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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기행] 중세 몽골의 수도 하라호름

중세 몽골의 수도였던 하라호름은 울란바타르에서 380㎞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 가려면 대부분 평원을 달려가야 하는데 차창 밖 풍경은 그게 그거여서 지루하기까지 하다. 눈을 돌려봐도 완만한 산자락만 보일 뿐이다. 가끔 천막집이 보이고 먼지가 이는 곳이면 말이 달리고 있거나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러나 하늘로 고개를 돌리면 파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의 모양과 변화가 지루함을 덜어준다. 이제는 도로사정이 좋아져 6∼7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 하라호름은 1889년 아드린체프가 에르덴 조 사원 근처에서 폐허의 흔적을 찾아내기 전에는 아무도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확한 위치는 1890년에야 밝혀졌다. 이때 발굴된 문서에 따르면 1215년과 1268년 큰 화재가 있었으며, 1380년, 1466년 두 차례 중국인에 의해 크게 파손됐다. 1238년에 세워진 왕궁의 규모로 하라호름의 번창했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궁전은 ‘위대한 평안의 궁전’이란 뜻의 이름으로 ‘투멘암가’라 불리워지며 객실은 64개의 기둥이 받쳤고, 바닥은 녹유(綠釉)가 칠해진 도판(陶板)이 깔려 있었다고 한다.

징기스칸 15년에 건립, 이후 쇠락

이 사원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은 1948∼49년 러시아·몽골 조사단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 조사단에 의해 “북서에서 남동은 2.5㎞, 폭 1.5㎞의 불규칙한 장방형의 도시였다. 징기스칸 15년인 1220년 서정(西征)의 병참기지로 세워져 계속 개축되었으나 쿠빌라이가 북경에 정도(定都)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제는 그 당시 만들어졌던 관개(灌漑)시설과 에르덴 조 사원만이 그 당시 영화를 보여주며 서 있을 뿐이다.

‘에르덴 조’는 라마 사원인데, 보석 사원이란 의미다. 1586년에 세워졌는데 가로·세로가 각각 400m이고, 1만명의 라마승이 있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어찌 들으면 스님들이 불경 외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릴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이 사원에는 몇 채의 건물과 귀부 그리고 등잔대 등이 한 가운데 위치하고, 성벽 위에는 108개의 스불간이 서 있다. 스불간이란 탑의 의미인데 여기서는 국가나 종교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무덤기능을 하고 있다. 108은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와 관련이 깊다.

세월의 무상함 느끼게 하는 사원

우리는 이 사원을 돌아보며 재미있는 몇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첫째는 대웅전 문 위에 있는 문양이 지금의 몽골 국기(國旗)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유(酉)해에 성터를 다지고, 술(戌)해에 지붕을 덮고 해(亥)해에 사원을 세우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문양을 새겨 넣었다는 것이다. 해·달·불꽃·물고기 눈 등이 국기에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이 문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 둘째는 건축 양식이 중국·티베트·몽골풍으로 되어 있어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건축 기술과 함께 정교함·정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때 건설을 주도했던 멘지르라는 장인은 지금도 추앙받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17세기말 만주족의 침입으로 피해가 심했으나 1760∼96년과 1808∼14년 두 차례 복원되기도 했다. 그 셋째는 장방형 모서리에 두 개씩 스불간이 서 있어 제주도의 무덤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무덤을 보면 묘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주위를 담으로 둘러쌓는데 그 모서리에 크고 넓적한 돌로 받쳐놓고 있다. 이런 모습이 바로 에르덴 조 사원의 성 모서리에 두 개씩의 스불간을 더 세워놓은 것이다. 변화를 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떠받쳐 있는 기능인지는 잘 알지 못하면서도 제주도의 산담과의 유사성은 매우 흥미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잡초가 우거져 있고 몇몇 라마승과 방문하는 신앙인에게서 흥망성쇠를 보게 된다. 세월이 무상함도 느끼게 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민간신앙과 비슷한 남근석

에르덴 조 사원을 나와 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한 산자락에 철망을 두른 가운데 잘 보호되고 있는 남근석과 만나게 된다. 이 남근석은 여성의 둔부처럼 생긴 산을 향하고 있는데 자식을 낳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이다. 이런 신앙은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있는 공통된 심리 현상의 발현으로, 몽골사람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만 라마 사원인 에르덴 조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좀 이상할 뿐이다. 이 남근석은 마치 대포처럼 돌무더기 위에 올려져 있는데 귀부는 사람의 손길이 얼마나 갔었는지 번지르르 윤기가 흐르며 무척이나 매끄럽다.

강영봉 제주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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