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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발전 '양날의 칼' 든 공중전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탈세와 회장구속 등 대한항공의 위기를 아시아나항공과 견주어 하는 농담반 진담반의 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끊임없이 티격태격해왔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와 지역을 연계시키는 경향도 없지 않다. 관계당국이 어불성설이라고 단언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범법행위에 대한 단죄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오너일가도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두 항공사의 다툼은 88년 아시아나항공이 출범한 이래 10년이 넘었다. 싸움은 대체로 기득권을 가진 대한항공에 후발기업인 아시아나가 도전장을 내는 형국이었다. 형과 동생의 싸움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아시아나 등장, 불 붙은 서비스경쟁

95년말 아시아나는 전화한통화로 국내선 좌석의 예약에서 발권까지 전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서비스에 들어갈 채비를 끝냈다. 예약을 하고 신용카드번호를 일러주면 즉각 운임지불이 이뤄지기 때문에 항공권을 구입하기위해 번거롭게 항공사나 여행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는 당시로서는 혁신적 아이디어였다.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대한항공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은 관련부서에서 철야작업을 강행, 예약 발권 통합시스템개발에 박차를 가해 아시아나와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를 실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너무 서둔 나머지 장애인 등에 대한 할인운임을 적용하지 못하는 시스템상의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시아나는 95년 5월 ‘아시아나 매직 마일스 카드’를 내놓았다. 부모를 따라 여행하는 2세에서 12세 사이 어린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에게도 여행거리 절반에 해당하는 마일리지를 누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어린이동반 부모들의 관심을 끌어모으자는 취지였다. 허를 찔린 대한항공은 96년 6월 ‘스카이패스주니어’라는 카드를 만들어 어린이를 위한 마일리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앞서 94년 4월 마일리지 카드인 ‘ABC카드’를 원하는 고객에게 공항에서 즉석 발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마일리지 카드 발급에 한달 가까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진일보한 서비스였다. 대한항공도 95년 3월 ‘스카이패스카드’의 즉석발급을 시작했다.

승객입장에서 가장 실감나는 것은 기내식 서비스경쟁. 대한항공은 기내식 100% 한식화를 표방하며 92년 내놓은 비빔밥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우위를 지켜나갔다. 퍼스트클래스의 경우 아침에는 북어국이나 죽이 , 점심이나 저녁에는 비빔밥이나 꼬리곰탕 도가니탕 등이 제공됐고 간식으로 라면까지 끓여준다.

또 설에는 떡국이, 추석에는 토란국 송편 등이 주식으로 제공되고 음료수로는 수정과와 식혜를 내놓기도 했다. 아시아나도 이에 질세라 96년 10월부터 퍼스트클래스의 경우 불갈비나 영광굴비를 제공하면서 기내식의 한식화 추세에 맞춰가기 시작했다.

요금인하 등 제살깎기 치열

양사의 경쟁은 요금인하경쟁으로 발전했다. 96년 2월 대한항공은 국내선 항공요금을 5%인하한다고 전격발표했다. 연간 수백억원의 수입감소를 각오한 조치였다. 90년이후 서비스 개선경쟁에서 ‘아우’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잦은 잽을 맞던 ‘형’ 대한항공이 이를 한꺼번에 만회하기위해 날린 회심의 펀치였다.

아시아나는 당황했다. 따라갈 수 없는 카드였기 때문이다. 규모면에서 열세인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연간 엄청난 수입감소가 불가피한 요금인하경쟁에 선뜻 뛰어들기 어려웠다. ‘가격이 아닌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광고까지 내면서 얼마간 버텼지만 국내선 승객수가 급감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일부 국내선 항공요금을 5~10% 할인하기 시작했다. 유가급등과 환차손 부담증가로 고통을 겪던 상황을 감안하면 죽기 아니면 살기식이었다.

‘새 비행기를 타시겠습니까, 헌 비행기를 타시겠습니까’제목의 전면광고가 등장한 것도 이즈음. 대한항공 보유 비행기의 평균기령이 8.2년으로 아시아나의 3.5년보다 많은데 착안한 헌비행기 새비행기 논쟁의 시작이었다. 명시적으로 대한항공을 거명하지 않았다 뿐이지 경쟁사가 헌비행기로 3류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붙인 것이다.

대한항공은 즉각 고의적 비방이라며 아시아나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등 반발했지만 아킬레스건격인 노후기문제의 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가 보유한 737기종이 수직꼬리날개부분이 방향타이상으로 문제가 있을 수있다는 미연방항공국의 지적을 들어 맞불작전을 놓는등 안전도에 관한 싸움은 한동안 계속됐다.

양사의 또하나의 전장은 노선배분.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황금노선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벌였고 당국을 사이에 낀 지리한 공방이 계속됐다. 이스탄불 노선다툼이 대표적인 예의 하나. 96년 8월 건교부가 이스탄불 뉴델리 코펜하겐 헬싱키를 오가는 새항로 개설을 해당국가와 합의한 뒤 양사에 의견을 내도록했다

. 대한항공은 당시취항중이던 텔아비브와 카이로 등 중동노선과 연계운항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들어 당연히 이스탄불노선을 따야한다는 입장이었고, 아시아나는 중동노선의 거점확보를 위해서 반드시 배분받아야한다고 버텼다. 칼자루를 쥔 건교부로서도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였다. 섣불리 직권으로 노선배분을 했다가 한쪽이 반발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따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반년넘게 고민한뒤 건교부의 결론은 이스탄불은 아시아나에 주었지만 나머지 노선들은 대한항공에 주는 타협안으로 일단락지었다.

발전으로 이어진 긍정적 측면도

두 날개의 각축은 경쟁과 발전이라는 두개의 얼굴을 갖고있다. 치열한 다툼은 양항공사의 적자로 연결됐고 출혈경쟁은 IMF사태이후 엄청난 환차손으로 양항공사의 모기업인 금호와 한진그룹의 경영악화로 번졌다.

경영악화와 경쟁관계를 정치권,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풀어보려는 다급함들은 다시 로비와 비자금사건등 정경유착으로 비화하는 악순환까지 나타났다. 최근 조양호회장의 구속으로까지 번진 한진탈세사건은 또하나의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두개의 항공사가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 경쟁덕분이다. 두 항공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가면서 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새천년 들어 안방을 노리고 밀려드는 외국 대형항공사의 공세에 맞서면서 점차 치열해질 맞수의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des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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