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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천혜의 경관.맛의 고장 백령도

백령도(인천 옹진군 백령면)는 더이상 먼 섬이 아니다. ‘군사요충지’라는 분단이 만들어 낸 칙칙한 선입견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이제 서해안 관광지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섬으로 떠오른 백령도는 빼어난 경치와 풍부한 물산으로 찾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10월과 11월은 백령도가 가장 풍부한 시기이다. 이 곳 해산물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전복과 해삼이 대량으로 잡힌다. 백령도의 전복은 진품 중의 진품으로 꼽힌다. 일본이나 도회지로의 판로가 100% 개척되지 않아 주민과 관광객에게 돌아갈 몫이 많다. 11월1일부터 정식으로 잡을 수 있다.

전복은 회로 그냥 먹는 것은 물론 죽을 쒀도 별미. 이 곳 주민들은 고추장 양념을 해서 숯불에 통째로 구워 먹는다. 쫄깃쫄깃하다 못해 단단하기까지 한 전복살이 입 속에서 살살 녹는다. 멍게도 마찬가지. 막 잘라놓은 멍게는 돌덩이처럼 굳어버린다. 초고추장을 찍지 않아도 청정해역의 소금물이 스며있어 간이 맞는다. 여느 바다의 멍게보다 향기가 진하다. 함께 마신 소주의 독한 맛이 사라질 정도이다.

전복 멍게와 견줄만 한 것은 가리비조개와 바닷장어. 백령도 앞바다의 가리비조개는 동해안의 가리비와 다르다. 동해안 가리비가 대부분 양식으로 생산되는 것이라면 백령도 가리비는 ‘자연산’이다. 조개껍질을 뒤덮은 따개비가 이를 증명한다. 가리비는 굴이나 홍합처럼 바위에 붙어있지 않고 활동 반경이 넓은 조개. 주민들은 “바닷속을 날아다닌다”고 말한다. 날로 그냥 먹어도 좋고 숯불이나 번개탄에 구워도 별미이다.

바닷장어는 아무 양념을 하지 않고 그냥 숯불에 굽는다. 하얗게 익은 장어를 백령도 특산물 1호인 까나리액젓에 찍어 먹는다. 인공적인 조미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풍성한 맛이 입 속에 오래 남는다. 남성의 정력에 좋다는 평.

백령도에는 독특한 횟감이 있다. 일명 팔랭이다. 홍어 사촌에 속하는 팔랭이는 어른이 양쪽 손을 펼친것만한 크기. 껍질을 벗긴 뒤에 뼈채 썬다. 뼈가 억세지 않고 홍어처럼 말랑말랑하기 때문이다. 소금이나 초장, 와사비간장에 찍어 먹는데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백령도에는 ‘1년 농사로 3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업이 발달돼 있다. 경작되지 않는 작물이 거의 없는데 유독 과일류는 포도를 제외하고 수확이 신통치 않다. 그래서 ‘대체과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수입과일인 키위다. 수만평의 키위농장이 있는데 이 곳의 키위는 크기가 보통 키위의 1.5배 정도에 달하고 당도가 뛰어나다. 주민들은 제주도 밀감처럼 백령도 키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냉동시키지 않은 현지의 육류는 물론 감자 고추등 농작물의 품질도 뛰어나다. ‘백령도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진촌리에 자그마한 시장이 있는데 넓적다리만한 무, 한아름에 안기도 힘든 배추 등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언제부터 소문이 났는지 육지에서 관광을 온 아주머니들이 좁은 시장골목에 가득하다.

백령도의 별미는 천혜의 경관과 어우러질 때 더욱 맛이 깊다. 서해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두무진, 신이 만든 예술품인 콩돌해변, 나폴리와 함께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는 천연비행장 사곶해변, 기암이 어우러진 용기포등대 등은 자연이 만들어 낸 최고급 레스토랑이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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