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현실로 다가온다"

10/20(수) 20:34

새천년이 70여일이 남았지만 미국 메인주에서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는 Y2K가 발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Y2K 인증기관의 난립등에 따른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타산지석이 될만하다.

미국 메인주에서 발생한 Y2K는 2000년식 신형 승용차와 트럭들에 대한 차량등록이 ‘구식 자동차’로 분류된 사고.

메인주는 그동안 공용 컴퓨터의 Y2K에 대비해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었으나 차량 인가와 등록을 총괄하는 주 정무장관실의 컴퓨터들이 혼동을 일으켜 신형 자동차들을 2000년식으로 지정하지 못해 충격을 주었다. 이같은 현상은 컴퓨터들이 각 연도의 끝 두 자리만 읽도록 입력돼 있는데 따른 것으로 정무장관실의 컴퓨터들이 2000년을 1900년으로 읽으면서 차량등록증에 ‘구식 자동차’로 표기했다. 구식자동차는 1916년이전에 생산된 차량들에 사용되는 연식 표기다. 이번에 ‘구식 자동차’로 분류된 차량은 승용차 800대와 견인트레일러 1,200대 등 2,000여대였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자동차를 전액 현금으로 사지 않고 소비자금융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들 차량의 등록서류는 곧장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송부됐고 그곳에서도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와함께 외국에서는 벌써부터 Y2K로 인해 빚어지거나 빚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 심리적 불안, 금융시장 혼란 경고

LA 타임스는 Y2K로 인한 금융시장의 최대 잠재적 위험은 심리적으로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의 고위험도 주식 투매→주가폭락→신용 규제 확산일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LA타임스는 금융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Y2K의 기술적 충격은 미미하겠지만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요인으로 금융시장에 커다란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은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부터 내년 1월1일 사이에 위험도가 높은 주식과 채권(정크 본드)을 덤핑함으로써 금융시장이 폭락하고 개발도상국 기업들에 대한 신용 규제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했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Y2K 해결에 주력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이런 대혼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세계 공황시 가장 빨리 폭락할 수 있는 고위험 주식을 투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경제전문가인 칼 B. 와인버거는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의 주식투자자들이 세계경제전망 낙관 속에서 올들어 최근까지 35~75%이상 수익을 올린 점을 주목했다. 와인버거는 Y2K 우려를 고려할 때 이들 시장에서 현지 및 외국 투자자들이 단순히 이익을 챙긴 후 잠정적으로 안전한 곳에 재투자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LA타임스는 개도국 주식시장에서 최근 몇주 또는 수개월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일부 투매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세계적인 현상은 아니며 Y2K 때문이라고도 단정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LA타임스는 와인버거와 같은 의견은 소수이지만 이런 일이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면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 이탈에 따른 자본 결핍이 많은 국가들에 충격을 주고 신뢰도를 낮추며 기업과 소비자들의 지출을 줄여 경기침체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과제는 ‘신뢰’심어주는것

이에 따라 전문가들이 Y2K 대비에 취약한 것으로 보이는 외국시장에서 올 연말께 이런 투매 및 신용 규제 확산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LA타임스는 말했다. 이 신문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장이 Y2K와 관련된 FRB의 ‘최대 과제’는 실질적인 컴퓨터 문제들이 아니라 공중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의 상황들이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 이미 Y2K 문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이용한 신종사기가 일어나고 있다.

LA시 검찰과 은행들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컴퓨터 업계 등에 은행직원을 가장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Y2K 문제가 해결된 안전한 계좌로 자금을 옮겨야 한다며 개인신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기는 또 ▲가짜 Y2K 해결 소프트웨어 판매 ▲전화를 걸어 Y2K에 대비해 당좌예금계좌(체킹 어카운트)나 저축예금계좌(세이빙스 어카운트)에서 돈을 빼내 다이아몬드나 금제품 등을 사둘 것을 종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과학자와 보안문제 전문가들은 Y2K 문제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허점을 악용할 경우 한번에 10억달러이상의 사기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안전한 구좌로 돈 옮겨라” 사기극

신종사기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측이 고객의 자금을 안전한 계좌로 옮길 경우 주로 편지를 이용한다”며 “은행들이 대부분 개인신상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신상정보를 물어보는 일은 절대 없다”고 충고했다.

이같은 신종사기는 Y2K로 금적적인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주민들의 불안심리를 이용,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같은 불안심리는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났다. 미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은행고객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복수응답)결과, 응답자의 47%가 2000년 1월1일 컴퓨터 대란에 따른 무더기 현금인출사태로 공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44%는 일시적으로 현금 인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자동현금인출기(ATM)의 고장 및 사용불능 42% ▲발행된 개인수표의 부도처리 38% ▲입출금을 비롯한 정산업무 혼선 29% 등의 순으로 지적했다. 은행업무가 전면 마비될 것이라는 대답도 22%나 됐으며 심지어 17%는 자기 계좌대신 안전한 은행의 타인 계좌를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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