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어떻게 볼것인가

10/20(수) 21:01

‘인간에게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는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죽기를 원한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의 질문에 도달하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책세상이 펴낸 ‘안락사 논쟁’은 마냥 덮어두기에는 현실이 너무나도 다급한 우리 사회의 안락사 문제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안락사란 무엇이며 왜 문제가 되는가? 사실 우리에게 이 문제는 낯설지 않다. 의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삶을 마감할 수 밖에 없던 사람들이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들은 주위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안락사 문제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 요컨대 이제 우리도 ‘안락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담고 있는 윤리적 성격과 그 사회적 파급효과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8편의 글들은 안락사가 도덕적으로 정당한지, 그리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제도화했을 때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철학적·윤리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또 안락사와 관련, ‘의사원조 자살’의 도덕적 정당성과 합법화 문제를 치밀한 논리와 경험적인 예로 다루고 있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책의 구성도 찬반 양론을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즉 찬성론에 해당하는 4편의 글과 반대론에 해당하는 4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찬성론을 주장하는 제럴드 드워킨(Gerald Dworkin)과 R.G.프레이(R.G. Frey)는 철학자로서 죽음의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그들은 죽어가는 환자는 자신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죽을 것인가를 결정할 권리가 있고 또 가능한 한 고통없고 위엄있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즉 죽음을 선택할 ‘자율성’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권리’가 개개인에게 있다는 관점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안락사’의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환자의 소망을 존중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의료행위’가 추구하는 이상의 근간이며 의사의 역할도 이것에 의해 결정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따라서 환자가 원한다면 의사는 환자에게 자살할 수 있는 지식이나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도덕적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허용되어야 하고, 이는 곧 ‘의사원조 자살’이 합법적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반면 ‘반대론’에서 미국의 저명한 윤리학자 시셀락 복(Sissela Bok)은 안락사와 의사원조 자살을 합법화할 경우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녀는 의료보험 혜택이 모두에게 공평히 돌아가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많은 소수 민족, 빈곤층, 노인들과 같은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가족들의 강압이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죽어갈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죽음의 문턱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구원과 인간적인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안락사와 의사원조 자살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현행 의료체계를 좀더 환자 중심으로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철환 ·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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