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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기행] 4. 테르힝 차강 호수

테르힝 차강 호수는 몽골 중앙부에 위치한 아르항가이 아이막(道) 타리아트 솜(君)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돼 해발 2,000m에 위치한 이 호수는 이름 자체에 ‘차강’이라는 흰색의 뜻이 들어가 있듯이 물이 매우 맑다. 호수는 동서로 길게 누워 있는데 긴 곳은 16㎞, 짧은 곳이 4㎞이다.

이 호수는 주위의 화산 활동 모습과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용암 동굴이 있는가 하면 화산재와 화산탄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제주도와 흡사한 지형

제주도의 기생화산을 많이 보아온 우리들로서는 이 곳이 아주 정겹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어떤 오름은 화산폭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원형 굼부리가 있는가 하면 U자형 굼부리도 있어 마치 제주도에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91년도 다라강가 솜 지역을 답사했을 때도 같은 착각에 빠졌었다. 한마디로 ‘제주도를 펼쳐놓으면 몽골, 몽골을 축소하면 제주도’라는 정겨움이 우리를 포근히 감싸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함몰된 용암 동굴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 호수로 다가가다 보면 아주 깊은 용암 협곡을 만난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면 용암이 이글거리며 흘러간 자국이 선명하다. 뱀 비늘 같기도 하고 거북 등 비슷하기도 하다. 사진을 찍으러 가까이 갔지만 같이 따라간 통역 학생도 겁이 나는지 바지 허리를 잡고는 이상한 자세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또 중간에 마주친 백년수(百年樹)라고 해석할 수 있는 ‘종 모드’라는 아주 큰 신수(神樹)도 이름에 걸맞게 밑동은 세 아름은 족히 넘을 만큼 굵고 가지 또한 많았다. 가지마다는 ‘하닥’이라는 파란색 천이 어지럽게 걸려 있고, 빈 술병도 높은 가지 위까지 매달려 있다. 그런 높이까지 올라간 사람의 정성이 지극했으니 아마 그때 빌었던 소원은 틀림없이 이루어졌으리라.

무서운 경찰, 촬영에 적극협조

호수에 도착하고 보니 외국인들은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가 한창이었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숙영지에서 하룻밤 자기로 했는데 첫 손님인 것 같았다. ‘겔’안에는 길게 자란 잡초가 그냥 있고, 불을 지폈던 흔적이 없다.

“음식을 먹고 있는 자의 옆을 지나가는 사람은 말에서 내려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음식을 같이 먹어야 한다. 또한 음식을 먹은 사람도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그네들의 불문율이 있는 터에다 첫 손님이라 반가움에 물고기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 물고기는 물론 이 호수에서 잡은 고기다. 우스운 일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다. 아침에도 식사를 한다고 통역을 부탁했는데 아침 식탁을 보니 정말 밥만 덩그렇게 나온 게 아닌가. 통역에게 식사를 한다고 했는데 왜 밥만 나오느냐고 물었더니 “밥을 먹는다고 하기에 밥만 주문했다”는 말에는 식생활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완장의 위력은 몽골에서도 통한다. 산림 경찰이 완장을 차고 우리 숙소로 들어와 한바퀴 휘 돌고는 나가자마자 이번에는 주인이 와 경찰인데 아무 걱정 말라는 것이 아닌가. 크고 작은 사진기가 많은 우리 일행에게는 경찰이라면 가슴 섬뜩한 일이다. 촬영 금지 구역이라며 생떼를 쓰면 외국인으로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그 경찰은 우리를 호수 가운데까지 안내해 주었고 고기 잡은 것도 보여주며 사라고 했다. 나중에는 기념촬영하자고 하니 곁에 있는 말까지 데려와 타고는 멋진 자세를 취해주기도 했다. 험상궂은 인상에 비하면 그냥 좋다고나 할까.

돌아오는 길에 아르항가이의 도청 소재지 체체를렉에 숙소를 정했는데, 간판에는 학교라 되어 있었지만 숙소로 사용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름 방학인지라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그때를 이용하여 아주 유효 적절하게 쓰고 있었다.

물 중요시하는 몽골사람들

몽골을 몇 차례나 드나들었다는 게 정말이지 무안할 정도로 물 때문에 쑥스러운 일을 당한 것도 이곳에서다. 마을 사람들이 마차를 가지고 와 맑은 물을 떠 싣고 있기에 우리도 이 흘러내리는 물에 물병을 씻고 난 물을 습관처럼 그 자리에 버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통역이 “몽골 사람들은 그렇지 않는다”며 충고를 한다. 그저 머쓱할 뿐이다. 징키스칸 시절에는 ‘물이나 재에 방뇨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와 ‘물에 손을 담그는 것을 금하고 물은 반드시 그릇으로 떠야 한다’라는 법 조문이 있었을 정도로 몽골사람들은 물을 중요시하고 귀히 여긴다.

강영봉 제주대 국문학과 교수 서재철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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