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준거부 주도한 미 보수주의의 상징

10/20(수) 20:31

미 상원의 CTBT 비준 거부를 주도한 인물은 제시 헬름스(77·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신념의 화신(化身)’이라고 칭송할 정도로 완고한 보수주의자인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했다.

그는 10월 8일 “표결을 더이상 연기하지 않겠다”고 단언했고, 끝내 실행에 옮겼다. 헬름스의 말 한마디에 깜짝 놀란 클린턴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급거 귀국,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전화 구걸에 나서야 했다. 막판에는 문서로 공식화해 ‘읍소’했다. 13일 표결 직전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들이 연명으로 비준을 탄원하기까지 했으나 헬름스는 “모니카 르윈스키에게 부탁하는게 나을 것”이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헬름스는 CTBT의 핵심인 핵폭발실험을 포기하면 미국의 세계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핵무기는 폭발실험을 하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불법화할 경우 미국의 핵우위 정책이 크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CTBT는 미국이 북한 등 테러지원국 뿐만아니라 핵보유국을 통제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헬름스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 보수파는 앞으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다른 외교현안에서도 클린턴 행정부와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국제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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