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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불청객, 우울증을 털어내자

가을이 되면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든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울적해하는 사람도 많다. 왜 그럴까. 사람의 기분상태는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햇빛의 양도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가을이 되면 밤이 길어지고 일조량이 줄어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적어져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다소 우울한 정도의 기분변화는 다분히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우울증은 울적한 느낌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개인이나 사회생활에 영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병률 높아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1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여성은 사회문화적으로 남성과는 다른 역할이 주어져 심리적으로 취약하다 보니 우울증 발병률이 남성의 1.5~2.5배 정도로 높다. 여성, 특히 주부들은 고부간의 갈등, 가족구성원의 건강, 남편의 실직, 자녀의 학업문제, 결혼이나 사별 등 가족문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동양사회에서는 남성우월주의적인 사회분위기, 자식들이 성장해 독립함에 따라 찾아오는 공허감, 활동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남편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등도 주요 원인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슬프고 우울한 기분,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 불면, 식욕감퇴, 피곤함, 성욕감퇴, 의욕저하, 집중력 감소, 기억력저하 등이 나타난다. 특히 자신의 생각을 억압하려는 경향 때문에 두통, 소화불량, 만성통증 등의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증상들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지속되면 주요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맹제교수는 "우울증 때문에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못하거나, 주변에서 보기에 능력이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진 경우,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경우, 자살을 생각하는 정도라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내과검진과 혈액·소변검사, 신체 각 기관의 기능검사 등을 통해 신체질환에 의한 우울증 여부를 판별해야 한다. 다양한 전문적 심리적 검사와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도 필요하다. 가벼운 우울증은 자신의 힘든 점을 누구에겐가 툭 터놓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우울증이 심한 환자는 자살 방지와 전신상태 회복 차원에서 입원이 권유된다.

향기·전기충격요법등 다양한 치료법

우울증의 치료법은 다양하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치료, 세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상담을 통해 바로 잡아주는 인지치료가 기본이다. 그동안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복용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효과가 좋은 약들이 많이 개발돼 완치율이 크게 높아졌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에겐 2,500~1만룩스의 광선을 30분~2시간씩 반복적으로 쪼여주는 광선치료를 한다.

약을 복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인 경우 뇌신경에 고압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기충격요법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뇌 신경의 일부를 자극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 시술법에 대해 미 전역의 15개 병원이 연구에 들어가도록 허가했다.

내년 초부터 미 사이버로닉스사의 재정지원으로 시작될 이 시술법은 회중시계 크기의 뇌조율기를 가슴에 이식, 가는 전선을 통해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는 뇌 일부를 자극해 우울증을 억제하는 방법. 이미 임상시험에 들어간 사우스 캐롤라이나대 마크 조지박사는 “30명의 우울증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증세가 호전될 정도로 놀라운 치료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구와 일본에선 우울증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명상요법, 아로마(향기)요법, 마사지요법, 비타민요법, 음악요법, 단전호흡, 요가 등 대체의학이 각광받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자연요법클리닉 이성환과장은 “가정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비창교향곡 1악장 우울한 세레나데’,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놀람’, 브라암스의 ‘대학축전 서곡’ 등의 음악을 들으며 향기나 마사지요법을 병행하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방에선 우울증을 ‘수화불교증(水火不交症)’이라고 부른다. 물은 찬 기운이 있어 아래로 가라앉고, 불은 뜨거워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이 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화기(火氣)가 위로만 가면 한없이 흥분하게 되고, 수기(水氣)가 아래로만 가면 항상 우울하다는 것이다.

취미활동·원만한 인간관계 필요

대표적인 치료법은 체력을 보강해 자생력을 키워주는 공진단(拱振丹),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양심탕(養心湯) 등의 약물을 투여하는 것. 인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인삼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신경을 가라앉히며 놀란 가슴이 뛰는 것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인삼가루와 돼지기름을 술에 타서 장복하면 좋다.

연꽃씨를 차처럼 끓여 아침, 저녁으로 한 잔씩 마시면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화를 식혀준다. 음식으로는 모밀국수나 시금치 나물, 오이무침, 미나리국, 냉면, 무국, 보리밥 등 냉한 기운이 있는 것들이 권장된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간관계를 주변에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 취미활동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고려대안암병원 우울증센터 이민수교수는 “배우자나 부모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잘 걸리지 않는다”며 “하루 또는 1주일 단위로 계획표를 만들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교수는 “우울증은 대부분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는 만큼 빨리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다만 우울체질인 경우엔 자주 재발하므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증 자가진단법

1. 식욕감소나 체중감소/식욕증가나 체중증가

2. 불면증 또는 다면증

3. 안절부절하거나 행동이 처지고 느려짐

4. 일상생활에 흥미가 없고 성욕 감소

5. 피곤하고 무기력함

6. 절망감 또는 죄책감, 삶이 무가치하게 느껴짐

7. 생각이나 집중의 장애

8. 자존심과 자신감의 결여

9.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자주 생각함

*위 증상 등 최소 4개 이상이 2주간 매일 나타나면 우울증으로 진단.

고재학·생활과학부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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