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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독도어머니와 옥수수박사

독도어머니 박명희씨가 10월8일 44세의 짧은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뒤 73일간 투병했으나 끝내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 사랑해준 분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그는 독도를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돌봐야 할 운명의 섬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일반인들이 평생 한번 밟아보기 힘든 독도를 일곱번이나 찾을 수 있었을 정도로 모든 독도경비대원들을 자식처럼 대했던 그가 너무 빨리 독도와 헤어진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정박아수용시설의 원아들 돌보기, 청도 운문사 정현스님과 함께 하던 무기·사형수돕기도 이제는 하지 못합니다.

가족들과 스님들, 성당의 수녀님들과 교우들이 그가 생사의 기로에서 이겨내 더 많은 일을 하기를 간절히 기구했으나 그는 모두의 곁을 빈손으로 떠났습니다. 번뇌도 오욕칠정도 없는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그렇게 갔습니다.

받기보다는 주는 것을 항상 앞세웠던 독도어머니였기에 그의 짧은 삶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한국일보와 대구의 매일신문, 대구방송 등을 통해 그의 사망사실을 안 사람들이 빈소를 찾아와 그가 한 일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발인날 새벽 서울에서 한국일보로 소식을 접하고 대구로 급히 내려온 한 변호사는 ‘정말 요즘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다. 너무 아까운 사람이다’고 회고했습니다. 발인 한시간여전에 빈소를 찾은 정현스님은 인연을 얘기했습니다. 최근 인도를 다녀오는 바람에 서로 연락할 수 없었는데 전날따라 세속의 일이 궁금해 신문을 사들었다가 그의 소식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정현스님은 사형수나 무기수들이 독도어머니가 바리바리 마련한 음식을 먹으며 그의 구수한 입담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이제 그같은 시간들이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독도어머니의 명복을 비는 기도와 독경이 번갈아가며 빈소를 채울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했습니다.‘이제부터는 독도어머니도 좀 받아야 한다’고.

독도어머니는 독도에 대한 사랑도 깊었지만, 이 사회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도 강했습니다. 작은 정성이 세상을 따듯하게 하듯이 그는 항상 작은 사랑들을 베품으로써 큰 사랑이 이뤄지기를 꿈꾸워왔습니다. 그가 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선뜩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을 위해 애쓰는 옥수수박사 김순권교수(경북대)는 10월6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시시한 노벨상보다 고통받는 우리동포를 돕는 일이 나에겐 더 중요하고 보람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그는 8일뒤인 14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농림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곤욕을 치뤘습니다. 야당의원들은 김교수의 북한방문 행적을 놓고 지난 15대대선 직전 있었던 ‘북풍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김교수에게 ‘대북 옥수수사업은 현정부와 김교수가 합작한 사기극’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같은 당의 또다른 의원은 ‘김교수가 북한을 방문한 기간에 단군릉을 방문하는 등의 행적으로 인해 김교수의 사업이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는 대선과 관련한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그는 나아가 ‘대북 옥수수사업을 추진한 것은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노벨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습니다. 그같은 질문에 김교수는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농업기술자이며 노벨상은 쉽게 수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북한 동포들의 주린 배를 조금이나마 채워주겠다는 동포애가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합니다. 옥수수박사가 하고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도 북한내에서, 중국에서 우리동포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당장 절실한 것은 연명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으면서도 보람된 일을 본받지 못하면서, 따라 하고 싶어도 너무 큰 일이어서 따라 할 수 없으면서도 그 순수성을 오도하거나 폄하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독도어머니와 옥수수박사가 해온 일은 또다른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는 사랑이 넘치고 정이 흐르게 됩니다. 독도어머니와 옥수수박사의 있는 그대로의 삶이 주간한국 1762호와 1792호에 실려있습니다.

정재룡·주간한국부 부장 jr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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