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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허물고 그 자리에 정을 쌓지요"

“담장을 허물었더니 마음의 벽도 사라지네요.”

전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대구에서 담장없는 집과 건물들이 속속 생겨나 거리가 한층 밝아지고 있다. ‘나만의 공간’을 부르짖던 시민들과 학교, 병원, 관공서 등이 자발적으로 높기만 하던 담벼락을 허물면서 ‘나’와 ‘타인’이 한 울타리내 ‘이웃’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구서 가장 먼저 담장을 허문 곳은 서구청. 서구청은 ‘공공기관의 주인은 주민’이라며 95년 담장철거에 돌입, 96년 3월께 구청사의 정문 수위실과 담장을 없애고 인공연못과 분수, 나무 등으로 울타리를 꾸몄다.

서구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관내 17개 동사무소중 처음부터 담장이 없는 8개동사무소를 제외한 나머지 7개소의 담장을 모두 철거했고 비산7동과 평리2동사무소도 연말까지 담장을 없애 가로공원을 조성키로 했다.

서구관내 관공서가 모두 울타리를 새로 단장하자 민원인과 행인들의 입에서는 “담장을 바꾸니 행정기관이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다”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물론 시민의 참여도 빠질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구YMCA 회원활동부장인 김경민(37)씨가 시민중 처음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대구 중구 삼덕동3가 201의 2층 양옥집 담벼락을 허무는 용기를 보여 담장허물기 운동에 추진력을 더 실었다.

여기다 올 6월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공동의장 문희갑대구시장, 김영환 대구경실련공동대표)와 대구시가 이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담장허물기는 도시공동체 복원사업으로 승화되고 있다.

현재 대구시내서 담장허물기 운동에 참여한 곳은 모두 52개소. 가정과 학교, 병원, 관공서 등 이미 담장을 허문 곳만 20개소고 15개소가 담장을 철거중이며 올연말까지 20개소가 이 사업에 착수한다.

9월30일에는 사업을 하는 남창수(68·중구 삼덕동2가 257의 1)씨가 과감히 130평짜리 가정집 주위를 가로막고 있는 담장을 허물어 30년짜리 잉어가 사는 연못과 정원을 이웃에 개방했다. 남씨의 앞마당은 이제 햇볕이 따뜻할 때면 동네 개구장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수성구 만촌동 1019 박성원씨와 삼덕동2가 149의99 김성태씨 등 시민들의 담장허물기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경북대병원과 계명대 동산의료원, 경상여상, 국채보상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남구청, 삼덕동사무소 등 각급 공공건물과 행정기관들도 이미 담장을 허물고 산뜻한 가로공원을 조성했다.

경북대병원 오장환시설팀장은 “담장을 허물기 전에는 의료품 도난과 시설파손 등을 우려했으나 철거 4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환자와 시민들이 푸근한 마음으로 산책도 하고 있어 병원이 제구실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다 대구체육시설관리사무소도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북구 고성동3가 대구시민운동장의 담장 705m를 월드컵 경기전에 완전 허물기로 하고 일차적으로 북문 담장 47m를 철거중이다.

대구시는 내년에도 일반가정 30개소와 공공기관 20개소의 담장을 추가로 헐기로 했다. 가정집에 대해서는 담장철거 쓰레기를 무상수거하고 앞마당의 조경을 무상으로 설계해주는 등 각 300만원의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담장허물기 운동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대구사랑운동에 대한 관심도 전국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96년 시작된 대구사랑운동은 담장허물기와 이웃사랑창구 개설, 실직자 IMF텃밭 무료분양, 토요알뜰장터 개장, 시민아카데미 개최등 다양한 애향활동을 통해 그동안 회원단체가 123개로 부쩍 늘어났다.

특히 올해부터는 대구의 자연과 역사순례, 양심자전거 운영, 내 집앞 쓸고 인도 물뿌리기등으로 운동을 확대, 서울과 부산 인천등 12개 자치단체서 자료를 요청하는등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 곽대훈내무국장은 “최근 시민과 각급기관의 적극적 참여에 힘입어 대구의 환경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이 자자하다”며 “개인과 기관소유의 마당을 이웃에 개방하면 녹지공간도 늘어나고 이웃간 정도 두터워진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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