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철녀 루이 "이창호 나와라"

10/26(화) 21:19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 몰랐다. 중국의 마녀(魔女), 철녀(鐵女) 루이 나이웨이(芮內偉)가 한국무대로 진입한지 1년이 채 안되어 벌써 타이틀을 탐내고 있다. 루이는 현재 국수전에서 승자결승에 진출해있어 김승준과 함께 도전자결정전 진출을 향한 한판승부를 남기고있다.

승자결승이면 어느 정도 높이일까. 루이와 김승준이 먼저 붙어서 이긴 쪽이 도전자 결정전에 선착한다. 만일 지는 쪽은 다시 한번 패자조에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루이나 김승준이 도전자 결정전에 올라갈 가능성은 60%를 상회한다. 챔프는 조훈현.

문제는 패자조에 이창호가 있다는 사실이 변수다. 따라서 김승준과 루이는 일단 둘간의 격돌에서 이겨 간단히 도전자 결정전에 올라가겠다는 결의가 강하다. 이창호라고 해서 꼭 못 둘 건 없겠지만 성가신 건 싫으니까. 실제로 이창호는 김승준에게 패해 패자조로 떨어졌고 루이는 93년 응창치배에서 이창호를 넉다운시킨 바 있는 강타자다.

루이가 이렇게 강세를 띄면서 사실 한국바둑계의 판도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루이는 승률 85%로 경이적인 성적을 내고있다. 당장 다수의 기전에서 본선에 올라간 것이 없어서 그렇지 이미 정상급기사를 제외하면 그녀를 이길 장사는 현재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강펀치에 유창혁과 최명훈이 희생양이 된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녀가 보란듯이 성적을 내려면 아무래도 내년쯤 되어야 한다. 아직 그녀가 참가한 기전이 많지않으므로 꾸준히 예선부터 참가하여 본선무대에 이름을 올려놓은 다음 내년쯤 차례차례 도전권을 향해 올라가는 구도가 될 것이다.

그녀는 9단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예선을 치를 때 고단진과 만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직 쟁쟁한 신예들과는 본격적으로 만나지 않은 상태. 따라서 지금보다는 루이의 승률은 좀 더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90%에 육박하는 승률은 한국기사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성적, 현재 그녀는 승률부문 1위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남편 장주주는 7위

당장 국수전에서 루이는 이창호나 타이틀보유자 조훈현과 맞붙을 공산이 상당히 크다. 이창호는 도전자결정전에서, 조훈현은 도전기에서. 만일 도전기에서 조훈현을 만난다면 그것은 반쯤 이상 타이틀을 딴 것이나 진배없다. 이창호를 꺽었다는 얘기가 되므로.

김승준이 아직 버티고 있지만 이창호와의 승부가 내년도 루이의 활약상을 예고하는 한판이 될 것이다. 루이는 실력자가 되려고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타이틀을 따기위해 왔다고 호언한다. 그렇다면 이창호나 조훈현 같은 쟁쟁한 강호에게 두려움을 덜 느끼는 루이가 ‘제대로 된’도전자일지 모른다. 그리고 운좋게 이창호를 꺽는다면, 그리고 타이틀을 따낸다면 그다음 루이의 행보는 폭풍급으로 커질 것이다.

루이가 이창호와 맞설 날이 다가오는 건 사실이다. 바둑가도 인정한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거의 매일 한국기원에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성실파다. 그리고 싹싹한 성격탓에 한국말도 금방 익혀서 한국 신예들과 실전스파링이나 연구 결과에 대한 질의 응답도 자유스런 상태다. 한마디로 한국 기사가 다 되었다고 보면 된다.

타이틀전이 있는 날이면 저녁 늦게까지 남아서 연구에 열중하는 루이 장 부부가 국내에서 타이틀을 하나쯤 따는 건 절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아마 조훈현이나 이창호를 꺽고 그런 일이 생긴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바둑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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