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창호.조선진 '형제대국'

10/20(수) 20:51

조선진과 이창호의 형제대결이 펼쳐질 것인가. 삼성화재배에서 일본세가 막강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바둑가는 조심스레 일본세의 몰락과 함께 한국기사끼리의 안방잔치가 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다음주 유성에서 벌어질 삼성화재배 4강전의 대진을 보면 일본기원 소속기사가 3명이고, 한국기원 소속은 이창호 하나 뿐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우승확률 75%를 차지한다고 보면 정말 오산이다. 한국측에서 보는 관점은 한국기사 2명 일본기사 2명이라고 본다. 조선진은 소속이 일본기원인 것이지 어디까지나 한국기사. LA다저스의 박찬호가 미국선수가 아닌 것과 똑같다.

따라서 최고타이틀 삼성화재배는 결승진출을 놓고 일본과 한국의 자존심싸움이 펼쳐질 예정인데, 벌써부터 결승에서 이창호와 조선진 중 누가 이길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아무래도 일본측 후보들이 약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먼저 야마다 기미오는 일본의 신세대 선두주자로 우리로 치면 목진석쯤 되는 기대주. 그러나 일본신인왕 출신인 그가 이창호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기량일뿐 아니라 처음으로 4강까지 올라와 어느정도 성취감을 맛본 다음이라 이창호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보여진다. 이미 패배를 직감하고 얼마나 근접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

다음 히코사카 나오도. 그는 작년까지 10단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어 조선진과는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 일본 출신중 가장 한국적인 바둑을 둔다는 그는 힘 하나만은 유창혁을 능가하는 타입. 실제로 그는 일본에서의 성적보다 세계대회에서의 성적이 더 출중한 기사인데 한국기사도 그에게 상당히 쓴잔을 자주 들었다. 다만 그도 최정상급으로 불리우긴 뭣한데, 조선진의 파이팅과 어울러져 좋은 승부가 될 것 같다. 속기에 상당한 재주가 있다는 것이 장기.

그러면서도 조선진에게 더 저울추가 기우는 건 그가 무지무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방에서 조치훈을 이길 때도 그랬지만 그는 찬스포착력이 탁월하다. 단 한번의 도전기회를 당당하게 살려나간 그 기세가 이번 삼성화재배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조선진이 여지껏 세계대회 본선엔 처음으로 참가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믈다. 그만큼 그는 현재 지칠줄 모르는 상승세를 유지중이다. 다만 조선진으로서는 이창호와의 형제대국을 미리 점치기 보다는 히코사카와의 4강전이 일단 걸림돌이긴 한데 일본 본인방의 자존심이라면 그리 어려움을 느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히코사카에 비해 경험 부족이 걸림돌이긴 하다.

형제대국이란 같은 국적끼리 만나는 현상을 정겹게 부른 말이다. 여지껏 세계무대에서 자국기사끼리 결승서 만난 적은 다섯차례. 제일 먼저 93년 조훈현과 유창혁간의 후지쓰배 결승이며 이듬해 그들은 또다시 형제대국을 가졌다.

참가선수들이 국적과 혈통이 실제로 다르기 때문에 순수 혈통으로 형제대국을 제일 먼저 가진 건 92년 이창호와 조훈현간의 동양증권배다. 그 대국을 합치면 총 6차례. 그 여섯차례중 5차례가 한국기사끼리의 합작이고 94년 중국의 마샤오춘과 네웨이핑이 벌인 동양증권배 결승이 유일하게 비 한국기사끼리의 형제대결이었다. 즉, 한국바둑이 월등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

만일, 조선진이 이창호와 형제대결을 갖는다면 그가 활약하는 땅을 불문하고 한국기사가 가장 우월한 바둑민족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입증하게 되는 셈이다. 사실 8강전에는 5명, 4강전엔 3명씩 우리기사가 올라간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결승서도 우리끼리 만나는 시절을 맞이한 것이다. 다음주는 조선진에 주목하자.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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