절을 하실 것입니다.

노조가 없다고 그렇게 임원들을 아프게 하는 회장님, 자식들이 할아버지가 남겨 놓으신 유산을 불우이웃을 위해 쾌척했다면 이제 수백억원 이익 중에서 임원들을 위해 10억원만 쓰십시오. 자식들에게도, 손주들에게도 그 이익이 돌아갈 것입니다. 회장님을 위해 일하는 집단이 바로 임원 아닙니까? 그 집단이 회장님께 등을 돌린다면 도대체 누구를 믿고 그룹을 이끌어 가실 계획이십니까? XXX이 믿고요? 군대도 안 갔다 온 사람이 뭘 압니까?

제가 여태까지 한 행동을 동봉합니다. 저는 수만 명의 회원을 가진 어떤 이단집단을 이 사회에 고발하기 위해서 책을 1,000권을 만들어 교단에 뿌린 적도 있습니다. 결국 그 단체는 현대종교에서 5회에 걸쳐 그 이단성이 연재된후 각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되고 말았습니다. 그 이외에도 저는 수십건의 행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실패한 건은 한 건도 없습니다.

X사장이 1차 저희 집을 방문해서 이 일을 중단하도록 권유했기에 일단 제 계획을 3~4일 정도 속도를 늦춥니다. X사장도 딱하기 때문이지요.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데, 오히려 제 일이 더욱 그분의 마음에 걸린답니다. 왜냐구요? 회장님이 또 목을 짜를까 봐 그러는 것이지요, 무서우신 분, 공포의 회장님, 저는 짤릴 목이 없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동봉한 자료 중에는 석유화학업체 임원 봉급 비교표와 석유화학사업부 인원별 총소득 순위표가 있습니다. 이 표는 1998년도 분입니다. 그리고 석유화학사업부 순위표에는 퇴직금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퇴직금을 감안하면 대리가 상무 봉급 육박하고, 또 1999년도 봉급 인상분 감안하면 대리가 사장 봉급 능가할 것입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것이 경영입니까? 다 상여금을 없앤 때문이고 퇴직금 없앤 때문 아닙니까? 회장님은 1994년에 임원 상여금 없앴고, 1996년에 임원 퇴직금 없앴으며, 1998년에는 임원 봉급 15%삭감하셨습니다. 2000년에는 무슨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요. 2년마다 재벌 총수의 횡포가 임원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 넣고 있으니, 전경련 부회장님, 재벌 개혁이 이제 불가피하지 않습니까?

1999년 9월 6일 강XX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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