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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정국 정상화 묘수찾기에 골몰

이번 주 정국의 풍향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은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처리문제와 선거법개정안 합의처리 보장방법을 둘러싼 여야 격돌이다. 언론대책문건 국정조사는 여야가 명칭을 ‘언론대책문건 의혹 진상조사위원회’로 한다는데 원칙적 합의를 봄으로써 정국뇌관으로서의 폭발성이 많이 약화한 느낌이다.

검찰이 현재 수사중인 정형근의원 관련 사건은 3건. 언론대책문건폭로와 관련해 이강래 전청와대정무수석이 낸 명예훼손혐의 고소사건. 한나라당 부산집회에서 정의원이 한 빨치산식 수법발언에 대한 국민회의의 고소사건, 서경원전의원의 밀입북관련 사건 등이다.

검찰은 언론대책문건폭로사건에 대한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이강래전수석이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정의원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로 드러난 만큼 정의원의 명예훼손여부를 가리기 위해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

검찰은 서경원전의원의 밀입북사건과 관련해서 당시 정의원이 고문 등을 통해 서전의원에게 허위사실 자백을 강요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원과 한나라당측은 ‘정형근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사철대변인은 “현정권이 정치보복을 위해 역사까지 바꾸려 하고있다”며 서전의원의 밀입북사건 재수사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여권은 “정의원이 부산집회에서 서전의원의 밀입북사건을 거론했기 때문에 명예훼손혐의로 고소가 이뤄진 것이지 정의원을 표적삼아 먼저 검찰이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정의원이 스스로 함정을 팠다는 것이다. 서전의원의 밀입북사건과 관련해 김대중대통령은 당시 검찰에 야당총재로서 소환돼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또 서전의원이 북한에서 가져온 공작금중 1만달러를 받았다는 검찰수사결과에 대해 “그 일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할 정도로 억울해해 왔다. 김대통령측은 정권 교체후 화합차원에서 과거의 일을 불문에 붙여놓고 있었는데 정의원이 이번에 그 사건을 다시 들고 나옴으로써 오히려 김대통령에게는 명예회복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 여권관계자들의 주장.

정형근의원 처리문제가 향후 정국 가늠자

이런 배경탓인지 정의원문제에 대한 여권핵심부의 기류는 상당히 강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정의원 소환조사를 위해 체포동의안을 내는 등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정국정상화는 완전히 물건너가고 극한대치상태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정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내는 순간, 예산이고 정치개혁법안이고 간에 더 이상 국회는 없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여권내부에서도 이같은 정국전개를 피하기 위해 정의원문제를 정치적으로 원만히 매듭짓고 넘어가야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선거법개정안 합의처리 약속 방식을 둘러싼 여야 갈등의 해소도 쉽지않은 문제. 한나라당은 여당이 단독처리 하지 않겠다는 것을 김대중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여당의 중선거구제법안 날치기를 막는 것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 정도로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당측은 국회나 당차원에서 언질을 줄 수 있지만 대통령이 나서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번 주 정국의 또 하나의 포인트는 자민련의 내부 분란 양상. 자민련은 지난 주말 신당창당 등을 통한 독자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김용환의원에 대해 수석부총재직 사표를 수리한 뒤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며 자진 탈당을 촉구하는 등 압박강도를 높였다. 김의원이 11월10일 충남대에서 한 특강을 해당행위로 규정, 당차원의 제재조치를 취한 것이다. 김의원의 특강에 참석했던 김창영부대변인에 대해서는 면직조치가, 다른 2명의 당직자에 대해서는 대기발령조치가 취해졌다. 이에 대해 김의원은 “적반하장”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당의 존재 이유였던 내각제를 지키고 당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외로운 투쟁을 벌일 때 당의 지도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항변이다. 김의원의 징계를 둘러싼 자민련의 내부 갈등은 선거구제와 관련한 자민련 내부 및 정치권 전체의 갈등과도 맞물려 있어 일파만파로 확산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이계성·정치부차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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