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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리콴유와 싱가포르의 힘

리콴유 자서전/류지호 옮김/문학사상사 펴냄

아시아적 가치의 옹호자인 리 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자서전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이미 1998년 영문으로 출간됐지만 리 전 총리의 한국방문에 맞춰 문학사상사가 그와 개인적 교분이 있는 류지호 전 예멘 대사를 통해 번역해 낸 것이다.

리 콴유 자서전은 무엇보다도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포르가 자치령과 말레이시아 연방 가입, 탈퇴를 거쳐 하나의 국가로 당당히 일어서기까지의 험난한 역정을 그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독립을 위해 영국 제국주의자들과 투쟁한 얘기, 사회민주주의적 신념을 가지고 공산주의자들과 투쟁한 얘기, 그리고 자원도 자본도 없는 섬의 생존을 위해 말레이 민족 차별주의자와 투쟁한 얘기 등, 이 책에는 싱가포르가 살아남기 위해 벌인 치열한 몸부림과 이를 앞장서 이끈 위대한 지도자의 열정과 고뇌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그를 궁극적인 승리자로 만든 타고난 자질, 즉 냉정한 현실감각과 정확한 판단력, 그리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확고한 신념, 게다가 적과 동지를 넘나드는 능수능란한 정치술까지, 독자들은 매 투쟁마다, 매 협상마다 이 모든 것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장면을 똑똑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자서전의 흥미로운 점 또 하나는, 우리가 단지 ‘정치가 리 콴유’라고만 알고 있던 그의 개인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항상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학창시절, 영문학과 경제학, 역사학에서 자신으로부터 수석자리를 빼앗은 여학생을 눈여겨보다가 마침내 결혼에 골인했던 연애담, 일제치하에서 숨죽여 살면서도 사업수완을 발휘해 고무풀 사업을 했던 일 등 재미있는 일화도 읽을 수 있다.

리 콴유는 또 무엇보다도 민중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민중의 지지기반 없이는 절대로 정치투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같은 중국인이면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영어파였던 리 콴유는 어쩔 수 없는 이런 갭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식들을 모두 중국어 학교에 보내는 등 피나는 노력을 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그 어려운 중국어 방언을 배우기 위한 그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기까지 하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일본점령 시절을 겪은 리 콴유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한국인들의 저항에 깊은 감명을 받고 다음과 같이 기록한 점이다.

“한국인은 일본이 한국을 통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인의 풍습, 문화, 언어를 말살하려 했지만, 민족적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한국인은 굳은 결의로 야만적인 압제자에게 항거했다. 일본은 수많은 한국인을 죽였지만 그들의 혼은 결코 꺾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인과 같은 경우는 흔치 않았다. 중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일본에게 차례대로 지배당한 바 있는 대만은 이민족 상전들에게 별달리 저항하지 않았다.”

‘리 콴유 자서전’은 리 콴유라는 인물이 싱가포르에 없었더라면 1965년의 독립이후 끊임없이 번영해온 싱가포르의 오늘이 없었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생존해 있는 대통령이 4명이나 되지만 감명깊은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없는 우리로서는 매우 부러운 일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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