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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학살에 이어 고엽제 시비까지

한국전 당시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에 이어 60년대말 미군이 비무장지대에서 고엽제를 살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피해자보상뿐만 아니라 미국의 도덕성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미 국방부 크레이그 퀴글리 대변인은 18일(현지 시간) “주한 미군이 한국정부에 고엽제 살포가 초목제거작업의 한 방법임을 권고했다”며 “이 구상은 한국정부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서 나왔다”고 분명히 밝혀 미국측 제안임을 시인했다.

퀴글리 대변인은 16일에는 “고엽제 살포 결정은 당시 한국 정부와 군부가 내린 것임이 기록에 분명히 남아있다”고 주장했었다.

퀴글리 대변인의 발언정정은 미국 정부가 사태의 책임을 한국정부에 계속 미루다가 자칫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노근리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번번이 발뺌하다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면 마지 못해 인정하고 있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고엽제 살포사실 드러나

비무장지대 고엽제 살포 사실은 당시 동두천에서 주한 미군 의무병으로 근무했던 토머스 울프(50)씨가 통증과 소화기 이상, 암 등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피해보상판정을 받음으로써 확인됐다.

울프씨는 미국정부가 ‘근거부족’을 이유로 피해보상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 비밀해제된 ‘식물통제계획 1968년’이라는 주한미군 문서를 입수해 승소했다. 문서에 따르면 68년 1만8,150에어커에 2만6,639명을 동원해 1만8,150에이커에, 69년에는 2,644에이커에 고엽제를 살포했으며 살포량은 22만4,000ℓ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한국군은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고엽제를 단순 제초제로 알고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이 웃통을 벗고 작업하거나 작업뒤 제대로 씻지도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한미 양국 정부의 도덕성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울프씨는 “보상판정을 받은뒤 비슷한 처지에 있던 재향군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국내에서도 작전에 참여했던 육군 1군 예하 사단과 제56 화학제독중대 출신 장병들뿐만 아니라 작전지역 주변의 민간인중에서도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68~71년 파주 1사단과 양구 21사단에서 화학장교로 근무하면서 살초작업에 참여했다는 이모(56·예비역 소령)씨는 “69년에 선천성 기형인 딸을 낳았다”며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전역자들이 여러명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베트남 참전 한국군 고엽자 피해자들은 현재 미정부와 다우케미컬 등 7개 제조회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은 물론 국내 법원에도 수천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놓고 있다. 비무장지대 고엽제 살포가 사실로 확인돼 고엽제 피해 보상 소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덕성에 의문, 우리정부도 책임

베트남 참전 한국군 고엽제 피해자들을 대리해 미 정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마이클최변호사는 “공소시효는 인지 시점에서 4년으로 그 작전이 이제까지 비밀분류돼 있다가 최근에 공개됐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에게 고엽제의 위해성을 사전에 고지하는 등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승소가능성이 크다”고

또 우리 정부도 고엽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고엽제 살포를 강행했다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이어 고엽제 살포사실까지 밝혀지면서 한미관계에 금이 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미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진실규명을 위해 양국이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고 사건을 있는 그대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케케묵은 옛날 일로 양국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되거나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확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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