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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개정 득실계산에 바쁜 여의도

국회의원들에게 최고의 선은 ‘당선’이다. 그들의 동선(動線)은 표를 따라 움직인다. “표가 있는 곳이라면 그 곳이 지옥일지라도 달려 간다”는 말이 그들에게는 결코 농담이 아니다.

당연히 이들의 최고 관심사는 선거구제다. 정치개혁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목록중에 가장 중요한 알맹이는 누가 뭐래도 선거구제일 수 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언론대책 문건’ 등으로 편안한 날이 없는 현재의 정국도 그 근저에는 선거구제에 대한 여야의 힘겨루기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여권은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결정한 상태. 그러나 한나라당은 소선거구제와 현행 비례대표제를 고수하고 있다. 서로가 원하는 게임의 룰이 정반대인 셈이다. 여권은 여차하면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수시로 내비치고 한나라당은 “선거법을 날치기하면 총선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옥쇄(玉碎)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해관계 엇갈려 협상에 어려움

여권의 당론은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김대통령의 언급은 “대국적 견지에서”, “구국 차원에서” 등으로 점차 높아갔고 이제는 “소선거구제는 망국의 길”이라는 수위까지 다달았다.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만이 여야가 전국에서 의석을 가질 수 있고 지역주의를 없앨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여권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정당의 전국화와 지역주의 타파가 김대통령이 생각하는 재임중 달성해야 할 최고 목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게임의 상대인 한나라당도 요지부동이다. “소선거구제를 지키지 못하면 당이 무너진다”는 게 이회창 총재의 생각이다. 이총재는 그런 까닭에 틈만 나면 여권의 중선거구제 추진을 비난하고 있다. 야당을 무력화해 장기집권을 노리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 이총재는 “여당이 선거법을 강행처리 했을때 일어나는 불행한 사태는 전적으로 현정권이 책임져야 한다”는 경고음도 꾸준히 발하고 있다.

여야의 입장이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다보니 최근에는 갖가지 절충안이 떠오르고 있는 게 사실.

가장 현실적이고 유력한 여야 협상카드는 소선거구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여야가 서로 한가지씩 양보한 셈이 된다. 여권내에서도 소선거구제 선호론자가 상당수 되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높다.

“오해가 있었다”며 거둬들이긴 했지만 최근 국민회의 이만섭 총재권한대행은 “야당이 소선거구제를 끝까지 고집하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만이라도 타협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 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많다. 김윤환 의원과 최병렬 부총재 등은 공개·비공개석상에서 “이 안만이 유일한 타협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복합선거구제, 절충안으로 떠오르기도

또다른 카드는 이른바 복합선거구제. 도시지역은 중선거구제를, 인구가 적은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안이다. 이 안 역시 중선거구제를 미는 여당과 소선거구제를 고집하는 야당의 절충안처럼 여겨진다.

특히 중선거구제에 대한 야당의 결사적인 반대와 중선거구제 포기로 예상되는 자민련과 국민회의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야하는 여권핵심부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구상이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소선거구제를 지지하는 영남권 의원들과 중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수도권 의원들을 고루 달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정가에서는 자민련의 반발에도 불구, 국민회의 주도로 3당 총무가 ‘선거법 합의처리’를 합의한 이면에는 이같은 복안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복합선거구제는 결국 나눠먹기식의 인위적 선거구 분할 인상이 짙어 정치개혁의 명분이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다.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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