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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같은 약속이 되풀이 되면?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취임후 처음으로 법무부에서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법대로 하라는 당부였습니다.

그리고 9개월여가 지난 올 1월 검찰은 고검장의 항명파동과 소장검사들의 연판장파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항명파동을 일으킨 고검장은 ‘검찰이 정치적 사건에서 일관성이 없고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국민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정권이 교체되고 세상이 바뀌어도 검찰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나아가 ‘문제는 검찰 수뇌부가 집접 지휘·감독하는 정치사건이다. 권력만을 바라보고 권력의 입맛대로 사건을 처리해 왔으며 스스로 권력의 뜻을 파악해 시녀가 되기를 자처해 왔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검찰은 뼈를 깎는 자성과 거듭나기를 국민들에게 약속함으로써 파동국면을 일단 수습했습니다.

그리고 10개월여가 지난 지금 우리는 검찰이 어디에 있는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옷로비의혹 사건, 서경원 전의원 밀입북 사건, 언론장악 문건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옷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론은 ‘실패한 로비’로 해프닝이었다는 것입니다.

고위관계자들의 부인이 연루돼 처음부터 수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파업유도 사건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두 사건의 산물이 특별검사제입니다. 검찰에 대한 불신 때문이지요.

그같은 결론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 특별검사의 옷로비의혹 사건 수사입니다. 특별검사팀은 의혹의 껍질을 하나 하나 벗기고 있습니다. 국민의 관심은 사직동팀과 검찰로 쏠리고 있습니다. 은폐·축소수사 여부입니다.

라스포사 정일순 사장의 남편 정상환씨는 ‘사직동팀의 내사가 시작되기전 이를 알려 주는 사람이 있어 12월19일자 장부를 떼어내고 다른 것을 붙인 뒤 같은달 28일자 장부 여백에 옷배달 내용을 써넣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때 실수로 98년을 99년으로 썼는데도 사직동팀이나 검찰이 알아채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사의지만 있었다면 능히 알아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별검사의 수사는 이제부터 입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검찰이 왜, 어떻게 해프닝이라는 결론을 냈는지도 규명해야 합니다.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 서경원 전의원 밀입북사건은 어떻습니까. 같은 사건을 두고 검사가 검사를 조사하는가 하면, 전 검찰간부들도 줄줄이 소환될 전망입니다. 검찰조직으로서는 참담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수사는 진실캐기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검찰의 치부를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2,000달러 환전영수증에 너무 집착하는듯 합니다. ‘2,000달러 환전영수증으로 볼 때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에게 1만달러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5만달러의 사용처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정치적 사건 수사때마다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납득할 만한 결과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 때문이지요. 그러나 ‘역시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검찰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됐지요. 언론장악 문건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수사도 국회국정조사도 못믿겠다는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우려되는 상황이 또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별검사 흔들기입니다. 특별검사가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더니 라스포사 사장 부부가 특검팀을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영장이 기각된 뒤의 일입니다.

남편은 아내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던 법정밖에서 장부조작 사실을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검찰의 특검팀에 대한 조사가 자칫하면 이현령 비현령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없지 않습니다. 피의사실 공표죄가 사문화하다시피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검찰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김정길 법무장관은 11월18일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이 신뢰받고 모든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가 이뤄지도록 철저히 지휘 감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같은 사안의 대국민 약속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jrchung@hk.co.kr>빕니다.

jr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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