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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경남 통영시 매물도

<지리부도에서는/ 아무리 바다 색이 짙어도/ 갈매기 하나 뜨지 않는데/ 한산섬 저 아래 소매물도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갈매기 소리다>

이생진 시인의 싯구처럼 매물도에는 언제나 갈매기 소리가 시끄럽다. 너무나 파래 맨눈으로 쳐다보기에 부끄러운 바닷빛, 제멋대로 생긴 바위의 틈사이로 넘나드는 파도, 호젓하다 못해 외로운 하얀 등대…. 바람이 차가와지면서 섬은 분주했던 여름의 기억을 벗고 겨울바다의 낭만에 잠기고 있다.

통영유람선터미널을 떠난지 50여분. 유람선 안은 따스하지만 호호 손을 불며 계속 뱃전에서 바람을 맞았다. 왼쪽으로 오륙도가 스쳐 지나간다. 밀물이면 섬이 다섯개, 썰물이면 여섯개가 된다는 창끝처럼 하늘을 찌르는 바위섬이다. 부산 앞바다에도 같은 이름의 비슷한 섬이 있다.

앞에 삼형제같은 세 개의 섬이 가로막는다. 매물도, 소매물도와 부속섬인 등대섬이다. 여름이면 세 섬이 모두 몸살을 앓는다. 피서객은 물론 낚시꾼, 다이버 등 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 섬을 가득 덮을 듯 모여든다. 그래서 사람의 발길에 채이지 않고 섬을 돌아보는 데에는 이맘때가 좋다.

소매물도의 비경을 조망하는 최고의 포인트는 등대섬. 등대섬에 내리면 처음에는 실망한다. 언덕 위에 달랑 등대 하나만 보일 뿐, 그저 평범한 돌섬의 모습이다. 약 5분 정도의 다리품을 팔아 등대가 있는 언덕 위로 오르면 그제서야 탄성이 터져 나온다.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남쪽은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요란하게 소용돌이치는 파도, 뗏목만한 바위에 낚시꾼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파도에 흔들리고 있다. 살짝 고개를 들면 소매물도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나다는 동쪽 바위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달이 산다는 고래등, 남대바위 등등.

물이 빠지면 등대섬에서 소매물도까지 걸어서 들어가는 육로가 생긴다. 섬을 걸어서 돌아보는 데는 약 5시간. 곳곳이 바위절벽이어서 위험하다. 더는 가지 못하고 머리만 빼꼼히 내밀다가 아쉬움을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대로 소매물도를 보려면 배를 타고 한바퀴 돌아야 한다. 소매물도의 아름다움은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을 정도. 그 사신은 섬의 비경에 취해 바위에 글씨를 남기고 갔다. 등대섬 남쪽 바위를 ‘글씽이섬’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때문이다.

소매물도는 15년전 개인 소유가 됐다. 원주민들은 모두 떠나고 17가구의 가장들만이 고기잡이를 위해 남아있다. 돈 많은 섬 주인이 몹시 부럽기도 하지만, 이런 곳을 개인에게 팔도록 한 관계당국의 양식은 신경에 거슬린다. 강봉률(0557-643-7903) 이정규(642-8555)씨등이 남아있는 민가에서 민박을 친다. 바쁜 어민들이라 방을 빌리는 것 외에는 별로 도움을 받을 것이 없다. 풍요롭게 겨울바다를 만끽하려면 반드시 준비물을 상의하는 게 좋다. 특히 여유있는 일정을 잡았다면 낚시를 해보는 것도 묘미가 있다. 이 곳은 거의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어자원이 풍부하다. 민낚싯대에 대충 아무 미끼나 끼워 던져도 반나절 낚시에 소주안주 횟감과 저녁 매운탕거리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 배는 통영항에서 여객선이 하루 두차례,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 유람선이 하루 3~4차례 운행한다.

권오현 생활과학부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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